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방탄헬멧 선진국 기준 대비 높은 성능 입증…야간투시경 레일, 충격흡수 기능도
신형 방탄헬멧 선진국 기준 대비 높은 성능 입증…야간투시경 레일, 충격흡수 기능도
┃국산, 신형 방탄헬멧, 정말 '미군 헬멧'보다 과연 뛰어날까? / "과장 아니냐" 논란 검증해보니 의외의 성능도 / 아라미드 소재 신형 방탄헬멧 / 야간투시경 레일, 충격흡수 기능 / 선진국 헬멧 기준 대비 높은 성능도 / 美서 방탄 성능 검증 하반기부터 보급
지난달 23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연구소가 효성, 경창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2017년부터 4년 이상 연구한 신형 방탄헬멧 개발이 드디어 완료됐다는 소식이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부터 바로 보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언론들은 ‘9㎜ 권총탄을 막는 헬멧이 등장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연구소가 낸 자료 중 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미국 등 선진국 제품보다 동등 이상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한 미군 헬멧 방호 능력을 능가한다는 설명에 당장 “어처구니 없다”, “과장 아니냐”는 비판과 조소가 쏟아졌다.
◈ 군 20년 동안 사용 한후 이제서야 신형 개발
방탄헬멧에 대한 한국 남성의 관심은 ‘세계 1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군에서 가장 오랜 기간을 함께 보낼 뿐만 아니라, 목숨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군 생활을 해본 남성 중 술자리에서 헬멧 얘기를 단 1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논쟁의 주요 대상이기도 하지만 ‘무겁다’, ‘미군 장비에 비하면 저질이다’, ‘총알도 못 막는다’ 등 갖가지 비판도 쏟아진다.
이런 비판은 이유가 있다. 2003년 신형 헬멧 개발 이후 무려 20년 동안 새 헬멧을 보급하지 않았기 때문이기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말로는 “권총탄 방호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검증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파편탄 방호성능도 미군 헬멧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왔다. 야간투시경을 장착하는 레일과 통신장비를 장착하는 공간도 없었고 미국 현지에서 검증할 만한 환경실험 데이터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구류는 한번 개발하면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불만이 쌓이고 쌓여 지금까지 온 헬멧은 이런 와중에 갑자기 새 헬멧이 생겼다고 하니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데이터 없이 성능을 과장했다는 비난도 난무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단 3장의 자료로 압축돼 있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설명은 ‘뻥튀기’가 아니었다. 군과 정부 입장에선 상세 수치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묵묵히 비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 신형 헬멧은 미국검증에서 미군 성능 기준 뛰어넘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효성 연구팀은 ‘아라미드’ 소재를 활용해 2017년 헬멧 개발에 나섰다. 아라미드는 400~500도 고온에서도 불에 타지 않고 매우 가볍지만 강철 강도의 5배인 이른바 ‘슈퍼섬유’로 각종 산업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방위산업용 소재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신형 방탄헬멧은 아라미드를 엮어 옷감처럼 얇은 막을 만든 뒤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만든 적층형 방탄헬멧으로 이전의 헬멧보다 매우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방탄헬멧의 방호성능을 확인할 때는 1.1g 무게의 파편모의탄으로 ‘방탄한계속도’(V50)를 측정합니다. 선진국 기준은 ‘초속 670m 이상’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671m, 프랑스는 680m다. 1초에 670m를 날아가는 고속 파편에 맞았을 때 헬멧이 뚫리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전 헬멧은 ‘초속 610m 이상’으로 기준이 훨씬 느슨했다. 그러나 이번엔 선진국 기준인 초속 670m를 적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제품 방탄한계속도는 고온에서 초속 718m, 저온 708m, 상온에서는 무려 735m로 나왔고 바닷물 침수 상태에선 705m였다. 파편탄 무게를 늘려도 선진국 기준보다 훨씬 높은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연구소는 ‘기존 헬멧보다 방탄속도를 초속 60m 이상 높여서 관통이 어렵게 했다’는 설명만 내놓았다. 이는 방탄한계속도를 기존 헬멧 기준인 초속 610m에서 이번엔 670m로 높여잡아 기준을 무난히 통과했다는 뜻이다.
9㎜ 권총탄을 직접 쐈을 때는 25.4㎜ 이상의 변형이 이뤄지면 안 되도록 했다. 실제로 정면과 정수리, 뒷면, 좌우측에 권총탄을 쏜 결과 변형 기준을 넘어서지 않았고, 두꺼운 부위는 변형도가 7.5㎜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바다 건너 미국의 방탄시험기관(NTS)에 직접 성능 검증을 의뢰했다. 그 결과 ▲3시간 바닷물 침수 뒤 2시간 내 방탄시험 ▲영하 51도 저온처리 뒤 30분 내 방탄시험 ▲71도에서 24시간 고온처리 뒤 30분 내 방탄시험 등 극한의 조건이 여럿 추가됐다. 특히 바닷물 침수 실험은 이전엔 아예 기준조차 없었던 실험으로 알려졌다. 신형 방탄헬멧은 이런 기준을 모두 무난하게 통과했다.
기능적인 변화도 있었다. 글로벌 추세에 따라 야간투시경 등 각종 장비 장착 공간을 만들고, 헬멧 내부에 폴리우레탄 폼을 나일론 등으로 감싼 ‘충격 흡수재’를 적용해 통신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또 600명 이상의 머리 모양을 3D 스캐너로 촬영해 최적의 헬멧 모양을 뽑아냈다. 이런 장비를 대체 왜 이제서야 개발했는지 의아할 정도의 큰 변화다.
◈ 소총탄 막는 헬멧은 없다 다만 파편탄 방호 주목적
소총탄을 근거리에서 막을 수 있는 헬멧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수없이 많은 보도와 설명이 나왔지만, 아직도 보병이 사용하는 방탄헬멧으로 소총탄을 막을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지금 기술로 억지로 만든다 해도 도저히 달릴 수 없을 정도의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방탄헬멧의 1차 목적은 ‘파편탄’을 막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 주요 전쟁에서 파편에 의한 사상율은 59%나 됐다. 일반 부상자의 85%가 하늘에서 쏟아지거나 옆에서 튄 파편에 의해 부상당했다. 또 1.1g 이하의 소형 파편은 수류탄에서 발생할 확률이 100%, 155㎜ 포탄 50%, 135㎜ 포탄 77%, 30㎜ 고폭탄은 80% 이상이나 된다. 신형 방탄헬멧이 이런 위험을 잘 막을 수 있고 수출로도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