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총리 유세 중 "총격 치료중 사망"…아베 조문사절 파견 가능성에 "정부 내 검토"

2022. 7. 9. 04:40국제 · [ 종합 ]

아베 전 총리 유세 중 "총격 치료중 사망"아베 조문사절 파견 가능성에 "정부 내 검토"

 

 

 

경찰, 아베 피 흘리며 쓰러져 41세 남성 체포 총 압수 / “남성 아베에 걸어서 다가간 뒤 총성” / 용의자는 전직 해상자위대원 "불만 있어서 죽이려고 노렸다" / 최장수 총리 재임한 일본 우익 상징적 정치인 / 필생의 과업 자위대 명기 개헌·'반격능력' 보유·방위력 증강 앞장 / 퇴임 후도 최대 파벌 이끌며 '상왕' 노릇 / "참의원 선거서 자민당에 '동정표' 가능성" / '아베 피습'에 각국 정상 경악 / 블링컨 "깊이 우려" 우방국 위로·지지 물결 / 박진 장관 방일 일정 예기치 않은 사건 있어 과 협의" / 우익의 상징 아베. 사망에 일본 정치·한일관계 영향은?

 

일본 우익의 상징적 인물이자 자민당 최대 파벌을 이끄는 아베 신조(67) 전 총리의 사망이 일본 정치와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참의원 선거 유세 중단자민당에 '동정표' 가능성이 높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30분께 나라시의 한 역 근처에서 유세하다가 전직 해상자위대원이 쏜 총을 맞았다. 그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당시 심폐 정지상태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8일 유세 중 총격을 받은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해 "현재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들었다"고 밝히고 아마가타현 참의원 선거 유세를 중단하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급히 도쿄 총리관저로 복귀했다.

 

기시다 총리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최대한 엄중한 말로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오는 10일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발생한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으로 여야 주요 정치인의 선거 유세는 중단됐다.

 

우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는 참의원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정치인은 이날 "일반적으로 이런 일이 터지면 피해를 본 쪽에서 혜택을 받게 된다""일본에선 '동정표'라고 하는데 유권자들이 불행을 당한 쪽에 동정심을 가지고 표를 던져 자민당에 유리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2000년 당시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중의원 선거 기간 뇌경색으로 쓰려져 사망했을 때와 1980년 당시 오하라 마사요시 총리가 참의원 선거 기간 급사했을 때도 자민당이 동정표를 받아 승리했다고 과거 사례를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선거 기간 있어서는 안 되는 주요 정치인에 대한 테러 사건이라는 점에서 피해를 본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승리하면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 내 기시다, 역학 관계 변화 가능성 "색깔에 플러스"

 

기시다,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자민당 내 역학 관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가 이끌어 온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에는 '절대적 리더'인 그를 대신해 구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후계자가 없는 현 상황에서 아베파에 새로운 지도체제가 구축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구심력을 잃은 아베파의 힘이 약해지고 심지어 분열할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아베 전 총리처럼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1985년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다나카파'도 후계자가 없어 분열된 바 있다.

 

강경 우파인 아베파의 힘이 약해지면 전통적으로 온건파인 '기시다파'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에게는 자신의 색깔을 내는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파의 지원으로 당선돼 총리 취임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살펴봐야 했다.

 

기시다 총리는 올해 초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고 하다가 아베 전 총리가 "(한국이) 역사전()을 걸어 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하자 추천 쪽으로 선회한 바 있다.

 

아울러 기시다 내각이 지난달 각의에서 결정한 '경제재정 기본방침'은 애초 정부가 마련한 원안에는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표현이 있었을 뿐 목표 기간은 설정하지 않았다. 각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2%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을 뿐이다.

 

하지만 최종안은 "5년 이내에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고 명시하고 나토의 방위비 목표 서술을 각주에서 본문으로 옮겼다. '5년 이내 방위비를 GDP2%로 증액'하는 의지를 더욱 뚜렷하게 담은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정국에 미치는 영향 등은 지금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저 자신도 그런 점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중에는 한일관계도 포함된다"며 기시다 총리가 강경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한일 관계에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야마가미, 경찰 조사에서 '아베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고 했다.

 

8일 오전 11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한 역 근처 거리에서 유권자를 향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먹을 쥔 손을 움직이며 목소리를 높이던 중 음색이 서로 다른 총성이 흰색 연기와 함께 두 차례 울려 퍼지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아베 전 총리가 전날 밤 결정된 일정에 따라 연설을 시작한 지 1~2분 지나 벌어진 상황이다.

 

일본 최장기 총리를 지냈고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서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던 순간의 모습이 현장에 있던 이들의 카메라에 포착돼 유튜브와 일본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두 번째 총성이 들린 후 아베 전 총리는 쓰러졌고 총격 직후 갈색 긴바지에 회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현장에서 경찰에 제압됐다. 그가 갖고 있던 개조된 총도 현장에서 압수됐다.

 

목격자들은 이 남성이 달아나려는 시도 등은 하지 않고 순순히 붙잡혔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이 남성은 나라시에 사는 야마가미 데쓰야(41)로 알려졌다.

 

야마가미는 2005년 무렵까지 3년간 해상자위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노렸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두 차례에 걸쳐 총 89개월 총리로 역대 최장수 총리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파문을 일으키며 한국 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노동자 판결에 반발해 한국과 관계도 극도로 나빴다.

 

200652세에 전후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가 1년 만에 조기 퇴진했다.

 

그러나 5년 뒤인 201212월 재집권에 성공해 '아베 1'()이라고 불리는 독주 체제를 유지하다 20209월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임할 때까지 79개월 연속 재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집권 기간 한국, 중국과 대립했다. 특히 그가 재집권한 이후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심각해졌다.

 

2차 집권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1226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20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블링컨 "일본 국민과 함께 생각하고 기도할 것"

 

이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본회의에 참석 중인 블링컨 장관은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일본 국민과 함께 생각하고 기도할 것"이라면서 "이건 매우, 매우 슬픈 순간이다. 우리는 일본에서 올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도 성명에서 "뛰어난 정치 지도자이자 미국의 흔들림 없는 협력자인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소식에 무척 놀랐다""우리 정부와 국민은 아베 전 총리와 가족, 그리고 일본 국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트위터에 "충격적인 뉴스"라며 "그의 가족 그리고 일본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두가 놀랐고 나처럼 슬플 것으로 믿는다""대만과 일본은 모두 법치주의를 따르는 민주국가로서, 우리 정부를 대신해 나는 이 폭력적 불법 행위를 거세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전 총리는 내 좋은 친구였을 뿐 아니라 대만의 확고한 친구였다"면서 "그는 오랫동안 대만을 지원하면서 대만-일본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일 러시아 대사 역시 '야만적인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성토했고,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레트노 마르수디 장관 명의로 일본 외교장관에게 위로를 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장례에 조문사절 파견에" 일본 측과 혐의 하겠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8일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 시 조문사절 파견 가능성에 대해 "일본 측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 내에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현지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당국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취임 후 첫 방일 일정을 1821일로 조율 중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방일은 지금 조율 중"이라면서 "일단 오늘 이런 예기치 않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일본 측과 같이 협의를 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진 장관은 앞서 이날 발리 물리아 리조트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장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에게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