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몬테네그로 법원 보석 청구 인용…변호인이 주선한 아파트로 주거 제한
권도형, 몬테네그로 법원 보석 청구 인용…변호인이 주선한 아파트로 주거 제한
┃권도형, 보석으로 풀려나 변호인이 주선한 아파트로 주거 제한 / "재판 중 최저형량 채울라" / 현지 법원, 구금 추가연장에 부담 / 불구속 상태에서 법적 절차 최대한 길게 끌고갈 듯 / 권도형, 몬테네그로 경찰에 “도피중 세계 곳곳서 VIP 대접 받아” / 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보석 청구 인용 / 몬테네그로 법원 재판 언제 끝날지 불확실해 송환 장기화 예상
몬테네그로 법원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보석 청구를 인용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루나의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약 52조원)의 손해를 끼친 권 대표가 도피 과정에서 VIP 대접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가상통화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 권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난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의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전날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보석을 청구했다. 보석금으로는 각각 40만유로(약 5억8000만원)를 제시했다.
법원은 “기소된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피고인들의 개인 및 가족 상황, 재산 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40만유로의 보석금을 잃을 가능성이 피고인들에게 도주 의욕을 꺾을 수 있는 충분한 억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 등은 지난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이들은 체포당시 수하물에서 위조된 벨기에 신분증도 발견됐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둘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검찰의 구금 연장 청구를 받아들여 3월 24일과 4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구금을 연장했다. 구금 기간 연장은 최대 30일까지다.
권 대표에 대한 재판은 지난 11일에서야 처음으로 열렸다. 이날 권 대표는 첫 재판에서 자신의 여권이 코스타리카에서 적법하게 취득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여권 위조 여부를 코스타리카 당국에 공식 확인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했다.
현재 한·미 수사당국은 몬테네그로 법원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다. 권 대표의 공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의 형사 절차가 종료되면 범죄인 인도 청구에 대한 후속 판단이 이뤄지게 된다.…그러나 권 대표가 이 과정에서도 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 저항할 것으로 보여 범죄인 인도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코스타리카 당국에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추가 확인은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이바나 베치치 판사는 공식 경로를 통해 코스타리카 당국에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명령했다.
첫 재판에선 권 대표 등이 소지하고 있던 벨기에 신분증은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베치치 판사는 다음 재판이 6월 16일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기일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두 번째 재판이 권 대표가 체포된 지 약 석 달 뒤에 열리게 되는 것이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공문서위조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권 대표의 구금 연장이 5월 말 종료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두 번째 재판을 앞두고 또 한 차례 구금을 연장할 경우 권 대표는 재판 중 구금 기간으로만 공문서위조 사건의 최저 형량인 3개월을 채우게 된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이 "여권과 신분증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해 보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 등은 보석이 허가되면 몬테네그로에서 형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 도주하지 않고, 경찰의 감시 속에 지정된 아파트에서만 지내며, 정기적으로 법원 소환에 응할 것이라고 베치치 판사 앞에서 약속했다.
변호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보석이 받아들여지면 권 대표 등이 동거녀 회사 소유의 아파트에서 지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젤리치는 자신의 변호사 커리어가 걸린 문제인 만큼 의뢰인들이 도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장했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피고인들은 지정된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며 "법원은 이것이 상당한 범위에서 구금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재산 상태를 고려했을 때, 40만 유로의 보석금을 잃을 가능성이 도주 의욕을 꺾을 수 있는 충분한 억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40만 유로는 전날 재판에서 권 대표 등이 보석금으로 제시한 금액이다.
전날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이들의 재력에 비해 보석금이 턱없이 적다면서 보석에 반대했고 권 대표는 판사의 종용에도 붉구하고 자신의 재산 상황에 대해 자세히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베치치 판사는 재산 상황을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으나비교적 신속히 보석을 허가함으로써 권 대표 등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검찰의 항소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권 대표는 이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게 됐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권 대표가 석방될 경우 범죄수익을 인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몬테네그로 사법부는 관할권에서 벌어진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형사 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신병 확보를 최우선에 두고 보석 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보석으로 풀려나 심리적 여유를 되찾은 권 대표가 현지에서 최대한의 법적인 조력을 받아 가며 항소 등을 하고 3심까지 재판을 끌고 가서 최대한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상·하의 모두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한 권 대표는 이바나 베치치 주임 판사가 보석금은 누가 내느냐고 묻자 “아내가 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재산 규모를 묻는 질문에 “한국에 아파트 1채가 있다”고 답했다. 아파트 이외의 재산 규모를 묻는 말엔 “언론 앞에선 밝히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베치치 판사는 권 대표가 재산 규모를 정확하게 밝혀야 보석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재산 규모를 계속 숨기면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권 대표는 “한국에 있는 아파트는 300만달러(약 40억원) 정도 된다”며 “아내와 공동명의”라고 말했다. 이어 “내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라서 얼마만큼의 가치(value)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변호인이 판사에게 취재진을 2∼3분 동안 퇴정시킨다면 재산 규모를 설명하겠다고 요청했으나 판사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권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영어로 진술했고 통역사가 몬테네그로어로 진행된 재판을 권 대표에게 영어로 설명했다고 했다.
아지치 장관은 “권 대표와 측근인 한모씨가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지난 23일 체포되기 전 그가 자국에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사를 통해 위조된 벨기에 여권과 다른 이름의 한국 여권 등을 찾아냈고,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5대를 압수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사법당국이 지난달 권 대표 일행의 행방을 세르비아에서 수소문한 바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아지치 장관은 또 권 대표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정보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의미있는 분량의 정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현재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북서쪽에 있는 스푸즈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미국과 한국 사법당국이 각각 권 대표를 자국으로 송환하려고 경쟁하는 가운데, 그의 현지 법률 대리인 보이스라브 제체비치 변호사는 위조 여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까지 항소하겠다고 주장했다.
권도형의 측근 한국인 한모씨도 24일 몬테네그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포드고리차 AP 연합뉴스
제체비치 변호사는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사법적 절차가 완료돼야 송환될 것”이라며 “몬테네그로 사법부가 송환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 신병 확보 경쟁을 벌이는 한국, 미국, 싱가포르 가운데 그가 어디로 송환되고 싶어 하느냐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 24일 권 대표 일행의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했다. 한국 대사관이 없는 몬테네그로의 인접국인 세르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은 스푸즈 구치소에서 권 대표를 면담하고 건강과 안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