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시내 달리는 공단 통근용 '남한 버스'…조선중앙TV '무더위 보도'에 등장

2022. 7. 5. 07:58북한 · [ 종합 ]

개성시내 달리는 공단 통근용 '남한 버스'조선중앙TV '무더위 보도'에 등장

 

개성공단 통근용 차량 '무단 운행' 포착 / 조선중앙TV '무더위 보도'에 등장 / 한반도기·현대차 로고는 떼 / 화재 뒤 드러난 통근 버스 움직임 / "버스는 남측 자산, 남북 합의 위반"

 

말로만 듣던 차량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위성사진들 미국의 소리(VOA)는 민간 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개성공단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정부 발표에 나온 이달 9일 촬영된 영상을 보면 공단에 있는 '가방·신발 생산 지구'의 모습이 보인고 공장 건물 옆에 있는 여러 개의 파란색 물체도 촬영 됐다.

 

본체는 파란색, 윗부분 일부는 하얀색으로 과거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개성공단 통근 버스 '에어로시티'로 추정된다. 또 같은 지점에서 지난해 8월 찍힌 위성 사진도 공개됐다. 해상도가 훨씬 높아 해당 버스가 '에어로시티'라는 가능성을 높였다.

 

이를 근거로 미국의 소리는 에어로시티 9대가 해당 공장에 최소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드나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공단 내 또 다른 지점 4곳에서도 버스 운행 등 '미묘한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한바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근로자 통근용으로 운행했던 버스를 무단으로 반출해 운행하는 모습이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됐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오후 8'보도'에서 "일부 지역에서 고온현상이 나타났다"며 당일 오후 3시 개성시내 거리 풍경을 전했다.

 

TV 영상엔 섭씨 33도 무더위에 도로가 달아오르면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파란색 버스가 지나는 장면이 나왔다.

 

본체가 파란색이고 지붕 일부가 하얀색인 이 버스는 과거 개성공단 근로자 통근용으로 우리 측에서 제공한 현대자동차 '에어로시티'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우리 정부의 '폐쇄' 조치로 가동이 공식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공단 내에서 통근 버스가 움직이는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이런 가운데 개성시내에서 해당 버스가 운행 중인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에 공개된 것이다.

 

개성공단 관련 보도가 아닌 개성시 풍경을 담은 TV 화면에서 통근 버스가 시내를 버젓이 다니는 것으로 봤을 때 북한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 통근 버스를 일반용으로 운행해왔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조선중앙TV 영상 속 버스 앞면에선 한반도기 문양과 현대차 로고 'H'를 지운 듯한 흔적도 포착됐다.

 

만약 북한이 개성공단 내 시설을 꾸준히 무단 가동하고 있다면 이 버스를 근로자들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계속 사용 중일 수 있단 관측도 나오고 있다.

 

421일 개성공단 내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북한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일부 공단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엔 공단 내 시설을 이용해 학생 교복을 생산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앞서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개성공단 내 화재 원인과 규모, 그리고 차량 움직임 관련한 사실 확인을 북측에 요청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현재까지 받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공단 내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며 북측 인력이 공단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북한이 우리 측 소유 버스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남북투자보장 합의서'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도 "우리 국민 재산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침해는 남북 간 관련 합의에 명백한 위반이며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