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9. 21:08ㆍ교육 · [ 역사 ]
【포커스】 4·19 3개 단체 + 8개 보훈단체 공동 주관…'정율성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
┃공산당 나팔수를 세금 48억원 투입해 '정율성 역사공원'조성 / 정율성, '인민군행진곡' 작곡 북'토지 몰수 미화'도 앞장서 / "6·25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과 서울에 들어와 / 조선 궁정악보 중국으로 챙겨가" / 박은식 "침략자를 관광 호객용으로 쓰나 / 정율성은 대한민국의 적" 호남 시민단체 "정율성로, 자유민주주의 부정 / 광주에 울려퍼지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 / 주민들 "여기가 중국이냐" / 국가 정체성 부정하는 것" / 12억 들였다'는 정율성 고향집' 말 조형물, 축음기만 / 기억교실 방문객의 80% 이상이 중국인 / 공법단체는 28일 조선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에 정율성 공원 반대 광고를 내기도 했다.
호국의 성지 호남에서 민주화운동·보훈단체가 합심해 광주광역시에 조성되는 정율성역사공원 반대를 위한 공동 집회가 개최한다.
경찰 등에 따르면, 30일 낮 12시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정율성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가 열린다. 4·19혁명 관련 3개 단체인 민주혁명회·혁명희생자유족회·공로자회와 8개 보훈단체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집회에는 회원 6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8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북한 공산당의 영웅 정율성(1914~76)이 해방 직후 김일성이 주민들을 상대로 시행한 '토지 몰수' 사업에도 앞장선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항일전사 정율성 평전(이종한 著, 도서출판 지식산업사 刊)'에 따르면, 정율성은 조선공산당 황해도당위원회 선전부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1946년 2월 지방 사찰을 나온 김일성을 처음 만났다.
이후 정율성은 토지개혁 선전활동을 수행했다. 당시 북한은 농사짓는 농민들의 손에 논과 밭을 돌려준다는 토지개혁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농민은 땅이 거저 생긴다는 소리에 좋아했지만, 일부 농민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땅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공산당의 선전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이때 정율성이 담당했던 과업(課業)은 반신반의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것이었다.
당시 북한이 시행한 토지개혁은 '무상몰수 무상분배'였다. '그냥 준다'는 점을 보고 이를 미화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땅을 받은 농민에게는 소유권이 없었다. 주인은 공산당이고, 농민은 경작권만 갖는다. 또 무상이라고 했지만 생산 작물의 25% 정도를 경작료로 내놔야 했다.
일종의 현물세(실질적 경작료는 50%에 육박했다는 지적도 있다)다. 공산당이 주인인 땅에 농민이 경작료를 내고 소작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전의 소작보다는 낫다고 본 북한 농민들은 환영했다고 한다. 이는 해방 직후 대한민국이 시행한 '유상몰수 유상분배'와 크게 달랐다.
정율성은 공산주의식 토지개혁을 의심하는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데 앞장섰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정율성은 김일성을 만난 자리에서 노들강변이 금지곡이 될 수 없는 이유를 거의 1시간 동안이나 설명한 끝에 설득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아울러 평전에는 정율성이 1·4후퇴 때 중공군과 함께 서울로 내려온 후 '조선궁정악보'를 챙겨 중국으로 가져갔다고 소개돼 있다.
4·19 3개 단체 + 8개 보훈단체 공동 주관 5·18민주화운동 단체도 참여 30일 낮 12시 광주시청 앞 광장서 '정율성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 "정율성이 누구여?" 광주도 화순도 무관심 택시기사 "광주 시민들 정율성에 관심 없어 보존지역 되면 개발 막혀" 불만속 능주초 '정율성 기념교실' 방문객 80% 이상이 중국인으로 "교육 침해되고 있다"며 반발 정율성 고향집 관리인 "관광객 수 굉장히 적어 그나마 중국인이 종종 방문" "정율성이 누구에요? 살기 바쁜데 주민들은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몰라." 광주시 "역사공원 설립 취지, 관광 콘텐츠 개발" 예산안 세부 자료는 공개 안해…박민식, '광주 정율성 공원' 철회 촉구 "공산당 나팔수 기리는 지자체 참담" 28일 전남 순천역 광장 찾아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건립계획 발표하며 언급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 "소중한 국민 예산, 1원도 대한민국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어" |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띠고 6·25전쟁에 참전해 1951년 1월 서울에서 조선궁정악보를 챙겨 중국으로 가져갔다.
