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산하기관 임원 교체 靑과 여러차례 회의"

2019. 2. 23. 11:49사회 · [ 이슈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 여러차례 회의"

 

 

장관 정책보좌관 2명 소환 계획 / 과장은 의원 보좌관 출신

, 블랙리스트 작성 단계부터 개입 정황 담긴 문건 확보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환경부와 청와대 간 연결고리를 추적 중이다. 이 확인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음 주초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재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검찰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주진우)는 환경부 장관 정책보좌관실 노모 전 국장(1급 별정직 정책보좌관)과 이모 전 과장(3급 별정직 정책보좌관)을 금명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환경부 주변에선 이 두 인물을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장관 직속 정책보좌관실은 장관의 정무적 활동을 보좌하는 곳이다. 장관이 어떤 역할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위상이 달라지긴 하지만, 김 전 장관 시기 환경부에선 강력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지난 20178월 임명된 노 전 국장과 이 전 과장은 부처 내 실세로 꼽혔다. 노 전 국장, 이 전 과장은 환경부와 관련된 각종 내외부 정보를 취합해 장관에 보고하고 장관의 지시를 받아 실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두 인물이 그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으리라는 얘기다. 검찰이 이 두 인물에 대한 소환조사 계획을 세운 건 이 때문이다.




 

검찰은 노 전 국장을 소환해 김 전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를 추궁하고, 이 전 과장에겐 청와대와 어떤 방식으로 인사 관련 정보를 공유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은 특히 20대 국회에서 여당 A의원실 보좌관 출신이다. 검찰은 이 전 과장이 국회에 있을 때 함께 보좌관으로 활동한 이들 가운데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인물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서로 적극 교류하면서 친여권 성향의 환경 분야 인물들에 대한 인사 정보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당시 사정을 아는 한 환경부 관계자는 노 전 국장은 장관으로 전달되는 모든 문건을 보고 받고 관리한 인물이라 부처 사람들은 그를 노순실이라고 불렀고 이 전 과장은 청와대 등 외부와 연결된 메신저 역할을 주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미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김 전 장관의 재소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검찰은 이르면 내주 초 김 전 장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과장과 인사 정보를 공유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먼저 비공개로 소환된 뒤 김 전 장관을 부르고, 그 다음에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검찰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들의 임원을 내보내는 과정에 청와대가 처음부터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 문건은 환경부가 전 정권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때부터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단서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주진우)는 지난달 환경부를 압수 수색해 '청와대 협의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산하기관 임원 교체 문제로 여러 차례 회의했다고 한다. 이 문건은 청와대와 회의한 내용을 정리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78월부터 작성했고 여러 건이라고 한다.

 

문건에는 어떤 임원을 교체할지를 두고 청와대가 환경부에 지시한 구체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단순히 임원들의 사퇴 상황을 사후에 보고받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진행 상황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다. 문건 작성에 참여한 환경부 직원들은 "청와대 지시를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20177일 취임 직후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환경부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에서 공공기관 임원들의 정치적 성향과 비위 사실 등을 망라한 블랙리스트 추정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후임 임원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했다는 진술 등도 확보한 상태다.

 

청와대는 "인사수석실이 환경부에서 산하기관 임원 사퇴와 관련한 보고를 받는 것은 적법한 관리·감독권 행사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직권 남용이 성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직권 남용은 공무원이 자기 지휘를 받는 아래 공무원에게 위법한 일 등을 시켜 실행됐을 때 성립한다. 청와대가 환경부를 통해 전() 정권에서 뽑힌 특정 산하기관 임원 등을 내보내기 위해 사표를 받게 하거나 '표적 감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직권 남용 성립 요건 중 하나인 '위법한 일'을 시킨 것이 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공공기관 임원 임기는 보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