2018. 2. 6. 12:05ㆍ남북 · [ 회담 ]
만경봉 92호 방남은 대북제재… 마식령 공동훈련도 엄격히 따지면 5·24조치 위반
유엔 제재 아닌 우리정부 독자제재 위반 마식령 공동훈련도 엄격히 따지면 5·24조치 위반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엔 만경봉92 입항 거절
Q: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으로 꾸려진 예술단 본진이 6일 크루즈선박인 만경봉 92호를 통해 방남할 예정이라고 통보했습니다. 통일부는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은 어제 통지문을 통해 6일 예술단 본진이 만경봉호를 이용해 방남하고 예술단의 숙식 장소로 이용할 것이라 알려왔다"며 "하루 앞선 오늘 예술단 선발대 23명은 예정대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덧붙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열린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육로를 통해 예술단을 내려보낼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4일 밤 북한의 갑작스러운 변경 통보에 정부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예술단이 선박인 만경봉 92호로 방남해 그곳을 숙식 장소로 삼는 것을 대북제재 위반으로 볼 수 있나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측 응원단이 이용한 만경봉호의 입항 모습. ▼
A: 대북제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한 제재가 그것입니다.
북한 선박의 방남을 대북제재 위반으로 보는 것은 한국 정부 독자 제재안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2010년 이명박정부 당시 천안함 사태 이후 발표된 일명 5·24 대북조치입니다.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발표한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합니다. 제주해협을 포함해 우리 측 해역에 북한 선박의 운항과 입항을 금지할 것입니다.'(2010년 5월 24일)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대북제재 수위를 높였는데 제3국 국적 선박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2016년 12월 최근 1년 이내 북한을 기항한 적이 있는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전면 불허키로 하는 대북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북한 만경봉 92호 입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는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 따르면 북한 금지품목 거래를 전면적으로 봉쇄하려는 취지로 북한으로 가거나 또는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북한행·발 화물이 유엔 회원국의 영토·영해·영공을 지나가면 반드시 이를 전수조사토록 했습니다. 또 제재 대상이 소유·운영하거나 불법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서도 유엔 회원국 입항을 금지했습니다.
만경봉호는 또 유엔 안보리 선박 제재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고 물품 거래를 위한 목적의 선박이 아닌 만큼 유엔 제재상 한국 입항 저촉 사항은 없습니다.
결국 만경봉호 입항 불허는 이명박정부 당시 5·24조치를 근거로 삼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벌써 제재안이 나온 지 8년째가 되다 보니 예외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6년 3월 제재대상인 북한 선박 '오리온스타'호가 우리 영해를 통과했지만 정부가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통행금지 조치는 물론 해당 선박에 대한 정선 및 검색 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북한 선박 오리온스타는 전남 여수 앞바다 우리 영해로 통과해 울산 앞바다를 지나 북상했습니다.
또 2010년 5·24조치는 원칙적으로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이달 1일 남북 간 첫 번째 교류행사로 마련된 북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엄밀히 따지면 이 또한 5·24조치 위반인 셈이지만 당초 계획대로 이뤄진 것입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제재 예외 조치를 검토해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24조치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과 입항을 금지하고 있지만 평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5·24조치의 예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유엔 결의 및 미국 (대북)제재의 선박 관련 내용에 대해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3년에도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5·24조치의 예외 사업으로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앞서 만경봉 92호는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에 입항해 다대포항에 정박하면서 북한 응원단의 숙소로 사용됐습니다. 당시 선박 내부에 있는 객실, 식당, 다방, 매대와 김일성·김정일이 머물렀다는 특급객실 등이 공개됐습니다. 당시는 5·24조치가 시행되기 전이라 문제는 없었습니다.
5·24조치가 시행된 이후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문제를 논의할 당시 북한은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는 이동수단으로 만경봉 92호를 인천항으로 보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합의 자체가 결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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