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9. 22:27ㆍ경찰 · [ 검찰 ]
대장동 수사 검찰 질문지 100쪽 준비…李 주요 혐의·쟁점은 33장 진술서로 답변
이재명 "정적제거·사법살인" 작심 비판 / 동행 만류했지만 의원들 10여명 현장에 / 3년 차 접어든 대장동 수사 이재명 소환으로 '정점' / 이재명,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배임·부패·유착' 모두 부인 / 이재명 추가 조사 불발 시 구속영장 청구 관측 / '성남FC 의혹'까지 묶어 영장 청구 전망도 / "천화동인 1호 내 것이라면 김만배가 마음대로 썼겠나" / 최측근 정진상·김용 금품 수수는 언급 안 해 / 검찰, 1공단 공원화 위해 '민·관 유착' 판단 / 이, 개딸 동원해 '재명 수호' 집회 / 심야조사 거부한 이재명, 검찰 2차 출석 요구도 응하지 않아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비리 의혹의 '정점'에 사업 추진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권력을 사유화한 검사 독재정권의 폭압'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의 '종착점'인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오전 10시20분께 검찰청 외곽 도로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려 운집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다시 차편으로 청사까지 이동했다.
그는 출입구 앞 포토라인에 서서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법치주의를,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며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 당당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 "(검찰에 제출할 서면진술서를 통해)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한지,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 대표가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지 18일 만으로 청사 앞에 도착했다. 이어 포토라인 앞에 선 채 A4 용지에 적힌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이 대표는 또 자신이 선 곳을 "정적 제거를 위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며 "권력자와 가까우면 어떤 죄도 면해주고, 권력자에 대항하면 사법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윤석열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이날 500자가 채 되지 않는 입장문을 읽는 데 3분가량이 소요됐다.
지난 성남지청 출석 당시 A4 용지 8장, 약 2천300자 분량이던 입장문에 비하면 길이는 짧았지만, 대정부 비난 수위는 한층 높아졌고 '법치주의' '헌정질서 파괴' '정적제거' '독재정권' '폭압' 등의 강경한 단어가 총동원됐다.
제1야당 대표를 18일 만에 포토라인에 세운 검찰과 정부를 맹비난하며 야당 탄압 프레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출석 때 40여 명의 의원이 입장을 발표하던 대표를 에워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 대표 혼자 카메라 앞에 선 것도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지도부 회의 등에서 수차례 '홀로 출석' 의지를 강조하며 의원들의 동행을 만류했다고 한다. 전날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이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장에는 실무 지원을 위해 자신과 대변인만 나갈 예정이라며 검찰에 동행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실제 이날 중앙지검을 찾은 사람 천 의원과 대변인인 박성준·임오경 의원, 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 최고위원, 강준현·김남국·문정복·양이원영·전용기·주철현·진성준·황운하 의원 등 지난번에 비해 확연히 적었다.
지난 출석 때 의원들이 대거 집결해 불거졌던 사당화 논란을 차단하고, 검찰과 홀로 의연히 맞서는 이 대표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지검 청사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목적을 가진 이리떼 속으로 혼자 들어가시는 느낌이 든다"며 "혼자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고) 그래서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날 각오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A4 용지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진술서 서문에서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며, 저의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하며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며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도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방침"이라며 "이는 법률에서 보장하는 것으로 부당기소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대표가 핵심 공약이었던 1공단 공원화를 위해 민간 사업자들, 이른바 '대장동팀'과 '협업'했다고 보고 있다. 민관 합동 개발로 사업을 진행해 이들에게 개발 이익을 나눠주는 대신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승인·결재했다는 것이다.
