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일관계 갈등 높아지고 있다.…한·일관계 결국 국제 여론전으로 비화

2019. 1. 8. 10:23시사 · [ 논평 ]

새해 한·일관계 갈등 높아지고 있다.·일관계 결국 국제 여론전으로 비화

 

 

 

초계기·강제징용 갈등 격화개헌·레임덕 위기의 올해’/‘필요에 의한 갈등부채질한국 정부, 대응 수위 높일 듯

 

새해 벽두부터 한·일관계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이 동해에서 조난 중인 북한 선박을 수색·구조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일본 해상초계기논란은 국제 여론전으로 번졌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지율이 40% 전후까지 하락하는 등 국내정치적 위기에 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보수층을 중심으로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해 앞장서서 한·일 갈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아베 총리에게 2019년은 개헌과 레임덕 방지 등을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해다.

 

로키 대응하던 정부도 더는 상황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일 갈등은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 초계기 논란은 국제 여론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국방부는 6일본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영상을 방위성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려 국제적으로 잘못된 인식이 퍼질 수 있다전 세계 네티즌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한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8개 언어로 영상을 제작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공식 유튜브에 다국어 영상을 게시해 일본의 부당한 행위를 국제이슈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안의 본질은 일본 P-1 초계기가 위협적 저공비행으로 광개토대왕함의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을 방해한 것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500m 거리까지 접근하고, 150m 상공으로 위협 비행했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영상에서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화기관제) 레이더(STIR)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하지 않았다는 점도 명확히 하고 있다.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북한 선박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사격통제 레이더 작동은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입장은 그대로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 방위성에서 공표한 대로라고 했다. 방위성은 지난 5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내용에 일본의 입장과는 다른 주장이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국 해군의 광개토대왕구축함에서 해상자위대 소속 P-1 초계기에 대한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는 불측의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로, 이러한 사안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양국 국방당국은 초계기 논란에 대한 실무협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아베 정권이 기존 주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애초부터 자신들의 국내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려는 의도에서 쟁점화한 만큼 현시점에서 타협에 나서는 모양새 자체가 아베 정권에 큰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은 회의 장소를 서울로 할지 도쿄로 할지를 놓고도 물밑 신경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판결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간 사이 일본 측이 갈수록 공세를 높이면서다.

 

아베 총리는 NHK 토론 프로그램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 들어간 것에 대해 극히 유감으로 정부로서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국제법에 의거해 의연한 대응을 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 검토를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은 5일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 자산보전 조치를 통보할 경우 한·일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정부 간 협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ICJ로 가져가기 위한 전 단계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3국을 포함해 중재 조치를 요청하고 ICJ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개헌 야욕아베의 이슈화도 요인정부, 일본 주장 문제점 지적한 ‘6개 국어 자막 영상추가 공개

표류 중인 북한 선박을 구조하던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했다는 일본의 주장으로 야기된 한·일 간 충돌이 심상치 않다. 유튜브를 통한 영상 공개로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번 사안은 정부 간 충돌을 넘어 국제적 여론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국방부는 일본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미 공개한 국문·영문 자막 영상 외에 6개 외국어 자막 영상을 7일 공개했다.

 

이번 사안은 군사작전을 놓고 빚어진 충돌이라는 점에서 양국관계가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불완전한 과거청산에도 한·일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군사·안보 분야 협력 필요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안보협력 같은 기존 갈등 방지 메커니즘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한·일관계 현주소가 입증된 것이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광개토대왕함의 소속 부대인 해군 1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외국 함정 및 항공기를 조우했을 때 등 어떤 우발상황에도 작전예규와 규정, 국제법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해 현장에서 작전이 종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 위협비행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질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이 이번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데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전범국가의 오명을 벗어던지고 더 이상 사죄하지 않는보통국가가 되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삼고 평화헌법 개정에 매달려왔다. 아베 정부는 2015년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만들고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 2017년에는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는 등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만들기작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해결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무효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양국 간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해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일 군사당국 간 협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은 양국 간 신뢰가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국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다는 것도 타협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40%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아베 총리 역시 40%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일관계에서 양국은 국내 여론을 설득하는 정책을 펴기보다 여론을 따라가는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128월 지지율 20%의 이명박 정부가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해 반등을 모색하자 역시 20% 지지율에 고전하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정부가 강경하게 맞받아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일관계 악화에 결정타 역할을 한 것이 좋은 예다.

 

·일 갈등이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했던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 동맹국인 한·일이, 그것도 안보·방위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역대 미국 행정부와는 달리 매우 빈약한 동아시아 정책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재는커녕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상황이 길어지면 양국 모두에게 손실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적극 소통으로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만 ICJ 제소는 한국 동의가 필요한 만큼 현실화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대응을 언급하는 것은 국제 여론전을 통한 한국 때리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은 지난해 1231일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PNR’의 한국 자산을 압류해달라며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지난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뒤 기자들에게 “(일본 정부는) 관계부처들과 연계해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그 이전에 한국 정부가 (먼저) 확실히 대응해주길 바란다는 자신의 발언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