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4강 정상 모두 불참예정

2018. 1. 17. 05:18스포츠 · [ 뉴스 ]

빛바랜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4강 정상 모두 불참예정

 

 

 

시진핑 주석 불참...당 서열 7위 한정 상무위원 보내 아베 총리도 "국회 일정 보고 검토" 사실상 불참 가닥 "북한이 주빈 대접 받는데 들러리 서고 싶겠나" 관측도

 

2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미···러 정상이 모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가 구상하는 화합의 제전그림이 다소 빛이 바래게 됐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평창 올림픽에 보낼 고위급 대표단과 관련해 중국에서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한하는 방향으로 중국 측과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상무위원이 단장으로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간 시 주석의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외교력을 쏟아온 정부는 다소 실망한 기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만나 초청한 것만 두 번이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과 지난달 방중 때 정상회담에서다. 마침 베이징이 차기 겨울 올림픽 개최지라는 점도 정부의 기대감을 키웠다.

 

정부는 시 주석이 못 오더라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방한하기를 바랐지만 그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상무위원은 당 서열 7위다. 지난달 1019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까지 상하이(上海) 당서기를 지냈으며 오는 3월 상무부총리 임명이 유력하다.

 

중국 측은 한국에 시 주석의 불참 이유에 대해 국내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월 초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올해 전인대에서는 헌법 개정과 신임 전인대 상무위원장 선출 등 주요 직책에 대한 인사가 예정돼 있어 2월 내내 중국 수뇌부가 바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불참에는 현재의 남북 대화 국면 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가 한 팀으로서 남북 대화를 끌어가는 구도에서 중국이 과도하게 한국의 말을 들어주고 호응하는 것은 향후 북핵 주도권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아직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문제 여파가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 주석이 폐회식에라도 참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달라고 특정해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폐회식에서 올림픽 행사의 성공적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만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공식적으로는 미정이지만 사실상 불참으로 방침을 굳히고 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동유럽 순방 중인 15(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평창 올림픽 참석 관련 질문에 국회 일정을 보면서 검토하고 싶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정부가 한·일 간 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선언하고 일본이 낸 10억엔을 한국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 비판적 여론이 크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NHK16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국회 일정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총리실 내부 기류는 부정적이라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 의장이나 아베 총리의 측근 등 다른 고위 인사가 대표단을 이끌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평창에 자신이 오는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단장으로 하는 고위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식 출전이 금지된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굳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4강 정상들은 모두 국내 사정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북한 변수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시혜를 베풀어서 평창 올림픽이 성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4강 지도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지 않으냐. 자신이 주빈이 돼야 하는데 북한만 주목을 받고 들러리를 서게 될 가능성이 있어 오기를 꺼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4강 정상 외에 지금까지 독일, 프랑스 등 약 20여개 국가 정상이 평창 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