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은 해주는데 왜 난 안해주냐' 요구…대형병원 응급실 전원 요청 봇물

2024. 1. 24. 12:12시사 · [ 논평 ]

현장 '이재명은 해주는데 왜 난 안해주냐' 요구대형병원 응급실 전원 요청 봇물

 

 

이재명 이송 지역 의료 '자존심 싸움'"소모적" 지적도 / 대형병원 응급실 전원 요청 봇물 / 이재명 대표 부산대병원 패싱 '후폭풍' / 전원 불가능한 경증 환자도 "큰 병원 갈래" / 응급실 과밀화 심화 일각선 '이재명 효과' 비판도 / 이송거부법도 도마 응급실 의사들 "최악의 위기상황"

 

부산 방문 중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을 두고 때 아닌 '지역 필수의료 홀대 논란'이 뜨겁다.

 

흉기 습격 직후 응급치료를 받은 부산대병원이 최고 등급의 권역외상센터임에도 굳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轉院)해 수술을 받은 것이 응급의료지침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평소 '지방 공공의료'를 살리자며 공공의대 설립·지역의사제 등을 주장해온 민주당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처사란 비판도 확산 되고 있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외과전문의가 나선 서울대병원의 치료경과 브리핑도 도마에 올랐다. 이송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언급한 '난도 높은 수술' 등의 문구는 부산대병원의 의료적 역량을 깎아내렸다는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를 처음 진료한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전원에 반대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양 병원 및 지역 간 자존심 싸움으로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주 응급의학과 봉직의 카페에서 한 환자가 서울대병원 전원 요청을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례가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전국 응급실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달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과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응급실 과밀화는 푸는 것이 핵심과제인데 이재명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에 모든 것이 역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응급실은 샤실상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23일 다수의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환자들의 전원 요청의 강도가 커졌다. 전원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이니 사실상 불필요한 민원을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도 지역 응급실에서는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으로의 전원 요청이 있긴 했지만, 이재명 대표의 전원 논란이 발생한 이후 경증 환자들도 큰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중론이다.

 

앞서 서울대병원 전원 요청 후 경찰신고 사례를 본인의 SNS에 공유했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를 '이재명 효과'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요즘에는 '이재명도 해주는데 왜 난 안해주냐'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응급실 현실을 꼬집었다.

부산대병원 '최고 등급 외상센터'인데서울대병원 이송 관련 문제제기 서울대병원 수술 집도의 "경험 많은 의사 필요했다" 등 일부 발언 논란 불러 서울대병원측 "먼저 이송 요청한 적 없다 / 이 대표 측에서 전원 원해 응했을 뿐"측 우리가 "먼저 이송 요청한 적 없다 이 대표 측에서 전원 원해 응했을 뿐" 응급·중증도, 외상센터 치료역량 고려 시 "부산에서 수술 받았어야" 일선 지적 야당대표 노린 테러사건 특수성, 가족 간호 필요성 등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경기도 소재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단 환자에게 큰 병원을 가도 못 봐주니 바로 입원해서 치료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하는 과정이 길어졌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배 이상의 설득시간이 필요하다. 현장대응이 어려워진 셈"이라고 했다.

 

그간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물론 정부 역시 경증 질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방문을 억제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과밀화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어 응급실 의사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소위 큰 병원 응급실을 가도 환자의 본인부담비용 자체에 큰 차이가 없으니 전원을 시켜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형국이다. 실제 모 지방병원에서는 헬기를 띄워달라는 환자의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환자들의 전원 요청 강도 커진 상황에서 응급실 이송거부법이 구체화되고 있다. 경증이어도 큰 병원으로 전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려보내지 못하게 하는 조건이 붙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장은 "대형병원만을 선호하는 현상이 거세진 상황에서 무조건 환자를 데려다 놓으라는 법이 시행될 예정이니 현장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상황에 치달았다고 느낀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응급실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초응급 환자들의 대응이 엉키게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왜곡된 분위기와 법으로 인해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구조로 변하게 되는 장면이 그려져 참담한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1027분쯤 부산 가덕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60대 남성 김모씨가 휘두른 흉기로 목 왼쪽 부위를 공격당했다.