1공단 공원화를 빌미로 사업권을 따낸 민간 사업자들은 ▲ 서판교 터널 개통 ▲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 ▲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의 혜택 요구했으며 이는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의 승인 아래 모두 받아들여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대장동팀이 출자자 직접 사용분으로 확보한 5개 필지의 분양 수익 역시 이 대표가 제공한 혜택에 기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혜택의 명분이 됐던 1공단 공원화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장동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연·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대표가 1공단 전면공원화 시 민간 측이 부담해야 하는 4천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부분 공원화'로 계획을 수정하고, 일부 지역을 법조단지 부지로 선정해 결합 개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봤다.
'대장동 의혹' 수사 1년4개월만에 배임·부패방지법 등 혐의로 18일만에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정적제거·사법살인" 헌정파괴 작심 비판
이 대표는 이후에도 1공단 공원화를 둘러싼 행정소송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가로막힌 대장동팀이 1공단 공원화와 대장동 개발을 분리해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러한 '특혜 몰아주기'로 대장동팀이 총 7천886억에 달하는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들이 성남시에 최소 651억원의 피해를 줬다고 보고 배임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대장동팀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유착 관계를 통해 21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들 범행의 대부분은 '최종결재권자'였던 이 대표의 승인·지시에 따라 이뤄진 만큼, '공범' 또는 '윗선'으로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모범적인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주장허고있는 가운데 애초 대장동 사업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추진했다가 성남시의회 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바꿔 개발이익을 일부나마 환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공사 본부장 등 공사 직원들이 민간업자들과 유착한 부분에는 "직원 일부가 오염된 것에 관리자로서 사과한다"면서도 "내 측근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인 천화동인1호의 배당금 428억원 가운데 '이 대표 측'에 약속한 몫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민간 사업자 배당 수익 중 일부를 나눠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에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포함됐다고 본다. 이 대표가 '내 지분 절반을 제공하겠다'는 김만배씨의 제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승인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른팔'인 정 전 실장이 이와 관련해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기소된 만큼, '몸통' 격인 이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이 선거 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뒷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정 전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서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총 2억4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로 기소됐다.
김 전 부원장은 2013∼2014년 1억9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2021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8억4천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건네진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중 일부가 이 대표의 선거자금에 실제로 사용됐는지, 사용됐다면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조사 중으로 이 대표는 천화동인1호의 숨겨진 지분 주인은 유 전 본부장 한 명뿐이라고 주장하며 측근들의 '뒷돈' 수수 의혹으로 연이어 기소된 것을 두고는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고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며 두둔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이 대표 측에 27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평일 당무가 바쁘다며 주말인 28일 출석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에 최소 이틀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년가량 이어진 위례·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의혹의 '정점'이자 각종 측근 비위 의혹도 제기된 터라 하루 안에 준비한 질문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이러한 검찰의 요구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가 자신을 겨냥한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 만큼 추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가 조사가 불발되면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조사에도 협조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후원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신병 확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갖는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데다, 현재 임시 국회 중이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려면 국회의 체포 동의가 필요하기 하고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민주당이 과반인 현 국회 상황에서는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달아오르던 2021년 9월 처음 제기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재명(현 당 대표)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이 특혜를 등에 업고 수천억에 달하는 거액의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었다.
대장동 의혹은 곧바로 대선판을 뒤흔드는 초대형 변수가 됐다. 유력 대선후보가 엮인 대장동 수사 역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쳤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개발은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천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며 대장동 의혹 제기는 '네거티브를 넘어선 마타도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을 겨냥한 각종 고발장은 연일 검찰청에 쌓였다.
검찰 수사는 같은 달 27일 민간업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이른바 '대장동 일당'의 대화·통화가 녹음된 파일을 제출하면서 본격화했다.
검찰은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4차장검사 산하에 전담 수사팀을 꾸린 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참여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에서 핵심 인물의 신병도 속속 확보됐다.
민간업자들과 성남시 측 연결고리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체포 후 뇌물 등 혐의로 곧장 구속됐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미국에 머무르다 귀국한 남욱씨도 그해 11월 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나란히 구속됐다.
두 사람 구속 후 수사팀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쪼개기 회식'을 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 일로 수사팀 책임자 중 한 명인 담당 부장검사가 업무배제됐다.
