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위기 극복 구심점 역할해야"…삼성 위기론 속 연말 인사·조직 개편 규모 클 듯

2024. 10. 27. 17:25경제 · [ 산업 ]

이재용, "위기 극복 구심점 역할해야"삼성 위기론 속 연말 인사·조직 개편 규모 클 듯

 

|'삼성 위기론' 속 취임 2주년 맞은 이재용 전략은 / 올해도 별도 취임 행사 없어 부회장단·사장단과 잇따라 오·만찬 / 그러나 오찬이 끝난 뒤에도 공개된 경영 메시지는 없었다. / '뉴삼성' 2'New'가 안 보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안팎의 기대속에 '뉴삼성' 기치를 들고 '책임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그동안 성적은 그리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직후부터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았다. 복합위기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사업 네트워크 확장에 공을 들였다. '사법족쇄'의 한계속에서도 '뉴삼성'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둘러싼 상황은 유난히 혼란스럽다. 한두번씩 등장하던 위기론은 어느새 '다반사'가 됐다. AI반도체 실기에 대한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30년 넘게 굳건하게 1위를 지켜 온 메모리 반도체도 경쟁사에 밀리고 있고 스마트폰 사업도 애플과 중국의 공세에 위태롭다.

 

삼성 특유의 도전과 혁신 정신이 사라졌다는 비판과 함께 나아가야 할 비전·로드맵역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삼성을 둘러싼 위기감이 전방위적으로 고조되는 있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내놓을 위기 타개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지만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공개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삼성 위기론' 속 취임 2주년 맞은 이재용 전략은
❘'삼성 위기론' 속 취임 2주년 맞은 이재용 전략은


                        이재용 회장 된지 2년이 됐지만 오찬이 끝난 뒤에도 공개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로 회장 타이틀을 단 지 2년이 됐다. 하지만 올해도 별도 취임 행사 없고 부회장단·사장단과 잇따라 오·만찬 했지만 무 책임 경영차원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삼성 위기론 안개속 오너일가, 경기 수원 선영 모여 추모 이어진 사장단 오찬서 JY 공개 메시지 무 조용히지나간 이건희 4주기 반도체 발 위기론 확산 AI반도체 실기 뼈아파 "초격차 당했다" 냉정 평가 "이재용 회장 워딩으로 비전 제시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 일가가 25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를 맞아 조용한 추도식을 가졌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별다른 취임 2주년 기념행사 없이 차분히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앞서 2022년 회장 승진 당일에도 별도 취임식 없이 예정대로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으며, 취임 1주년인 지난해에도 재판에 출석했다.

 

올해의 경우 선친인 고()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맞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21), 추모 음악회(24), 추도식(25)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지난 24일에는 추모 음악회에 앞서 정현호 사업지원TF(부회장)과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 등과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현안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에도 추도식 이후 삼성 현직 사장단 50여명과 함께 1시간가량 오찬을 하며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되새기고 삼성의 위기 극복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진을 대표해 실적 부진을 비롯한 최근 일련의 위기 상황에 대해 '반성문'을 낸 만큼, 향후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데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미 앞서 수차례 삼성이 처한 현실과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미래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2022년 회장 승진에 앞서 가진 사장단 오찬에서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이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과감한 도전을 강조했다.

 

앞서 202111월에는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그 사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잇따르며 이 회장의 우려는 현실화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주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리고,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낮아진 시장 기대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내에서는 메모리 핵심 인력 등의 인력 유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반도체 특유의 토론 문화가 사라지고 조직간 책임 떠넘기기와 보신주의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가 절감에 집중하느라 기술 혁신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장이 20226월 유럽 출장 후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 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한 것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 출신 한 유튜버가 삼성전자 전·현직 3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영상이 화제가 되는 등 그간 쌓여왔던 불만의 목소리도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역대 장관들도 지난 14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특별 대담에서 잇따라 쓴소리를 내놨다.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취약하고, 개방된 혁신이 부족하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삼성이) D램의 성공에 너무 오래 안주하며 조직의 긴장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조직 문화와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고언했다.

