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절규로 가득 찬 무안공항…폭탄 맞은 듯한 현장, 전쟁통 방불

2024. 12. 30. 02:38교통 · [ 자동차 ]

뉴스/포커스절규로 가득 찬 무안공항폭탄 맞은 듯한 현장, 전쟁통 방불

 

폭탄 맞은 듯한 현장, 전쟁통 방불 / 탄내 속 꼬리 외엔 산산조각 / 300m밖 갈대밭까지 잔해가 널려 있어 / 충돌한 외벽은 구멍난 채 내려앉아 / “우리 애기들 없이 어떻게 사나탄식 / 사고 현장, 유족 울음 소리 가득해

 

29일 오전 9시경 태국 방콕공항을 출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7C2216편 탑승객이 공항에 마중나온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다. 카톡을 받은 가족은 30여분 후 왜 전화가 안돼냐고 물었지만 더 이상 응답을 받지 못했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일 탑승객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받은 가족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전남 화순군청 직원의 남편은 사고 직전에 비행기가 착륙 준비 중이라는 카톡을 받았는데 너무 황망하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를 목격한 무안국제공항 근무하는 한 여성 직원은 착륙하던 비행기에 불꽃이 튀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었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유가족 대기실. 사망자 5명의 신원이 발표되자 김모는 가족들의 품에 안겨 이제 우리 애기들 없이 어떻게 사느냐. 여행 가지 말라고 할걸하면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다른 유가족 박모씨는 제발 기체에 들어가서 시신 좀 보게 해달라. 엄마는 아들 얼굴 보면 다 안다사고가 난 지 4시간이 지났는데 신원 확인이 안 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날 공항은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가족 500여명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소방 당국이 사상자 신원을 발표할 때마다 유가족은 가슴을 쳤다. 이들은 신원 확인이 지연되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는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난 채 잔해들만 널브러져 있었고 기체 머리와 몸통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꼬리 부분만 검게 그을린 상태로 간신히 형태를 유지한 채 하늘 방향으로 솟아 있었다.


버드 스트라이크주의보에 지방공항 비상태세속 비통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는 유족들 500여명 현장으로 달려와 사상자 신원 발표 때마다 통곡 효도관광 보내드렸는데” “암투병 마치고 간 여행인데절규 가득 찬 무안공항 새가 (비행기)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 이라며 유언해야 하나.’가족들 사망자 명단 왜 다르냐며 항의도 // 기체와 충돌한 활주로 외벽 콘크리트는 큰 구멍이 생긴 상태로 내려앉아 있었다. 사고가 난 지 5시간가량이 지났지만 기체에서 흘러나온 기름 냄새와 탄내는 여전했다. 기내에 있어야 할 항공사 책자와 산소마스크, 구명조끼 등은 사고 현장에 튀어나와 있었다. 사고 지점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기체에서 떨어져나온 좌석 여러 개와 희생자의 수화물이 나뒹굴며 충돌 당시 충격을 짐작게 했다.

 

취제진이 찾은 사고 현장에는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난 채 잔해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기체 머리와 몸통 부분은 보이지 않았고, 꼬리 부분만 검게 그을린 상태로 간신히 형태를 유지한 채 하늘 방향으로 솟아 있었다.

 

기체와 충돌한 활주로 외벽 콘크리트는 큰 구멍이 생긴 상태로 내려앉아 있었다. 사고가 난 지 5시간가량이 지났지만 기체에서 흘러나온 기름 냄새와 탄내는 여전했다.

 

기내에 있어야 할 항공사 책자와 산소마스크, 구명조끼 등은 사고 현장에 튀어나와 있었다. 사고 지점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기체에서 떨어져나온 좌석 여러 개와 희생자의 수화물이 나뒹굴며 충돌 당시 충격을 짐작게 했다.

 

오후 3시쯤에는 흰색 보호복을 입은 소방대원과 군인 수십 명이 장갑을 낀 채 현장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고 지점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갈대밭까지 샅샅이 뒤지며 잔해를 수습하는 동시에 찾지 못한 실종자를 수색했다. 일부는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오후 330분부터 크레인을 동원, 기체 후미 부분을 들어올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남은 실종자들이 기체 밖으로 튕겨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크레인으로 기체 잔해를 들어올려 아래에 깔린 희생자를 수색했지만 추가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야간 수색도 이어졌다. 한국전력 차량 3대와 관계자 여러 명이 현장에 도착해 경찰·소방 당국과 함께 야간 수색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 폐쇄된 활주로에는 수색을 위한 조명이 사고 지점을 비추고 있었다.

 

사고 피해자들은 주로 패키지 여행을 떠났던 가족, 친구 단위 여행객이었다. 세 자매 중 맏이인 오모(45)씨는 여객기에 탑승한 막내동생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씨는 울먹이면서 아침 뉴스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는데, 내 동생이 사고 여객기에 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부모님이 가장 예뻐했던 막내딸이고, 내 모든걸 줘도 아깝지 않은 내 동생이 너무나 그립다고 했다.