저자는 평전에서 "비록 총을 들고 싸우는 군인은 아니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을 따라 서울까지 내려온 그는 포화가 빗발치는 최전선을 피하지 않는다. 책상에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정율성의 체질이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를 작곡한 정율성은 6·25전쟁 개전 초 아내 딩쉐쑹(정설송)과 함께 공산당 치하의 서울로 내려왔다. 이후 정율성은 인천상륙작전 후 서울이 해방되자 중국으로 피신했다가 1·4후퇴 때 서울이 중공군에 점령되자 다시 돌아와 대한민국의 유물 궁정악보를 중국으로 반출했다.
하지만 평전에 따르면, 중국으로 돌아간 정율성의 앞에는 짙은 먹구름이 깔려 있었다. 평전은 "연안의 정풍운동 당시 정율성에게 거친 비판을 받았던 주양이 문화부문의 책임자가 돼 있다는 사실은 그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했다"고 소개했다.
박 장관은 28일 오전 11시 전남 순천역 광장을 찾아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건립계획을 발표하며 "호남학도병들의 우국충절(憂國忠節)을 기억하고, 학생과 국민들이 호남학도병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계승할 수 있도록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순천역 광장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생들이 집결해 학도병 출정식을 가졌던 역사적 장소다. 당시 순천과 여수, 광양, 벌교 등 호남지역 17개 학교 18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혈서로 입대지원서를 쓰고 같은 해 7월13일 순천역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박 장관은 이 곳에서 "호남의 어린 학생들이 조국을 위해 펜 대신 총을 들었고, 목숨을 건 혈투 끝에 차디찬 전장의 이슬로 스러져갔다"며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자유 대한민국을 사수하겠다는 정신, 바로 이것이 호남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산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 영령들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눈물이 여전히 마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특히 박 장관은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며 "우리는 누구를 기억하고, 누구를 기려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장관은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예산은 대한민국을 위해 사용돼야 하고,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反)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며 "오직 호남학도병들처럼,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한 예산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차례 글을 올려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율성 기념공원의 불합리성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48억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미 광주에는 '정율성로'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 음악제나, 고향집 복원 등에도 많은 세금을 썼는데, 안중근, 윤봉길도 못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나"라고 썼다.
박 장관은 "그(정율성)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 정부 수립에 기여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만들어 6.25 전쟁 남침의 나팔을 불었던 사람, 조국의 산천과 부모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산군 응원 대장이었던 사람이기에 그는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또한 박 장관은 "'중국 영웅' 또는 '북한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 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편이라는 취지로 반박하자, 박 장관은 같은날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고요?'라는 제목의 새 글을 통해 "호남에 정말 기념할 인물이 없나"라고 되물으며 "서재필 박사 등 호남 출신 독립유공자가 무려 2600명이 넘는다. 이는 전체 독립유공자의 15%에 해당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영웅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광주시는 이 많은 분들을 두고 왜 하필 정율성 같은 공산당 나팔수의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것인가"라며 "돈이 되는 일이면, 국가정체성이고 뭐고 필요없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5·18 공법단체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6·25참전유공자회·월남전참전자회·전몰군경미망인회 등 일부 단체는 9월1일까지 사흘간 집회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보훈단체와 4·19, 5·18 공법단체가 특정 사안을 두고 대립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처럼 공동 대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광주시가 추진하는 이번 '정율성 기념사업'이 다수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명의로 게시된 광고에는 "'조선인민군행진곡'과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한 공산주의자 정율성역사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단체는 "정율성은 북조선로동당 당원이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귀화해 공산주의 혁명음악을 활동하다 사망해 중국 바바오산 혁명투사공동묘지에 묻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율성역사공원 조성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4·19혁명 정신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자 우롱하는 처사"라며 "정율성역사공원 조성을 결사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광주시민들 사이에서도 '정율성공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인 김오복 전 광주 대성여고 교장은 28일 전몰군경유족회와 함께 광주시청 앞에서 정율성 사업 철회 집회를 열었다. 김 전 교장은 대성여고에서 37년간 영어교사로 근무하다 지난 2월 정년퇴직했다. 그의 아들 서 하사도 광주 태생이다.
