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EMP 공격 막을 수 있는 차폐소재, 어디까지 왔나

2017. 10. 20. 09:10우주 · [ 과학 ]

북한의 EMP 공격 막을 수 있는 차폐소재, 어디까지 왔나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기까지 우린 수십 개의 전자기기와 함께 생활한다. 이때 발생하는 전자파는 좋든 싫든 인류와 공존하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최근 전자파의 무서움이 새삼 화제다. 6차 핵실험까지 진행한 북한이 수소탄을 고공에서 폭발시켜 고출력 전자파(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EMP는 기계군단 센티넬을 한 번에 무찌르는 막강한 공격법으로 등장했다. EMP는 강력한 전자파로 전자기기를 파손시킨다. 가령 220V를 사용하는 기기에 이보다 높은 500V의 전압을 가하면 회로가 타버려 쓸 수 없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통신시설이 파괴되고 금융망이 마비되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전자파를 흩뜨려 EMP 공격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방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전자파를 반사하는 재료로 회로 등을 코팅해 전자기기 자체를 보호하는 방식과 주요 통신시설이 위치한 공간을 방호할 차폐실(shielding room)’을 만드는 방식이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고공에서 터뜨려 고출력전자기파(EMP)를 보내는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팀은 차폐 소재를 연구하는 국내 대표 연구진이다. 전자파를 99.9%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 왔다. 구 연구원은 전기전도성이 높을수록 전류가 외부로 산란되면서 차폐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기존엔 은이나 구리 등 금속을 차폐 재료로 활용했다. 하지만 초소형 전자기기의 기판에 쓰기에는 상대적으로 무겁고 가공이 어려운 편이어서 미래 전자기기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한 신소재 멕슨(MXene)’은 금속이 아니라 고분자 물질임에도 전기전도성이 우수하다. 1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두께의 멕슨을 층층이 쌓아올려 만든 4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두께의 차폐 필름은 금속만큼의 차폐 성능을 보였다.

 

최근엔 고분자에 속이 빈 공 모양 구조체를 삽입한 폴리카프로락톤이라는 차폐제도 개발했다. 속이 빈 공의 표면을 구리로 코팅한 뒤 고분자 안에 주입하면 전기전도성이 생긴다. 전자파가 이 재료에 다가오면 공을 코팅한 구리로 인해 표면에서 반사된다. 반사되지 않고 내부로 들어온 전자파는 공 안을 돌아다니다 열손실로 사라진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 921일자에 실렸다.

 

연구의 주저자인 이승환 KIST 연구원은 멕슨과 폴리카프로락톤 복합체는 모두 가공이 쉬워 스프레이처럼 뿌려 간단히 반도체 기판을 차폐제로 코팅할 수 있다“EMP 공격은 물론이고 부품들이 고도로 집적된 최근 전자기기의 내부에서 전자파 간섭으로 생기는 오작동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통신 시설의 장비들을 전자파 차폐 능력을 가진 특수한 공간 내부에 두는 방호법도 있다. 현재는 건물 안에 특수 제작한 차폐실을 둔다. 철판을 빈틈없이 용접해 어떤 전자파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는 육면체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건물 안에 별도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은 이런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자재 자체에 차폐 성능을 부여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특수 개발된 차폐 자재로 건물을 지어 별도 설비 없이도 건물 전체가 전자파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국내 대부분 건축물에 쓰이는 철근콘크리트에 주목했다. 일반 철근콘크리트는 전기전도성이 없어 전자파를 반사시키지 못한다.

 

김성욱 건설연 구조융합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EMP 방호는 국가 안보의 문제라 국가 간 기술 교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자적 연구가 필요하다고출력 전자파 방호용 건축자재 연구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향후 국가 주요 정보통신 기반 시설에 적용해 방호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