수사 두 달간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 남욱, 정영학씨 등 4명을 기소한 데 그쳐 수사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 속에 한때 특검론이 거론되면서 검찰은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로 방향을 틀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50억 클럽'에 이름이 거론된 박영수 전 특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그룹 회장,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 상당)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기소된 이는 곽 전 의원 한 명뿐이다.
대장동 의혹 수사는 이후 검찰 조사를 받은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 김문기 개발1처장이 차례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또 한 차례 위기를 겪은 이후 해가 바뀌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검찰 수사는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된 이 대표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답보 상태였던 대장동 수사는 지난해 정권 교체로 대전환점을 맞으면서 새롭게 진용이 짜인 검찰은 대장동 의혹의 시작점부터 다시 파고들기 시작했다. 민간 주도로 대장동 개발이 추진된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사업 추진 전 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계좌 추적과 통화 내역 분석, 소환 조사도 물밑에서 치밀하게 진행되면서 두 달 가까운 정지 작업 이후 검찰은 지난해 8월 말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 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 2라운드를 본격화했다.
1차 수사팀이 대장동 의혹을 성남시 측이 경제적 손해를 본 '배임' 사건으로 봤다면 2차 수사팀은 공무원의 비밀 누설로 제3자가 이득을 취했을 때 처벌하는 '부패방지법'을 꺼내 들었다. 배임 혐의보다 유죄 입증이 쉬운데다 부패 범죄의 특성상 범죄수익 환수가 쉬운 점을 노렸다.
유 전 본부장과 남씨 등 사건의 핵심 관계자가 진술 태도를 바꾸면서 수사는 더 탄력을 받았다. 2021년 1차 수사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 연관성에 침묵했던 유 전 본부장 등은 대선 뒤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
검찰은 우선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차례로 구속기소 했다.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 등의 비밀 정보를 흘려주고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 민간업자들의 보통주 지분 중 24.5%(공통비 공제 후 428억원)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검찰은 사건을 풀 또 다른 열쇠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측근들을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체포·구속하며 김씨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이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김씨가 지난달 14일 자해를 시도, 수사가 잠시 지체되기도 했다.
해가 바뀌며 대장동 수사는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더는 수사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검찰은 이달 16일 대장동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이 대표 측에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년 4개월,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 만이다.
출석 날짜를 28일로 통보한 이 대표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윤석열 정부를 "검사 독재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검찰이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해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결백도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에 최소 이틀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는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만 제출하고 모든 진술을 거부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대장동 의혹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보고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기소되면 대장동 의혹 사건으로 재판받는 13번째 피고인이 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28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지 18일 만인 오전 10시 20분께 서문에 도착한 이 대표는 잠시 차량에서 내려 자신을 기다린 의원들과 악수를 한 후 준비된 단상 위에 올라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이후 다시 차량에 올라탄 이 대표는 10시 22분께 청사 앞에 도착 포토라인 앞에 선 채 A4 용지에 적힌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이 대표는 자신이 선 곳을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현장", "정적 제거를 위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제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며 "권력자와 가까우면 어떤 죄도 면해주고, 권력자에 대항하면 사법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윤석열 정부를 작심 비판하며 500자가 채 되지 않는 입장문을 읽는 데 3분가량이 소요됐다.
카메라에 포착된 이 대표의 입장문은 여기저기 줄이 그어져 있는 등 퇴고 흔적이 있었다. 인쇄된 입장문에는 담겼지만, 이 대표가 실제 언급하지 않은 문장도 있었다. 낭독 직전까지 직접 손보며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성남지청 출석 당시 A4 용지 8장, 약 2천300자 분량이던 입장문에 비하면 길이는 짧았지만, 대정부 비난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는 '법치주의' '헌정질서 파괴' '정적제거' '독재정권' '폭압' 등의 강경한 단어가 총동원됐다.