김 전 교장은 집회에서 "광주 정신은 공산주의자를 기념하는 정신이 아니다"라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군인들이 전사한 아픔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장은 그러면서 "평생을 북한과 공산당에 헌신하고 선동했던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혈세를 들여 기념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광주 정신을 모독하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철 지난 이념논쟁이라고 했는데, 공산주의 이념은 지금도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율성이 유년시절을 보낸 전남 화순군 측은 "그의 업적 덕에 우리 지역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시민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지난 25일 광주시와 화순군에 위치한 △정율성 고향집 △정율성 거리전시관(정율성로) △정율성 생가 △능주초등학교 등을 둘러보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 위치한 능주초다. 정율성은 8세에 능주공립보통학교(현 능주초)에 입학해 2년을 다녔다.
능주초는 '기억교실', '벽화·흉상' 등을 설치해 정율성을 기리고 있었다. 정율성 기억교실은 1922~1923년 당시 교실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정율성에 대한 관련 자료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정율성을 형상화한 모형이 교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모형은 마치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연상케 했다.
학교 관계자는 "정율성 기억교실은 우리 학교 자체의 교육활동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학교 건물에 남는 교실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대여 형식으로 해서 외부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정율성 기억교실'은 화순군이 정율성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5년 하반기 조성했다. 들인 예산은 무려 7600만원이다.
학교 관계자는 "방문일지를 보면 가끔 중국 관광객들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학교 기관이다 보니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고, 특별히 학교에서 관리하는 것도 없다"고 했다. 중국인들의 방문에 대해선 "학생들의 교육이 이뤄지는 곳인데 관광객들이 그렇게 오면 상당히 (교육이) 침해되는 부분이 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한 화순군은 능주초 외벽에 8100만원을 들여 가로 10m, 세로 11m 모자이크 형식의 대형 '정율성 초상화'를 그려놨다. 학교에는 정율성 흉상도 설치됐는데, 화순군은 흉상 주변에 담쟁이를 심고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관광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흉상 설치 비용은 2400만원이다.
정율성 흉상 뒷면에는 당시 제작에 관여한 전완준 화순군수, 조유송 화순군의원, 전남대학교예술연구소 등의 이름이 기재됐다.
전완준 전 군수는 5건의 전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2005년에 상해로 벌금 200만원, 2010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2017년 1월과 11월에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으로 각각 벌금 30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전완준 전 군수는 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운동을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 ARS 음성메시지 8만6500여 건을 4차례에 걸쳐 선거구민에게 발송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능주초에서 차로 5분 거리엔 정율성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20평 남짓의 '정율성 고향집'이 전시돼 있었다. 해당 공간에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말 조형물과 축음기 한 점이 놓여 있었다.
'중국인 관광명소화(정율성 관련) 사업내역서'에 따르면 전남 화순군은 2017~2018년 12억원(국비 6억원, 군비 6억원)을 들여 이곳에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비는 주로 전시관 1동, 관리사 1동, 주차장 설치, 진입로 정비에 투입됐다.
또한 화순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세부 사업비 항목은 △포토존 설치(2101만원), △외부조성공사(1607만원) △전시컨텐츠 제작(4854만원) △신문형 홍보물(2016만원) △무인경비용역(96만원) △안내판 제작(2090만원) △방염방충사업(2087만원) △무인경비용역 유지보수(132만원) 등으로 총 1억4983만원이 정율성 고향집에 사용됐다.
사업 취지는 "정율성의 성장지를 복원해 한중 우호교류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주자묘(朱子廟)와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로 중국 관광객 유치한다"고 적시됐다.
이와 관련, 화순군청 관계자는 "2016년부터 군은 정율성과 주자묘를 연계해 '관광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며 "현재 군은 문화유적지 등을 유지·관리 위주로 맡고 있다"고 했다.
'정율성 고향집'과 관련해선, "정율성이란 인물을 기억하고 보존해서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취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한 것"이라며 "말 동상은 '과거 정율성이 중국에서 말을 탔다'라는 얘기가 있어 갖다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공간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인은 "이 곳은 2018년도에 만들어졌고, 원래 민간 개인주택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실 근무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접촉했는데, 주민들은 정율성 선생에 대해 그리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관광객은 대부분 중국인이고, 간혹 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율성 고향집' 앞에 위치한 전남화순경찰서 능주파출소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연세가 많지만 정율성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파출소가 관광지 앞에 있다 보니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이 종종 들어온다. 솔직히 여기에 볼거리는 없다"고 말했다.
