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2. 09:59ㆍ외교 · [ 통일 ]
트럼프, 北과 비핵화 협상 기대감 없어… 南·北·中에 분노와 의심
"北과 비핵화 협상 신통치 않을 것" 워싱턴 정가 우려 확산에 초조/'중매자' 자처한 文대통령 책임과 시진핑 中주석 배후설 등 주장/김정은과의 담판 실패할 때 대비… 책임 떠넘기기 사전작업 가능성
북한의 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분노와 의심이 북한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향하고 있다. 특히 6월 12일 정상회담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하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망신(political embarrassment)'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한국을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왜 북한의 (정상회담 취소 위협) 담화 내용이 남북 정상회담 후 문 대통령이 전한 내용과 상충되는지를 물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20일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미·북 회담의 '중매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에게 현 상황의 해석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책임을 따져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23일로 잡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단 나흘을 기다리지 못하고 수화기를 든 것이다.
이는 향후 협상이 열리지 못하거나 성과가 없이 끝날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도 있다. 이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두 차례나 평양을 방문해 북한 김정은을 만났고, 미 정부 협상단이 비밀리에 북한과 정상회담 의제 등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악관은 북한의 속내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채널이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에게 이 부분을 물었다는 것은 '중매자'에게 정치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은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비핵화) 협상이 성사될 때까지 북한 국경을 강하게 죄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 구멍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며 "(양국 간 교역 증가는) 북한이 협상에 사인한 뒤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7일 "(북·중이) 두 번째 만났을 때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김정은의 1차 방중 때도 국가안보회의(NSC) 회의 석상에서 중국이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감정이 상해 화난 반응을 보였다"며 "결국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서한을 전달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과 분노 속엔 스스로 "모두가 내가 노벨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떠벌리고 다녔던 '말빚'이 깔려 있을 수 있다.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노벨상을 기대했던 사람이 회담 개최조차 불투명해지자 마음이 급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과 회담 성사에 대한 열망을 알아챈 김정은이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제안'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 핵협상을 파기한 것도 강한 심적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NY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이 "6개월 안에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넘기고 관련 시설을 폐쇄하며 사찰을 허용하는 스케줄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전면적인 핵폐기는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을 통해 이란 핵물질의 97%를 외부로 반출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란보다 못한 결과를 얻었을 경우엔 상당한 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 부담을 안고 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하느냐"고 참모들에게 질문을 퍼부은 이유일 수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비핵화 협상의 결과물이 신통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WP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변에 "회담이 잘 추진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 관리는 "남북 정상의 평화회담 희열감에서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벌써 '판문점 선언'의 일부 약속을 파기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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