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8. 08:18ㆍ생활 · [ 물가 ]
서울 소고기값, 뉴욕의 5배… 감자는 런던의 3배
【뉴욕·도쿄·런던보다 5배 비싼물가 서울】
우유 1L, 서울 2570원·런던 1070원·뉴욕 1650원·도쿄 2420원/코카콜라·델몬트 오렌지주스·스타벅스 커피 가격도 서울이 1위
지난 3월부터 일본 도쿄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한 대학생 신모(21)씨는 "일본 물가가 비싸다고 해 겁을 먹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한국에서 자취할 때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신씨는 "자취생 필수 식품인 계란이나 우유, 식빵은 일본이 오히려 더 싼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셰필드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귀국한 주부 박모(33)씨는 한국 마트에서 우유 값을 확인할 때마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영국에선 1파운드(약 1520원)면 2.7L짜리 대용량 우유 한 통을 살 수 있었지만, 한국에선 같은 가격에 500mL 우유 한 팩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외식비를 제외하면 우유뿐만 아니라 식빵, 소고기, 돼지고기 전부 영국이 훨씬 저렴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먹고사는 데 많은 돈이 든다는 건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었다. 본지 조사 결과 우리는 국민소득이 더 많은 미국, 영국, 일본보다 더 비싼 물가 속에 살고 있다.
◇ 서울 마트 가격, 소고기는 뉴욕 5배, 감자·바나나는 런던 3배
지난 2일 서울역 롯데마트 정육 코너에선 국내산 1등급 소고기 등심 한 팩(300g)을 2만7600원에 팔고 있었다. 100g당 9200원인 셈이다. 비슷한 시각 미국 뉴저지주 세카우커스 월마트. 대형 마트가 없는 뉴욕 맨해튼 주민들이 주말에 다리를 건너 장을 보러 오는 곳이다. 이곳에선 초이스급(둘째로 높은 등급) 스테이크용 등심을 100g당 1750원(1.5달러)에 팔고 있었다. 한국의 5분의 1 가격이다. 영국 런던 윔블던에 있는 테스코 메트로점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100g당 2510원(1.65파운드)에 자국산 등심을 판매 중이었다.
닭가슴살도 가격 차이가 컸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참프레' 닭가슴살 한 종류만 팔고 있었는데 300g 한 팩에 5900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도쿄에서 가장 큰 수퍼마켓 체인인 세이유 이케부쿠로점에서는 같은 양의 닭가슴살을 서울의 반값도 안 되는 2270원(217엔)에 살 수 있었다. 뉴욕은 2240원(1.92달러)으로 좀 더 저렴했고, 런던도 3810원(2.5파운드)으로 서울보다 쌌다.
전 세계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자재, 계란을 파는 코너로 건너가 봤다. 서울에서는 10개 한 판(대란)에 2980원이었는데, 도쿄에서는 2220원(213엔)으로 700원가량 저렴했다. 뉴욕과 런던도 각각 1390원(1.19달러), 2350원(1.54파운드)으로 한국보다 쌌다.
우유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롯데마트에선 1L짜리 서울우유 한 팩이 2570원이었는데, 런던 테스코에서는 1.136L짜리 '브리티시 홀 밀크' 한 통을 1220원(0.8파운드)에 살 수 있었다. 같은 1L로 환산하면 1070원으로, 서울이 런던보다 우유 값이 2.4배 비싼 셈이다. 뉴욕은 1650원(1.42달러), 도쿄는 2420원(232엔)으로 역시 서울보다 저렴했다.
쌀 4㎏ 가격은 경기 여주쌀이 1만8500원, 일본 홋카이도산 나나쓰보시가 1만6040원(1536엔)으로 일본이 13%나 더 쌌다. 영국에서는 현지인들이 가는 대형 마트에 자포니카종 쌀을 팔지 않아 한인 마트를 찾아갔는데, 이곳에서 파는 수입 한국쌀 가격도 1만8240원(11.98파운드)으로 한국보다 저렴했다.
이런 식으로 조사를 해보니, 20개 품목 중 서울이 가장 싼 품목은 시리얼 단 한 개뿐이었다. 20개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았을 때 서울이 16만9140원으로 4국 대도시 중 가장 비쌌다.
그나마 일본은 소고기가 워낙 비싼 탓에 서울과 도쿄의 물가는 엇비슷한 수준이 됐다. 도쿄 세이유 이케부쿠로점에서는 자국산 등심을 팔지 않아 신주쿠에 있는 수퍼마켓 체인 요시야 가구라자카점에 갔더니, 소고기 산지로 유명한 홋카이도산 등심이 100g당 1만4430원(1382엔)에 판매 중이었다.
◇ 스타벅스·코카콜라도 한국이 제일 비싸
나라마다 생산·유통 환경이 크게 다른 농축산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품질이 똑같은 제품도 유독 한국에서 비싸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가격을 비교했더니 서울(4100원)이 유일하게 4000원을 넘겨 4개 도시 중 1위였다. 뉴욕(2850원)보다는 44%, 도쿄(3660원)와 비교하면 12% 더 비쌌다. 글로벌 물가 비교의 대명사인 맥도날드 빅맥 단품 가격은 서울(4500원)과 영국·미국이 비슷한 수준이고 일본(4070원)보다는 꽤 비쌌다. 탄산음료(코카콜라)와 오렌지주스, 초콜릿도 4개 도시 중 가장 비쌌다.
4국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했더니, 한국에서 "'악' 소리 나는 물가 때문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런던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영국은 식재료가 싸서 먹고사는 데 큰돈이 들지 않는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과일과 야채를 마음껏 먹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뉴욕·런던·도쿄 특파원, 직접 장 봐서 서울과 비교… 글로벌브랜드는 동일상품, 농축산물은 중상급 기준
이번 물가 조사는 한국·미국·일본·영국 4국에서 공통적으로 소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품목을 대상으로 했다. 현지 중산층이 자주 가는 대형 마트 또는 수퍼마켓을 찾아 각 특파원이 직접 장을 보면서 가격을 집계했다. 글로벌 브랜드는 같은 상품을 조사하고, 해당 제품이 없는 경우엔 그와 가장 유사한 제품을 골라 단위를 통일했다. 소고기·감자·계란 등 농축산물은 가격과 품질이 중상급 정도인 제품을 기준으로 했다. 환율은 5월 2일 기준으로 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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