 

이 대표 곁에 있던 지도부와 당직자 등은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지혈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사건 20여분 만에 도착한 구급차를 탄 이 대표는 오전 1113분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다. 계속된 출혈에도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이 대표 외상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소견은 '좌측 목빗근(목을 돌리는 근육)1.4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내용을 발표한 주체는 최초로 이송된 부산대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이었다.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된 이 대표가 당일 오후 1시쯤 헬기를 통해 서울 종로구 연건동 소재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속목정맥 60% 가량이 예리하게 잘린 이 대표는 상처부위 세척·봉합 및 혈관 재건술을 약 1시간 40분 동안(오후 420~6) 받았다.

 

전날 원내 공식 브리핑을 통해 직접 이 대표의 상태를 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중요 혈관 재건술을 한 뒤에는 (합병증 위험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다행히 잘 회복하셔서, 수술 다음날 (일반) 병실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 소생, 수술 등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최종 의료기관'이란 점이다. 지난 2019년부터 4년 연속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국내 최고 수준의 외상센터임을 인증받기도 했다.

 

, 의료진 부재나 병상 여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아닌 이상 타 병원으로 이송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대병원은 '우리가 먼저 서울대병원에 이 대표 전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브리핑 당시 "우리는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우리가 수술할 수 있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중환자실·수술실을 예약해 수술을 진행했다"는 서울대병원 민 교수의 발언에 부산대병원이 발끈한 이유다.

 

피습 직후 이 대표를 진료한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김재훈 교수 등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오히려 이 대표 전원에 반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자'인 이 대표 가족들이 서울대병원 내 수술을 원했던 만큼, 이송 시 악화위험이 낮다는 판단 아래 그 뜻을 존중했을 뿐이란 취지다.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정맥 같은 혈관 손상 치료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이 경험도 많고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못박았다.

 

이 역시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하다"고 밝힌 서울대병원(민승기 교수) 측 발표에 대한 반박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대병원이) 마치 여기(부산)서 치료를 못하니까 저희가 보낸 것처럼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CT 촬영 후 응급수술을 하려면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이 대표 측이 서울대병원을 지정해 이송을 원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상센터가 (환자가 스스로) 걸어서 오는 곳도 아니고, (그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전례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헬기 이송과 관련한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만 입장을 명확히 해준다면, 논란이 될 게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수술·회복을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도 이 대표의 응급도·중증도, 부산대병원의 치료역량을 감안했을 때 '이송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원스톱 최종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떠나 서울대병원을 고집한 것은 스스로 지역 필수의료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비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그 정도(이 대표 수술)는 지방 대학병원급에서 다 하는 수술"이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도 안정적인 상황이었고, 의학적으로 '(위급하게) 헬기를 타야 할 정도'라 판단한 게 아니라 (단순히) 가족이 원하는 경우는 민간이송(수단)을 이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옮겼다'고 한 말은 부··경의 의료를 형편없는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응급의료체계 질서를 깨는 행동이다 보니 ('지방 공공의료 강화' 등 주장과 달리) '언행 불일치'가 돼 임상에서 호의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도 "(민주당의 말처럼) 정말 위중한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곧바로 수술을 했어야 했다""가족들의 고민도 이해는 되지만, 부산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면 (당이 주장하는) 지역의료 강화에 더 힘이 실렸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역 의료계도 들끓고 있다. 전날 부산시의사회가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성명을 낸 데 이어, 광주시의사회도 이날 "전형적인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정석"이라며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비판했다.

 

김지호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도 전날 "환자 치료에 있어 의술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하고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신적 지지를 해줄 가족의 간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이를 병원에 요청한 것이 위법하며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사과해야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부산대병원 측에는 감사를 전하며 "(헬기 이송 등)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복지부와 부산대 외상센터 관할 보건소에 환자 전원과 닥터헬기 이송의 불법성에 대해 조사 의뢰하면 명쾌하게 밝혀질 일"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부산대병원 입장에선 충분히 자존심이 상했을 만한 일"이라면서도 "이를 지역 병원 간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