 

회갑을 맞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큰아주버니를 기다리던 50대 김모씨도 가족들과 한발짝 떨어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김씨는 아주버니는 집안의 기둥이었다. 최근에 다같이 김장하면서 내년에도 또 하자며 웃어보였는데라며 워낙 고생을 해서 이제 여행 좀 다니시나 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후 6시경 소방 관계자가 현재 희생자 95명의 인적사항이 확인됐다고 말하자 무안공항 2층 대합실은 절규와 눈물바다로 변했다. 전남 화순군 주민 최모 씨(46)부모님을 효도관광으로 태국여행을 보내 드렸는데 이런 사고가 났다. 너무 죄송스러워 말을 못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위암 투병 치료가 겨우 끝나 친구들과 방콕으로 골프 여행을 갔던 어머니 김모 씨(50)의 사고 소식을 듣고 온 아들 김모 씨(22)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 김 씨는 3년 전 사별한 남편과의 신혼여행 이후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위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1년가량 투병하다가 최근에야 치료가 끝난 상태였다. 아들 김 씨는 어머니가 이제 좀 건강해져서 마음이 놓였었다. 여행 가신다고 들뜨셔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애띤 얼굴의 한 남매는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공항에서 사고 소식이 흘러나오는 TV를 줄곧 응시했다. 남매는 이날 둘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광주에서 무안 공항으로 달려왔다. 이 남매는 평소 뉴스를 보지 않아 소식을 몰랐다가 낮 12시쯤 어머니 친구 분이 연락을 해줘서 알게 됐다. 친척 분의 차를 얻어 타고 공항에 오게 됐다고 울먹였다.

 

70대 부부는 아들 가족 4명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아이고 우리 애들 불쌍해서 어떻게라고 절규했다. 희생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한 남성은 비행기에 탄 아들 부부의 소식을 듣기 위해 병원에 연락했지만 확인이 안된다고 해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 왔다고 했다.

 

이날 소방 당국이 호명한 사망자 명단이 앞서 알려진 것과 달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좀 전에 (사망자로) 호명한 분이 지금 공개한 명단에는 없다우리 가족은 살아있다는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습 상황 등을 신속히 알려주지 않았다며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유족들도 있었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전남·광주 지역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도 슬픔에 잠겼다. 실제로 전남 영광군 군남면에 거주하는 일가족 9명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실종됐다. 전남도 출연기관에서도 함께 여행을 떠난 젊은 연구원들이 실종됐다. 전남도교육청에서는 2019년경 사무관으로 승진한 후 동기 모임을 가졌던 여성 간부 5명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전남 지역에서 여객기 추락 참사가 발생한 건 1993726일 이후 31년여 만이다. 당시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해 목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뒷산에 추락해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우가 쏟아진 덕에 기체가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탑승객 116명 가운데 48명은 구조돼 사고 규모에 비해 희생자가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내년 14일까지 7일간을 항공 여객기 참사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5·18 민주광장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한다. 전남도는 무안스포츠센터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분향소를 설치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무안군은 무안국제공항 옆에 가족들을 위한 텐트 200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공터에는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방문한 시민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허탈해했고,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김씨는 끔찍하고 예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희생자 중에 아기도 있다는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목포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최모씨는 뉴스를 보고 바로 현장에 달려왔다고 했다. 최씨는 실제로 사고 현장에 와보니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대체 그 커다란 비행기 머리와 몸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안 그래도 연말에 나라가 시끌시끌한데 이런 믿을 수 없는 사고까지 벌어지니 너무나 우울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큰아주버니는 가족들에게 여행 중간중간 사진도 보내실 만큼 살가우신 분이라 조카들도 다들 오열하고 있다. 빨리 신원 확인이 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직원과 함께 태국 여행을 떠난 남동생을 기다리던 김모(33)씨는 어젯밤만 해도 태국에서 잘 놀고 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였다며 어머니, 이모와 함께 공항에 왔는데 경황이 하나도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번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버드 스크라이크’(조류 충돌)이 거론되면서 국내 지방공항들도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은 조류 퇴치 인원을 확대하는 등 비상대기태세를 발령해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비상대기태세 발령에 따라 제주국제공항은 항공기 조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활주로와 보조 활주로에 배치된 조류 퇴치 인원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제주국제공항 인근에서 엽총과 경보기 등을 활용해 조류의 공항 유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제주국제공항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소방 인력 62명이 4교대로 3분 이내에 사고 현장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24시간 출동 태세를 갖추고 공항 내 순찰도 기존 2시간에서 1시간으로 강화했다.

 

김해국제공항도 조류 퇴치를 위한 안전대책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해공항은 활주로와 계류장 등 공항 주요시설에 대한 현장을 점검했다. 남창희 김해공항장은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해 30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고 예방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