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검찰, “조사 불가”에도 “조사받겠다”…송영길, 결국 조사 무산?
【시사/포커스】 검찰, “조사 불가”에도 “조사받겠다”…송영길, 결국 조사 무산?
┃검찰,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돌려보내 / 송영길, 검찰 조사 무산 / "주변사람 말고 저를 구속해달라" / 정가에선 이 대표가 구사한 출두 전략을 송 전 대표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송영길 전 대표 / ‘돈봉투 의혹’ 송영길 검찰 반대에도 2일 출두 / ‘먹사연’ 자금 담당 최근 프랑스 다녀와 / 송과 ‘말맞추기’ 가능성 등도 의심 / 검, 민주 경선캠프 관계자 추가 압수수색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공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전당대회 금품 살포의 수혜자이자 공여자라고 판단하고, 경선 캠프 자금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가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 입장에도 불구하고 2일 자진 출두를 강행했다. 조사를 받아야하는 피조사자인 송 전 대표는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검찰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송 전 대표는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으나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돌아섰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59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사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돌려보냈다.
송 전 대표는 청사에서 나와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검찰은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와 거물급 정치인들이 구사한 기습 출두 전략을 송 전 대표가 펼쳐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사태 진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된다.
이처럼 검찰의 소환 요구가 없는데도 정치인이 스스로 출두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지난 2003년 12월 불법 대선자금 모금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전 총재는 핵심 측근들이 구속되자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대검찰청에 자진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불입건 처리됐다.
2012년 7월엔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현 민주당 고문)가 예고 없이 대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송 전 대표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사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돌려보냈다.…검찰은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의 주거지 및 후원조직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이날도 경선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 사무실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포맷 혹은 교체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 고문은 검찰의 세 차례 소환 통보에 정치검찰의 표적수사라며 응하지 않던 중,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보내자 검찰에 기습 출두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후 박 고문은 불구속기소 됐고, 법정 공방 끝에 4년 뒤 무죄가 확정됐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2018년 3월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잠적 4일 뒤에 검찰에 스스로 나와 조사받았다. 검찰이 안 전 지사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송 전 대표의 기습 출두 전략에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등을 대비해 수사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 협조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의 주거지 및 후원조직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이날도 경선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세운 정책연구소인 먹고 사는 문제 연구소가 외곽 후원조직으로 기능하며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선거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송 전 대표가 금품 살포에 관여·공모했는지 입증할 수 있는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검찰은 당장 송 전 대표를 소환할 계획이 없다. 무엇보다 사건 피의자와 참고인이 될 현역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 수사 범위를 정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애초 계획대로 돈 봉투 공여자와 수수자에 대한 수사를 먼저 마무리한 뒤 송 전 대표 지시나 개입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겠단 방침이다.
1일 송 전 대표의 경선 캠프 관계자 3명의 주거지와 그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 사무실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의 전·현 주거지와 먹사연 사무실, 측근 박모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서다. 검찰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경선 캠프에 드나든 자금의 흐름을 살피고 송 전 대표의 개입 혐의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송 전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등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9400만원 상당 돈봉투를 살포할 때 송 전 대표도 개입했다는 공모 혐의가 영장에 담겼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금품 살포의) 수혜자이자 공여자 측이기 때문에 공범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며 “(압수수색의) 1차 목표는 금품 살포에 대한 (송 전 대표의) 공모 혐의 확보이고 두 번째는 경선 캠프 자금 전반에 대한 자금 조달·조성·보관 내용을 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자금을 직접 마련했다는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앞서 공개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는 송 전 대표가 직접 자금을 구해 건넸다는 취지의 강래구씨 발언이 담겨있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과정에서 당초 알려진 9400만원보다 더 많은 자금이 뿌려진 것으로 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특히 송 전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먹사연이 관리하던 기부금 등이 경선 캠프에 동원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먹사연이 공개한 2021년 기부금 명세서에 따르면 그해 총 3억7000여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는데, 당대표 경선 전인 2∼4월에 1억4000여만원이 모금됐다. 검찰은 이 기부금 중 얼마나 많은 금액이 캠프로 유입돼 살포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 등이 먹사연에서 활동했고, 먹사연의 자금 담당자 박모씨는 경선 캠프의 자금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와 먹사연 측이 말 맞추기에 나섰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박씨는 최근 송 전 대표가 머물던 프랑스 파리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먹사연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포맷 혹은 교체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러 사람이 프랑스에 단체 관광을 갔었고 최초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달 12일 이전에 방문한 것으로,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일단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면서,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 민주당 현역 의원들로 수사 범위를 넓힌 뒤에나 송 전 대표 관여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송 전 대표의 자진 출두 계획에 대해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내일 나가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다른 일반 국민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형사절차와 맞지 않는다”며 “수사팀 일정에 따라 조사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