제1야당 대표를 18일 만에 포토라인에 세운 검찰과 정부를 맹비난하며 야당 탄압 프레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지난 출석 때 40여 명의 의원이 입장을 발표하던 이 대표를 에워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 대표 혼자 카메라 앞에 선 것도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지도부 회의 등에서 수차례 '홀로 출석' 의지를 강조하며 의원들의 동행을 만류한 가운데 전날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도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장에는 실무 지원을 위해 자신과 대변인만 나갈 예정이라며 검찰에 동행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실제 이날 중앙지검을 찾은 사람은 천 의원과 대변인인 박성준·임오경 의원, 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 최고위원, 강준현·김남국·문정복·양이원영·전용기·주철현·진성준·황운하 의원 등으로 지난번보다 확연히 적었다.
지난 출석 때 의원들이 대거 집결해 불거졌던 사당화 논란을 차단하고, 검찰과 홀로 의연히 맞서는 이 대표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중앙지검 청사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아까 차에서 내리면서도 '오지 말라는데 왜 왔느냐'고 했다"며 "그래도 혼자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고) 그래서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날 각오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조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중앙지검을 찾을 예정인 가운데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몇몇 의원들이 갈 예정인데 누가 가는지는 모르겠다"며 "의원들의 자발적인 행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A4 용지 33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진술서 서문에서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며, 저의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하며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며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2005년부터 시작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추진 경위를 설명하며 검찰이 주장하는 배임·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권자 의혹 등을 상세히 해명했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역시 대장동 사업은 민간 개발을 막아 이익의 일부를 성남시민의 몫으로 환수한 성과라면서 민간업자들이 얻은 수천억대 이익은 예상할 수 없었던 부동산 경기 활황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대장동 일당에게 유출했다거나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승인했다는 의혹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민간업자들과 유착한 책임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돌렸다.
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측근 정진상, 김용씨의 공소사실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구두로 진술하지 않고 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술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에 "오히려 민간업자에게 1천120억원을 추가 부담시켜 그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의 이익을 더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성남시가 환수한 액수가 5천503억원이라고 강조하며 "애초 민간이익은 1천800억원 이하로, 부동산값 폭등으로 4천억원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공 환수액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가 폭등을 예상 못 했다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 대표의 승인으로 확정 이익 1천822억원 외 추가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보는 검찰의 시각을 반박한 것이다.
검찰이 최근 대장동 일당을 추가 기소하면서 출자자 직접 사용 5개 필지 아파트 분양수익 3천690억원을 범죄 수익으로 잡은 것에는 "공사가 시의회에서 승인받은 것은 대장동 택지개발사업까지"라며 "화천대유 외 아파트사업을 한 다른 업체의 수익도 부당이익을 얻게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장동 사업의 성남시 측 이익을 비율이 아닌 확정액으로 정한 것도 "지방자치단체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아니라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비율로 정하면 경기변동시 불안정성이 있고, 민간업자가 비용과다 계상 등으로 이익을 축소하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돈은 마귀이고 부모·형제까지 갈라놓을 만큼 힘이 세다"며 "민간사업자의 비용 부풀리기와 이익 빼돌리기는 예상되는 일이므로, 비율 배당은 피하고 배당 몫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시 국민의힘 성남시의원들의 반대가 없었다면 대장동은 완전 공공개발로 이익을 100% 환수했을 것이며, 대장동 일당이 공모에 참여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부산시장·양평군수·제주지사가 부산 엘씨티, 양평 공흥지구, 제주도 오등봉 지구 민간개발을 허가해 개발이익을 100% 민간업자가 취득한 것을 배임죄라 하지 않는다"고 예를 들었다.
위례·대장동 사업 컨소시엄에서 건설사를 배제한 것은 민간업자의 로비 때문이 아니라 건설사가 부정부패를 저지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며, 1조3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에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라 배임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장동과 판교를 잇는 서판교 터널 공사를 뒤늦게 확정해 민간업자가 택지매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엔 "2000년대부터 성남시 도로 계획에 들어 있어 공개됐던 것"이라며 "원래 성남시 예산이 들어가야 하지만 개발업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했다.
