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강대강·정면승부 투쟁 국방력 강화"…전원회의서 핵 언급은 없어
김정은 "강대강·정면승부 투쟁 국방력 강화"…전원회의서 핵 언급은 없어
┃김정은, 南겨냥 '대적투쟁'·국방력 강화 / 美·南 향한 직접 위협은 없어 / 8~10일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 '미국통' 최선희 외무상 승진 / 최선희 "美 마주앉을 필요없다" / 이례적 담화속 숨은 계산표? / '냉면 목구멍' 리선권은 통일전선부장으로 / 김정은 "주변 정세 더욱 극단하게 격화 발언에 '핵실험 임박' 관측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외 전략 관련 '강 대 강' 투쟁원칙과 국가방위력 강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핵 무력을 언급하거나 미국이나 남측을 겨냥한 위협 발언은 없었지만, 남측을 염두에 둔 '대적투쟁' 방침을 천명하는 등 강경한 대남·대외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이 '핵'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강 대 강 투쟁과 국방력 강화를 강조한 만큼 이른 시일내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국가방위력 강화에 계속 큰 힘을 넣을 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 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으며 이 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자위권은 곧 국권수호 문제이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다며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조직문제 △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 중간총화와 대책에 대하여 △현 비상방역상황 관리와 국가방역능력 건설을 위한 과업에 대하여 △당 규약과 당 규약 해설집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할 데 대하여 등 의제가 논의됐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비상방역상황 관리에 대해서 김정은은 "국가방역사업이 돌발적인 중대고비를 거쳐 봉쇄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봉쇄와 박멸투쟁을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방역은 그 어떤 제도적 장치나 물질기술적 수단보다 인민들의 자각적 일치성을 기반으로 하는 방역"이라며 물질기술보단 사상 단결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대미 강경파'로 분류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외무상으로 승진하고, 외무상이던 리선권이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선도 단행됐다. 리선권은 2018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우리 측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면박을 준 발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당 조직지도부장을 겸하게 됐고 전임 조직지도부장인 김재룡은 당 비서로 승진했다.
합동참모본부격인 군 총참모부의 수장인 총참모장에는 리태섭 사회안전상이 임명됐고, 새 사회안전상에는 박수일 제1군단장이 임명됐다.
군의 기강을 담당하는 총정치국장에는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임명됐으며 새 국가보위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리창대라는 인사가 기용됐다. 이 외에 전현철 당 경제정책실장이 새 경제부장에 임명됐으며 조춘룡이 무기개발에 관여하는 당 군수공업부장에 임명됐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제1부상 당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최 외무상은 두 차례의 북ㆍ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미국과의 협상 실무를 챙겨온 인물이다.
최 외무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 북ㆍ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과 관련, “조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외무상은 오는 11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지며 재선 레이스에 노란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전 북ㆍ미 정상회담을 전격 시도할 가능성이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제기되자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무상은이 직접 공식 담화를 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ㆍ미 대화에 관여했던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비건 부장관의 다음 주 방한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화의 바퀴를 굴리려는 움직임”이라며 “북한이 비건 대표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자 최 외무상이 나서서 자신들의 주장을 미국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담화에서 최 외무상은 표면적으로 북ㆍ미 대화를 거절했지만, 행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대선 정국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북 제재 해제 등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라는 압박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7월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기해 장거리 미사일을 쐈던 북한이 북ㆍ미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군사적 도발이 아니라 담화를 냈고 담화에 원색적인 비난이 없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최근 북ㆍ미 간에 비공개 접촉이 있었지만,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 만족하지 않아 이번에 최 외무상이 직접 공개적으로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지난해 10월 스웨덴 실무협상 이후 대화가 중단된 듯하지만,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 재개를 시도했을 것”이라며 “비공개 접촉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정상회담 필요성이 제기되자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벼랑 끝 전술을 쓰는 차원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외무상은 이날 담화에서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선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뿌르게(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이라고 언급, 최근 정부의 북·미 대화 중재 노력을 비판했다. 한국을 통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미국과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