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노동자 94명 해고 멈춰달라” 신청… 법원 ‘각하’

2018. 1. 31. 09:36사회 · [ 종합 ]

경비노동자 94명 해고 멈춰달라신청법원 각하

 

 

 

법원 경비원들, 입주자회의 결정 다툴 자격 없어

 

경비원들 용역전환 결정 멈춰달라가처분 신청 해고 효력은 본안소송에서 가려야판단도

경비원들 “‘사후약방문식 주문납득 못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입주자대표회의의 간접고용 전환 결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대아파트 쪽은 조만간 94명 경비노동자 전원에 대한 해고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재판장 이제정)30일 전국아파트노동조합연맹 현대아파트노동조합과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3명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결의 효력정지 신청사건을 각하했다.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주자회의)는 오는 2월부터 직접고용 형태이던 경비 업무를 용역을 통한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결의안을 지난해 10월 통과시켰다. 이달 31일까지 정규직 경비노동자 94명을 해고하고, 용역업체가 이들의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경비 업무 중 주차관리와 택배, 재활용 분리수거 업무를 경비원한테 강제할 수 없고, 최저임금 상승과 일부 직원의 근태불량 등의 이유로 용역 전환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경비원들은 입주자회의의 용역전환 결정은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용역전환 결의와 해고 의사표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용역전환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는 노조와 경비원의 신청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각하했다. 재판부는 경비원들이 입주자회의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한 결의의 효력을 다툴 이익이 없다고 판단 이유를 들었다. 입주자회의의 구성원이 아닌 경비원들이 회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할 법률상 자격이 없단 취지다.

 

재판부는 경비원들에 대한 해고 절차 진행을 중단해달라는 요구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고 예고의 효력정지를 명할 정도로 사안이 시급하지 않고, 해고의 효력은 본안소송에서 가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직 해고 절차가 실행되진 않은 만큼, 실제 해고가 이뤄진 뒤에 별도로 민사소송을 내 해고의 적절성 여부를 다투란 취지다.

 

경비원들은 법원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단 입장이다. 해고가 이뤄진 뒤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별도 소송을 통해 다투라는 것은 사후약방문식 판단이란 것이다. 또 입주자회의 결정의 정당성을 다툴 자격을 제한한 부분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경비원들을 대리한 노종화 변호사는 현대아파트 관리규약은 직원을 고용·해고할 때 입주자회의 결의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용역으로 전환되는 경우 경비원들이 입주자회의와 맺는 고용관계가 단절되는데도, 단지 입주자가 아니란 이유로 해고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달 31일 경비원들을 해고하거나 용역업체 선정 전까지 경비원들과의 계약을 임시 연장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처분과 별도로 법원에는 현대아파트 입주민 2명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가처분 사건도 접수돼 있다. 입주민들은 용역 전환 사안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입주자 전체의 의사를 물어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사안이란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