1공단 공원화 사업을 대장동 개발과 분리해 민간업자들의 초기 비용을 절감해줬다는 의혹도 "소송 때문에 분리는 불가피했다"며 "일부러 지연시킨 것도 아닌데 시에 손해를 입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론했다.
대장동 일당과 유착해 이익을 공유했다는 혐의엔 "그랬다면 조건을 붙인 민간개발 허가, 민간사업파트너 임의지정, 그들이 원하는 환지 방식 등 이익을 더 많이 확보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십수 년간 로비(트라이)를 시도했지만 씨알도 안 먹히더라", "이재명이 합법적으로 우리 사업권을 뺏어갔다"는 민간업자 남욱씨의 언론 인터뷰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란 혐의도 "한 마디로 터무니없는 모략적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 보도 전에는 천화동인 1호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이어 이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써버렸다며 "제 것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써버릴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또 "유동규씨는 700억원(428억원)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제가 달라고 하면 줘야 하는 돈이고, 자신은 아무 몫이 없다는데 정민용씨 같은 부수적 역할을 한 사람이 100억원을 받는다는데 더 큰 역할을 했다는 유씨 지분이 아예 없다는 게 상식이냐"고 반문했다.
두 번째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이 대표가 민생 챙기기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국면 전환에 나설 전망으로 민생 부문에서 정부·여당의 무능력을 부각하면서 '대안 야당', '정책 야당'의 면모를 강조하는 것만큼 '검찰 리스크' 국면을 탈피할 효율적 카드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앞으로도 각종 민생 이슈를 개발하고 부각하는 것을 당 운영 최우선 순위에 놓고 민주당은 최근 '난방비 폭탄'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하고, 정부의 대책까지 끌어내 민생 이슈를 선점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촉구하면서 대여(對與) 압박도 본격화 하며 이 대표의 대표적인 정책 구상인 '기본사회'를 구체화할 당 기본사회위원회 역시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기본사회' 구상은 최소한의 삶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국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대표는 위원장을 직접 맡고, 민주당 의원 모두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친전을 보내는 등 기본사회위 출범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대여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와 국정조사까지 마치고도 이렇다 할 문책의 움직임이 없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를 만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 가능성 등 역풍을 우려한 신중론도 존재하지만, 지도부와 강경파들은 여론의 충분한 뒷받침만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장관 경질론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세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각되면)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비판받을 수 있다"며 "국민적 요구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김 여사 수사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특별검사(특검) 임명 법안 발의도 검토할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검찰 리스크'는 상존하는 만큼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계속 레이더를 가동하고 방어 논리 개발에도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위례·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병합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검찰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이를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에 나와 "야당 탄압이 명백한 수사"라며 "당 대표여서가 아니라 무리한 정적을 죽이는 수사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라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전날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공개하는 등 검찰이 제기한 각종 혐의를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여론에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검찰이 막대한 수사력을 동원했지만 이렇다 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내야 한다. 법정에서 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유착으로 몰아가는 유일한 근거는 부정부패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관련자(유동규·남욱)의 번복된 진술이라며 "투기 세력으로부터 시민의 정당한 이익을 지켜내려 부단히 노력했을 뿐 이익을 받기로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최근 송치·이송받은 '백현동 개발 의혹'까지 모두 수사한 뒤 이 대표에 대한 처분을 일괄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중앙지검 서문 앞에는 이 대표가 출석하기 약 2시간 전인 8시 30분께부터 지지자들이 대거 운집한 가운데 1천여 명의 지지자들은 "정치검찰 타도하자" 등의 피켓을 들고 "이재명 대표를 끝까지 지켜냅시다" "우리가 이재명이다" 등의 구호로 이 대표를 응원했다.
반대편에선 보수 성향 단체들이 맞불집회를 열어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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