능주초 주변에 위치한 능주교회 관계자는 "여기에 정율성 관광지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며 "근처에 조광조 유배지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정율성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광주시 남구 양림동 양림2단지 휴먼시아 옆에 조성된 정율성 기념거리도 방문했다. 광주 남구 역사문화마을 코스로 지정된 '정율성 기념거리' 홍보물은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광주시민들은 관심 없다는 듯 지나가기 바빴다. 한참을 지켜보자 노래가 나오는 버튼을 눌러보는 노인 한 두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버튼 위에는 '옌안송', '팔로군행진곡', '우리는 행복해요',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버튼을 눌러보니 실제 노래가 흘러 나왔다. 광주시 길거리에서 중국인민해방군 군가와 팔로군행진곡을 들어보니 어색함이 느껴졌다.
버튼을 누르던 70대 주민은 노래를 들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조형물을 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르겠다"며 "정율성 부조를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고 소견을 전했다.
정율성로(路) 근방에 거주하는 60대 주민은 "정율성에 대해 주민들 대다수가 잘 모른다"며 "중국에서 유명한 노래를 만들었다는 정도만 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 사람들이 동네에 오면 시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며 "문화재 보존지역이라고 해서 이 동네는 재개발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오히려 '정율성 거리'가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 택시기사 역시 "시민들은 정율성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다"면서 "플래카드를 보고 알게 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전 대통령)이 정율성에 대해 얼마나 알았겠냐, 당연히 모르지"라며 "광주시에서 하도 검토해보라고 문서를 올리니까 마지못해 (기념사업을) 진행한 거 아니냐"고 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문 정부 때 정율성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려고 했으나 그의 친북 행적이 너무 뚜렷해 내부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호남대안포럼과 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는 8월27일 '정율성기념공원 조성 철회하고, 양림동 정율성로를 개칭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율성로는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건국을 부정하는 상징 그 자체"라며 "강기정 시장은 광주·호남 학생들에게 정율성로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입장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강 시장이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정율성에 대한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논의하자'고 한 것을 비판했다.
호남 시민단체들은 "정율성의 공(功)은 중국 공산당과 김일성의 치적이고, 그의 과(過)는 대한민국에 행한 학살과 부역 등의 전범 가담"이라며 "정율성이 대한민국에 남긴 공 따위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율성은 대한민국의 적으로 나타난 독재와 학살의 부역자일 뿐"이라며 "우리 민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력은 명백한 과(過)"라고 단언했다.
호남대안포럼 박은식 공동대표는 "서재필 박사 등 호남 출신 독립유공자가 무려 전체 유공자의 15%를 차지한다"며 "그런데도 굳이 침략자를 기념하는 것은 호국영령을 조롱하는 것이자 국가 정체성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장관은 "정 그렇게 기념하고 싶으시면 민간모금을 하든, 민간투자를 받든 국민의 혈세는 손대지 마시기 바란다"며 "그런 반국가적인 인물 기념하라고 지방정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광주 출신 정율성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행진곡을 작곡하는 등 중국 정부로부터 그 업적을 인정받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문재인정부는 정율성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려고 했으나, 지난 2018년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에서 '활동 내용의 독립운동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부결됐다.
광주시청으로부터 입수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역사공원의 설립 취지는 '관광자원 콘텐츠 개발 및 시민의 문화·관광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비사업 추진'이다.
사업은 2018년 10월부터 올해 12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장소는 동구 불로동 164-1 외 5필지로 부지면적은 988.8㎡다. 소요 예산은 토지보상비 35억원, 시설비 13억4700만원을 합한 48억4700만원이다.
2019년 당초 계획된 예산은 38억원이었으나, 토지 보상 갈등 등으로 일정이 늦어지면서 사업비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율성 유적지 정비사업을 위한 역사공원 조성사업 기본계획' 자료에 따르면 앞서 정율성 역사공원에 사용될 사업비의 세부 내역은 다음과 같다.
△생가복원(1억2800만원) △리모델링(1500만원) △관리동 신축(7800만원) △철거비(5100만원) △정자(2000만원) △보상비(23억6600만원) △토목 및 조경비(9억9200만원) △설계·감리비(1억5000만원)로 각각 사업비가 책정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호텔 로비 정면에 있는 '정율성 생가' 주변에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정율성 생가는 리모델링하고 주변은 시민들을 위해 공원으로 정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가에 있는 주택 개보수 비용, 부지 매입비, 공원 조성 등 총 비용은 48억원이 맞다"면서도 10억원이 증액된 새롭게 편성된 예산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광주시는 정율성을 한중 우호 교류를 상징하는 인물로 보고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시는 총 48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강기정 광주시장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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