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7. 02:52ㆍ재난 · [ 방역 ]
【현장】오송지하차도 사망자 9명 장례식장엔 오열만 가득…"결혼한 지 두 달 됐는데"
┃오송 지하차도 참사 "결혼한 지 두 달 됐는데" / 슬픔 가득한 오송 참사 유가족 / 실종자 가족들도 눈물 흘리며 발만 동동 / "밝게 웃으며 나타나주길", "제발 살아와주길" /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시신으로 돌아왔다 /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립니다." / 기상청 18일까지 최대 250㎜ 추가 호우 예보 / 코레일 일반열차 17일부터 제한적 운행 / 오송 참사 현장서 '히죽히죽' 충북도청 국장 뭇매
충북 청주시 지하차도 침수 피해 희생자 A씨의 외삼촌 김모(50)씨는 16일 오후 12시1분께 충북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서 A씨의 사진을 끌어안은 채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A씨가 침수 피해 사망자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그는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안치실에 누워있는 A씨를 보며 한참을 울었다.
1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김씨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얼굴엔 피곤함이 묻어나왔다. 지친 마음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기 어려워 의자에 반쯤 누워 있는 상태였다.
지난 13일부터 나흘째 쏟아진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이 잇따르면서 사망·실종자가 45명에 달했다. 신혼 2개월째인 30대 초등교사부터 휴일에도 일을 하러 집을 나서던 70대 여성까지 안타까운 사연도 잇따랐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6명(경북 19명·충북 12명·충남 4명·세종 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종자는 경북 8명, 부산 1명 등 9명이다.
중대본은 애초 사망자를 37명으로 파악했으나, 지난 15일 충주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폭우로 인한 사망이 아닌 것으로 분류했다. 수색이 진행 중인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사망자 등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는 충청과 경북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낳았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에 따르면 버스 1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총 15대의 차량이 지하차도에 갇혔다. 사고 직후 9명이 구조됐으나, 전날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이날 버스 탑승객 등 8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은 총 11명의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각 차량 탑승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혼교사·70대 노모·세 아이 아빠까지 폭우 사망·실종자 45명 오송지하차도 사망자 9명 수습피해자 더 늘어날 듯…산사태로 주택 매몰되고, 급류 휩쓸린 경북·충청 큰 피해 경북 사망자 19명 중 최소 13명 산사태 피해 실종자 수색에 총력 충청·호남·부산도 침수 박씨는 웃음 지으며 앞에 나타나셨으면 "제발 살아 돌아오길 기상청 18일까지 최대 300㎜ 더 내릴 듯 |
이에 따라 중대본의 호우 실종자 현황에도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자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당국은 오후 6시 기준 80% 배수를 완료했으나, 지하차도 중앙부에 쌓인 펄로 인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망자들이 이송된 병원 응급실과 장례식장에는 황망해하는 유족들의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신혼 2개월 차이자 임용 시험을 보려는 처남을 KTX 역까지 데려다주려고 운전대를 잡은 서른살 초등학교 교사, 세 아이를 둔 40대 치과의사, 휴일에도 일을 하러 집을 나서던 70대 어머니 등 사망·실종자들의 사연은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충북 괴산에서는 전날 43년 만에 괴산댐이 월류해 하류 주민 2천여명이 사전 대피했다. 이들은 집 가재도구 등이 침수돼 체육관 등지에 머물며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예천군 감천면에서 물에 휩쓸렸다가 구조됐던 주민 1명이 이날 사망하고,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현장에서 실종됐던 60대 여성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돼 호우 피해 사망자가 19명으로 늘었다.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 9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이다. 실종자는 예천 8명(산사태 3명)이다. 전날 오전 영주시 풍기읍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부녀지간인 2명이 숨졌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에서는 5명이 사망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지역에서 유명인으로 알려진 장병근 씨의 아내도 포함됐다. 남편 장씨는 산사태 당시 실종돼 당국이 수색 중이다.
농작물 1천562.8㏊도 침수되거나 유실됐고 대전·세종·충남에서는 호우로 인해 사망자 5명이 발생했다. 지난 14∼15일 논산과 청양, 세종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4명이 숨졌고, 공주에서 1명이 호우에 휩쓸려 사망했다.
