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태극전사들"최선 다했다" 투혼과 냉혹한 현실이 뒤섞인 한 마디

2018. 6. 24. 19:57스포츠 · [ 뉴스 ]

월드컵 태극전사들"최선 다했다" 투혼과 냉혹한 현실이 뒤섞인 한 마디

 

 

"최선을 다했다."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을 보여주는 말인 동시에, 세계 최정상급과 확연히 벌어진 격차를 확인하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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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 팀은 23일 밤 12(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리고 있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패했다. 한국은 2연패를 거두고 조 최하위로 밀렸다. 다음 상대는 FIFA랭킹 1위 독일이다.

 

최선을 다했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은 피치에 넘어졌고 눈물을 쏟았다. 만회 골을 넣은 손흥민도 경기 뒤 인터뷰를 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모든 힘을 쏟고도 경기를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국민분들께 조금이나마 더 좋은 경기, 한국 축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한 뒤 "너무나 죄송스럽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기 뒤 현지에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한 선수들의 목소리도 같다.

 

"국가 대표고, 응원해 주시기 때문에 포기하고 쉽게 상대에게 경기 내준다면 국가 대표 자격이 없다고 서로 이야기 했다. 끝가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 주세종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모든 선수들이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감정적으로 격앙이 된 것 같다. 경기하면서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 기성용

 

한국은 이제 마지막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든 힘을 다 쏟고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일단 후회는 남지 않을 터. 멕시코전에 나선 태극전사들에게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도 아깝지 않았다. 독일전에서 유종이 미를 거두기 위해 한국은 또한 힘껏 부딪힐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은 결코 아깝지 않다.

 

다만 선수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과 별개로 한국 축구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통렬한 반성 없이는 아픈 월드컵 도전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4년 전 브라질에서 눈물을 흘린 뒤 격차를 좁히려고 노력했으나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비해 크게 발전한 부분이 없다. 모든 축구인들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냉정하게 한국의 경기력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투지로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선수들은 모두 후회없이 싸웠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절대적인 기량 차이가 컸다. 11 싸움에서 밀렸고 전술적으로도 실험을 반복하는 통에 짜임새가 떨어졌다. 승부처에서도 약했다. 공격 마무리는 투박했고 수비적으로는 실수에서 시작해 성급한 플레이를 저질러 2실점이나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의 현실은 참 아팠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도 스웨덴전을 마치고 "선수를 비난해서 경기력이 좋아진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한계가 있다. 높은 성적을 바라지만 유럽이나 월드컵에 가보면 환경, 현실, K리그 등 여러 여건이 냉정히 보면 16강을 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현실론을 제기했다. 한국 축구가 갈 길이 아직 멀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려면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앞서 가는 축구 강국들은 한국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차이를 좁히려면 한국이 따라잡는 속도가 빨라야 할텐데, 앞서 달리는 이들이 더 노력하니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냉정하게 한국이 16강 진출을 노린 것 자체가 지나친 욕심이었을지 모른다.




 

한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치른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저에서 1-2로 패했다. 앞선 스웨덴전에서 0-1로 패한 대표팀은 2연패에 빠졌다. 다만 희망은 남았다. 또 다시 경우의 수와 조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독일과의 최종 3차전 결과에 따라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이날 역시 패배의 중심에는 장현수가 있었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는 이날 2실점 하는 장면에서 모두 태클을 시도했다. 한 번은 핸들링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다른 한 번은 상대 공격수에게 완벽하게 속아 자유로운 상태에서 슈팅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줬다.

 

이 두 번의 태클을 두고 축구 선배이자 해설위원들은 작심한 듯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첫 번째 태클 장면을 두고 "저 상황에서는 태클을 들어가면 안 된다. 태클 없이 막아서면 된다. 태클을 확실할 때만 해야 한다""축구의 기본은 태클하지 않아야 하는 장면이다. 이 경기를 학생들도 볼 텐데 저 상황에서는 태클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장현수의 두 번째 태클 장면을 두고 "전반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태클을 할 타이밍에 해야 하는데 태클하지 말아야 하는 타이밍에 태클하고 있다""상대가 슈팅 하기도 전에도 전에 태클을 걸면 어떡하나. 공격수는 그걸 기다리고 있는데, 전반전에 핸들링 준 것도 마찬가지다"고 일침을 가했다.

 

축구인 두 선배의 독설과 일침은 틀린 말이 아니다. 장현수는 이날 의지를 앞세워 냉정함을 잃었다. 아마도 스웨덴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장현수는 이날도 패배의 중심에 섰다. 장현수는 얼굴을 들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장현수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장현수는 월드컵을 향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된 실수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곤 했다. 해설위원 이전에 축구 선배인 이영표, 안정환 위원도 안타까움에 독설과 일침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은 말 그대로 증명하는 자리이다. 실수도 반복하면 실력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태클하지 않는 것이 기본인데, 냉정함을 잃고 몸부터 날려 태클을 시도한 장현수가 한국에서 수비진 조율을 가장 잘한다고 대표팀에 합류한 수비수이다. 신예 김민재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수비진 비상 신호가 걸렸다. 선수층도 얇고, 실력 차이가 극과 극이며, 몇몇 선수 위주로 경쟁 없이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이 한국 축구 수비진의 현 주소이다. 이 상황이 될때까지 축구 선배들은 마이크를 잡는 것 외 어떤 노력을 했을까.

 

다만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선수 개개인을 지적하기 보다는 자신을 돌아봤다. 박지성 위원은 이 결과가 지금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4년 후에도 이러한 패배는 거듭될 것이라고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과정의 성공엔 격려를, 결과의 실패엔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지만, 최선을 다해도 이기지 못하는 현실은 냉정히 되짚어봐야 한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기를 마친 뒤 "우리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라고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강한 상대였기 때문에 인정하고 계속해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