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 [ 대통령실 ]

김건희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權 "영부인 역할 충실해달라"

서울1TV 2022. 6. 14. 07:02

김건희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영부인 역할 충실해달라"

 

김건희 여사, 검은 정장에 흰셔츠 차림으로 봉하마을 첫 일정 / 보수정권 영부인 첫 노, 묘역 참배, 기념관 방문도 / 김건희, 봉하마을 찾아 권양숙 여사 예방에 웃으며 맞이 / ", 통합의 대통령 돼라 하셨을 것" 김건희-권양숙 90분 환담 / 권 여사 "많이 참으시라" 조언도 / , "국민통합 강조한 노, 모두 좋아해" / , "영부인 역할 충실해달라" / 대통령실 , 조용한 내조 중 현재 전담 조직 논의된 바 없어” / 나토 회의 참석 여부 동행 여부 미정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그동안 조용한 내조를 기조로 내세웠던 김 여사는 점차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날 김 여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공개적으로 참배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물권보호를 주장하면서다. 여당 내에선 기왕 김 여사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 이를 전담할 공식 조직이 신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검은 정장 차림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권 여사를 만났다. 김 여사와 권 여사의 환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 12일 대통령 대변인실은 "김건희 여사는 작년부터 기회가 되면 권양숙 여사님을 만나 뵙고 많은 말씀을 듣고 싶어 했다.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찾아뵙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가 역대 영부인을 따로 찾아 예방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동행하고 부속실이 일정을 지원하는 공식 일정이었다.

 

대통령실은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던 김 여사가 인사 차원에서 권 여사를 찾아 뵙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은 정장과 흰색 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김 여사는 자신을 기다리던 30여 명의 지지자들에게 수차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김 여사는 참배 후 권 여사 측 조호연 비서실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권 여사 사저로 이동했다.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와도 짧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권 여사는 사저 현관 문 앞까지 나와 김 여사를 웃으며 맞이했다.

 

오후 3시께 시작된 환담은 오후 430분에 종료됐다. 김 여사는 예정엔 없었지만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도 방문했다. 체험관은 시범운영을 거쳐 올 8월 노 전 대통령 기념관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이날 김 여사는 환담 자리에서 권 여사에게 윤 대통령이 과거 영화 변호인을 보며 눈물을 흘린 기억을 전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어라'라고 말해 주셨을 것 같다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에 권 여사는 몸이 불편해서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여사는 김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도 말했다.

 

김 여사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와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 예방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는 동물권 보호라는 사회 현안에도 이날 목소리를 냈다. 김 여사는 공개된 한 신문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개 식용 종식을 주장했다.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은 반려묘 3마리와 반려견 4마리를 키우고 있는 동물 애호가로 유명하다. 김 여사는 동물 유기·학대 문제에 대해서도 동물병원 진료비가 표준화돼면 이런 실태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며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이다. 학대범 처벌 수위를 강화해 질서가 잡히면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결국 동물 학대와 가정폭력은 같은 줄기에서 나온 다른 가지일 뿐이라고 했다.

 

이는 김 여사가 대선 기간 학력·경력 부풀리기 논란과 주가조작 의혹 등에 휘말린 뒤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한 뒤 그동안 활동을 자제해왔다. 일각에선 김 여사가 문화 예술, 동물권 등 자신의 전문 분야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대통령 배우자상을 굳히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2부속실 폐지공약에 따라 김 여사를 전담하는 조직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부속실에서는 2~3명 가량이 기존 업무를 수행하다가 필요할 때만 김 여사 일정 지원에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온라인 팬클럽을 통해 유출되는 등 보안 사고가 잇따르고 았는 가운데 김 여사 전담 지원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MBC) 방송에서 저는 그런 소통이라는 것이 오히려 차라리 공적인 조직을 통해서 하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물론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나 이런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영부인의 행보라는 것이 때로는 김정숙 여사 때도 그렇고, 독립적인 행보를 통해서 국격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런 지점도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이런 거야말로 오히려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돼야 하는 것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이날 김 여사는 이날 오후 245분쯤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 검정 구두 차림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김 여사가 등장하자 200명에 가까운 환영자들이 박수치면서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라며 환대했다. 김 여사는 수차례 가벼운 목례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며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국화 꽃을 헌화, 분향하고 묵념한 뒤 묘소인 너럭바위로 이동, 묵념하고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보좌하는 조호연 비서실장에게 묘역과 바닥, 근처 봉화산 등에 대해 질문을 건네고 설명 듣는 모습도 보였다.

 

김 여사가 묘역을 빠져나와 사저로 향하는 길에도 환영 인파가 박수 치며 반기자 김 여사는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권양숙 여사는 사저 현관문 앞에 나와 김 여사를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두 사람은 오후 3시께부터 오후 430분까지 비공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 환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와 권 여사의 환담 일부를 공개했다. 김 여사는 환담에서 윤 대통령이 좌천 인사로 힘들었던 시절 영화 '변호인'을 보며 눈물 흘린 기억을 먼저 언급했다. 배우 송강호 주연의 이 영화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노 전 대통령의 일화를 다뤘다.

 

이에 권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몸이 불편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윤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고 했다.

 

김 여사는 "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면서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권 여사님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했다"며 빵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권 여사는 지역 특산물인 '김해 장군차()'를 대접했고, 노 전 대통령 어록집인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4권을 답례로 선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김 여사가 봉하마을 가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공개활동 신호탄인가'라는 질문에 "자꾸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합니까"라며 "작년부터 한번 찾아뵌다고 하다가 뭐 시간이 안 맞고 그래서 가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언론 공지에서 "김 여사는 작년부터 기회가 되면 권 여사를 만나 뵙고 많은 말씀을 듣고 싶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는 이날 환담을 마치고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30분간 둘러봤다. 이후 김 여사는 노무현재단 기념품 가게에서 티셔츠와 우산, 에코백을 구입했다.

 

윤 대통령은 평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는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정무수석이 권 여사에게 직접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가 오늘 봉하마을을 가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김 여사의 공개활동 신호탄으로 보면 될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뭐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하나, 작년부터 한 번 찾아뵌다고 하다가 시간이 좀 안 맞고 해서 (이번에 일정이 조율돼)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지원 조직 신설 여부에 2부속실 폐지번복 비판을 의식한 듯 논의되고 있는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김 여사의 행보가 앞서 이야기해온 조용한 내조의 범주를 벗어나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전직 대통령 부인을 한번 뵙고 인사하는 건 조용한 내조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의 동물권 관련 인터뷰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 곳, 그런 곳을 살피겠다는 의미에서 인터뷰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할 가능성에 관해서는 아직은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번 김 여사의 방문 일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 기조를 탈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용한 내조의 범주를 벗어난 것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직 대통령 부인께 인사드리러 가고 뵙고 싶어서 가서 얘기 듣겠다고 하는 것이 조용한 내조에 속하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