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6. 05:14ㆍ건설 · [ 노동 ]
"백수 탈출 꿈꿨는데…저무는 한 해가 더 서글퍼요"
지난달 실업률 9.2%… 사상 최고/ 경기 나아지는데 고용절벽 지속/“연말 구직 스트레스 더 받아” 68%/ 자신상태 ‘고목사회’로 표현 최다/“정부, 채용비리 근절 노력해주길”
“크리스마스가 어딨겠어요. 내년도 백수로 시작하는데….”
서울 관악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대학 졸업 후 두 번째인 올해 크리스마스도 한숨으로 맞았다. 25일 고시원에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 간단하게 요기를 한 뒤 독서실로 향했다. 그는 “올해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번 성탄절은 취업에 성공해서 친구들과 함께 ‘폼’나게 보내고 싶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누구라도 들뜨기 마련인 연말이지만 취준생들의 한숨은 가시지 않는다. 새해의 희망도 떠올리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내년에도 취업이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뉴스와 백수로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무겁기만 하다. 경기는 나아질 조짐을 보인다는데 ‘고용 한파’는 꺾일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취준생들의 겨울은 더욱 춥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0%포인트 상승한 9.2%를 기록했다. 지금의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11월(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실업률(9.4%)은 1년 전보다 1.2%포인트 올랐다. 3년 만에 경제성장률 3%대로 복귀하고 무역 1조달러·코스피 ‘2500 고지’를 밟았지만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직후로 돌아간 것이다.
▼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공공기관 취업 정보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다.
박모(29)씨는 올해 100개가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서류 전형을 통과한 게 고작 19곳이었고 면접은 열 번도 보지 못했다. 박씨는 “안 그래도 서류 통과가 쉽지 않았는데 내년에 30대가 되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집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말하시는데 그건 또 쉽겠나. 이래저래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조사에서는 연말이어서 한숨이 더욱 짙어진 취준생들의 사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잡코리아가 최근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1055명에게 ‘취업 스트레스’를 물은 결과 67.7%가 “연말 들어 특히 빨리 취업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과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의 이 같은 답변은 71.8%에 달했다.
‘올 한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할 사자성어’를 꼽아달라는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구직자 389명 대상)에서 ‘고목사회’(枯木死灰·‘나무와 불기 없는 재’라는 뜻으로 ‘의욕없는 사람’을 지칭)가 20.1%로 가장 많았다.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 속에서 의욕을 잃어가고 있는 취준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의 ‘전전반측’(輾轉反側),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 ‘수무푼전’(手無分錢)을 고른 대답도 많았다.
취업포털 측 관계자는 “공채 시즌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연말에 구직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더욱 힘들지 않겠느냐”며 “취준생들은 비용 걱정에다 사람들과의 자리를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면서 더욱 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실업률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거시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나 청년고용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내년 1월 중으로 청년고용 상황과 대책을 점검하는 청년고용점검회의를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취준생 정모(30)씨는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취업 한파를 한방에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최근 채용비리에서 보듯 열심히 준비한 취업준비생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일만이라도 없게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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