14일 아산에서 낚시 중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던 70대 남성이 이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으나, 당국은 호우 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분류했다.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던 공주시 옥룡동 주민 107명은 공주대 옥룡 캠퍼스나 지인 집 등으로 대피했다. 제방이 붕괴해 침수 피해를 본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주민 203명도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에서 지내고 있다. 유실 또는 매몰되는 등 농경지 피해 면적은 총 3천283.8㏊다. 산사태는 총 147곳에서 발생했다.
금강 하류에 있는 익산 산북천 제방 붕괴 가능성이 커지자 오전 6시부터 익산시 용안면 10개 마을 주민 600여명이 임시 거처로 대피했다.
광주·전남 주민과 군인 등 174명도 산사태 우려에 대비해 사전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토사 유출, 주택 침수, 가로수 쓰러짐 등 피해가 이어졌다.
부산도 인명 피해는 없지만, 토사가 도로를 덮치고 굴다리에서 차량이 침수되는 등 이날 하루 96건의 폭우 피해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이번 폭우로 전국 14개 시도에서 8천852명이 대피했다. 이 가운데 5천5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철도(코레일)는 15∼16일 무궁화호·새마을호 모든 열차 운행을 중단했으며, 오는 17일부터 경부선 등 일부 노선에서 최소 수준으로 운행하기로 했다.
KTX는 중앙선·중부내륙선 KTX-이음과 수원·서대전 경유 KTX를 제외하고 대부분 운행 중이다.
김씨는 "착하기만 했던 우리 조카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억울하고 억울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A씨는 그의 처남과 함께 인근 역으로 향하던 중 급격하게 불어난 물살에 갇혀 숨졌다고 했다.
김씨는 "이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다"라며 "시청이나 도에서 제대로 도로를 통제했더라면 우리 조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하나병원 입구에는 수십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차량이 들어오면 흠칫흠칫 놀라며 그중 자신의 가족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서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현장에 직접 찾아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가로막기도 했다.
고모부가 궁평2고속도로 침수로 실종돼 기다리고 있다는 40대 박모씨는 "주말에 가족 다 같이 놀러 가기로 했었다"며 "그런데 통화가 안 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눈물 지었다.
소방 당국은 밤샘 배수 작업과 물막이 공사로 지하차도 수면 위 1m 공간을 확보, 이날 오전 6시께부터 잠수부를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특전사 등 인력 399명과 장비 65대가 투입된 상태다.
소방 당국은 당시 강한 비로 지하차도 인근 하천 제방이 무너져 6만t(톤)가량의 강물이 차도를 집어삼키면서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웃음을 보인 충북도청 간부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16일 보배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 방문 중계 영상을 캡처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날 현장에 도착한 원 장관을 안내하는 것으로 보이는 도청 공무원은 원 장관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저 옆에 웃는 사람은 뭐죠?, 소름 끼친다, 상황 파악 못 하는 공무원들은 다 잘라야 한다, 이 시국에 장관과 악수하고 웃는 인간은 뭐냐" 등 비난 댓글이 달렸다.
해당 공무원은 충북도 관할 지방도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국장(3급)으로 이날 원 장관에게 상황을 브리핑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전 8시45분께 행복청이 추진 중인 미호강 교량 공사 현장 제방이 유실되면서 인근 오송 궁평2 지하차도가 순식간 물에 잠겼다. 당국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9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궁평2 지하차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9년 준공했다. 685m 길이 지하차도는 지방도 508호선의 한 구간이어서 충북도가 관리 주체다.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는데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으나 충북도는 '미호강 제방 붕괴로 인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제방은 행복청이 교량 건설 공사를 위해 축조했다.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 1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충남 청양 570.5㎜를 최고로 충남 공주 511㎜, 전북 익산 499.5㎜, 세종 486㎜, 경북 문경 485.5㎜, 전북 군산 480.3㎜, 충북 청주 474㎜, 전남 구례 성삼재 366.5㎜ 등이다.
기상청은 오는 18일까지 충청권, 전라권, 경북 북부 내륙, 경남권, 제주에 100∼200㎜, 많은 곳 250㎜ 이상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하고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출을 자제하고 강변 산책로나 지하차도에 출입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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