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30. 05:30ㆍ조세 · [금융 ]
장기소액연체 159만명 ‘빚의 굴레’ 벗겨준다
‘문재인표 빚탕감 정책’발표 채무원금 6조2천억원 추산 회수할 재산 없고 월소득 99만원 이하 내년 2월부터 신청, 심사거쳐 소각 재원, 세금 대신 금융사 출연으로 금융위원장 “도덕적 해이 틀 가두면 저소득·취약층 평생 연체 못 벗어”
정부가 1천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한 159만명에 대해 채무 원리금 전액을 탕감(채권 소각) 해주기로 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국민행복기금 이후 5년 만에 나온 ‘문재인표 빚 탕감 정책’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채무 원금이 1천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10년 이상 빚을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가 빚 탕감 대상이다. 금융위는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월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의 60%(1인 가구 기준 월 99만원)를 밑돌면 스스로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연식이 10년 이상 된 자동차나 생계를 위해 영업용으로 쓰는 1톤 이하 차량 등 ‘생계형 재산’은 심사에서 제외된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우원식 원내대표.
금융위는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장기소액연체자는 대략 159만명으로, 채무원금은 6조2천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빚 탕감을 받는 채무자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빚 탕감 프로그램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채무자 스스로 빚 탕감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런 정보가 없는 이들은 몰라서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 도입된 국민행복기금도 매입 채권의 절반 정도 채무자만 채무조정 약정을 맺었다.
빚 탕감을 받기 위해서는 내년 2월부터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재산·소득·금융·과세 등 증빙자료와 함께 신청서를 내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채권 추심은 바로 중단되고, 채권 소각은 최대 3년 내에 이뤄진다. 다만 상환능력이 인정되면 이자는 전액, 원금은 90%까지만 줄여준다.
금융위는 소요 재원을 현재로선 추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청자와 채무 규모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매입 채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재원 규모를 뚜렷이 밝히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금융위 쪽은 “채무 정리를 위해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장기 채권을 매입해야 하는데, 정부가 미리 소요 재원 규모를 밝혀 놓으면 매입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연체 채권은 원금보다 크게 싼 가격에 거래되는 터라, 소요 재원은 수백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출연금이나 시민사회단체 기부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빚 탕감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되는 ‘재정’은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명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납세자보다는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금융회사가 일정한 책임을 진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올들어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날 장기소액연체자의 처지를 드러내는 자료도 공개했다. 빚 탕감 정책이 자칫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소액연체자 중 정부가 세부 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국민행복기금 내 미약정 채무자(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매입했으나, 원금 탕감 및 채무 상환 약정을 맺지 않은 채무자)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국민행복기금을 이용하는 장기소액연체자 중 61% 정도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채무를 지고 있다. 평균 채무 원금은 450만원, 연체 기간은 약 14.7년으로 추산됐다.
또 60살 이상 고령자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 30%에 이르고, 채무자의 약 46% 정도는 소득이 중위소득의 40%를 밑돈다고 밝혔다. 금융위 쪽은 “국민행복기금은 이자를 면제해주고 원금은 최대 90%까지 탕감해주면서 나머지 원금은 상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미약정 채무자들은 나머지 절반의 원금도 상환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형편이 어려워 채무 조정 자체를 거부하거나 거주지가 확인이 안돼 연락이 닿지 않은 채무자들”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빚 탕감 대상자) 대부분은 저신용 저소득층이며 사회취약계층이다. 이런 분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틀에 가두어 상환을 통한 채무 해결만 기다린다면 이 분들은 평생 ‘연체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사회·경제적으로도 비생산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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