 

이에 따라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있을 연말 인사 폭과 조직 개편 규모가 예년보다 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는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사장 승진이 2명에 그치는 소폭 인사로 안정에 무게를 둔 대신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 인사를 단행하며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는 쪽을 택했다. 대신 이례적으로 지난 5월 반도체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일부 사장급의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원 승진 규모나 전체 임원 숫자도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 DS 부문은 연구개발(R&D)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전진 배치하고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책임 경영을 위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필요성 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 부회장이 반도체 구원 투수로 전격 투입된 가운데 향후 부회장단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이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은 경기 수원 이목동 선영을 찾아 약 40분간 머무르며 추도식을 가졌다.

 

정현호, 한종희 , 전영현, 최성안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현직 사장단 50여명은 오너 일가에 앞서 선영에 도착해 20여분간 헌화와 묵념을 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통해 더 탄탄한 초일류 기업 도약을 다짐했던 이재용 회장이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술 중심 경영으로 초격차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취임 후 2년간 국내외 비즈니스 네크워크를 유지·확장하고 굵직한 자금집행에 나서는 등 성과를 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10개월간 공식 출장국 기준 총 11개국, 12차례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독일, 미국, 프랑스, 필리핀 등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네트워킹을 확대했다. 유수의 최고경영자(CEO) 들을 만나 신사업 기회도 논의했다.

 

그러나 숫자로 드러난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의 삼성전자 1위 체제가 흔들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례적으로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까지 냈다.

 

증권가가 추산한 삼성전자 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대체로 4조원대다. SK하이닉스 7300억원과 2조원 넘게 차이가 난다. 성과급 충당금 같은 일회성 요인을 배제하고 봐도 하이닉스가 앞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는 조단위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세계 1위 제품인 스마트폰과 가전사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과 차이가 확연히 좁아졌고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업체도 저렴한 가격과 애국소비를 앞세워 턱끝까지 추격해온 실정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TV 담당 VD 사업부와 생활가전 담당 DA 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 LG전자의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상황을 타개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사법 리스크는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첫 구속된 후 8년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불법 회계 혐의로 재판장을 오가고 있다.

 

경영을 화두로 하는 다른 오너들의 메시지와 달리 상생 등 재판을 고려한 메시지를 주요 화두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2017년 하만 이후 큰 인수합병(M&A)도 사실상 없는 상태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남은 만큼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뿐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술 중심의 인적 쇄신을 통해 초격차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삼성은 기술의 삼성’,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등 캐치프라이즈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원가절감 등 재무중시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관료주의와 부서 이기주의 같은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기술 경쟁력이 가로막혀 동력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의 ‘2인자정현호 부회장 책임론도 일고 있다. 정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담당하는 사업지원TF를 이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 어느때보다 삼성이 나아가야 할 비전이나 로드맵을 세울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삼성을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 승어부(勝於父)를 이뤄내겠다는 이 회장의 포부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선대회장의 신경영에 버금가는 강한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이 회장 취임 2주년이지만 어닝쇼크로 사과문까지 낼 정도로 삼성의 상황은 좋지 않다면서 지금과 같은 타이밍에 그룹의 아이콘인 이재용 회장이 정중동 모드가 아닌 신구상을 발표하는 것도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 제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사법 리스크가 이 회장의 발목을 잡아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직 전반에 만연한 보신주의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이건희 선대회장도 1987년 취임 후 당장이 아닌 1993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했다면서 취임 3년에 접어드는 시점인만큼 이제 자신만의 워딩으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위한 전략은 두드러지지 않는다""이 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며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처럼, 삼성이 본격적인 ‘JY 체제에 돌입한 만큼 이 회장도 뉴삼성비전을 선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93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 등 경영 혁신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복귀해 오너 책임 경영의지를 내비칠 가능성 제기된다. 현재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뿐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지난 18일 취재진과 만나 삼성은 현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최대 기업이지만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 약화, 인재 영입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며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 회장은 201610월 임시 주총을 통해 등기이사인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2019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치고 현재까지 5년째 미등기 이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