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7. 16:28ㆍ사회 · [ 종합 ]
‘무릎 호소’ 6개월… 또 고성-야유 얼룩진 특수학교 설명회
‘2곳 설립’ 강서구 주민설명회 난장판
“장애 학생에게도 수영시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민이 원하신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함께….”
이때 갑자기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26일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에서 열린 서울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 주민 설명회장은 또 난장판이 됐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확성기까지 동원해 “집어치워라” “거짓말하지 마라”며 고함을 쳤다.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이들에게 야유를 보내면서 반대 주민들과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강서구 주민이 아니면 빠지라”는 반대 주민의 호통에 서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주소지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반년전 무릎 꿇고 간청했지만… 일부 주민 계속 반대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탑산초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 주민 토론회 당시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간청하며 무릎을 꿇어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왼쪽 사진).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26일 강서구 옛 공진초교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는 여전히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또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
지난해 9월 특수학교 설립을 간청하는 장애 학부모의 ‘무릎 호소’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반대 주민과 학부모 간 감정의 골은 여전했다. 이날 설명회는 내년 9월 개교하는 특수학교 2곳의 설립 추진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미 시교육청은 공진초교 자리에 ‘서진학교’, 서초구 옛 언남초교 자리에 ‘나래학교’ 등 특수학교 2곳의 설계를 확정했다. 서울에서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건 2002년 이후 17년 만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반대 주민을 달래기 위해 주민 편의시설 확충 방안을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경기 파주시 출판도시 ‘지혜의 숲’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예로 들며 “복합문화공간을 만들면 주민들에게 조금 위로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 서진학교에는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반대 주민들이 요구한 수영장 건립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 주민 20여 명 중 누구도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들은 “주민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설명회는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시교육청이 생업을 가진 주민은 참석하기 힘든 평일 오전에 설명회를 열었고, 일정조차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손동호 비대위원장은 “특수학교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미 특수학교가 있는 강서구에만 왜 또 짓느냐. 없는 지역에 먼저 지으라”고 항의했다.
강서구에는 사립 특수학교인 ‘교남학교’가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라 학생을 더 받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강서구에 살면서도 다른 구에 있는 특수학교로 왕복 2, 3시간씩 통학하는 장애 학생이 적지 않다. 시교육청은 특수학교가 없는 양천 금천 영등포 용산 성동 동대문 중랑 중구 등 8개 구에도 부지를 확보하는 대로 특수학교를 지을 계획이다.
조부용 강서장애인부모회장은 “오늘은 특수학교 내 주민 편의시설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주민은 지난해와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그러면서도 특수학교 개교가 내년으로 확정된 만큼 대다수 장애 학생 학부모는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설명회장에서는 반대 주민과 장애 학생 학부모·시교육청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설명회가 끝나고 동네에서 만난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공진초교 근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은 특수학교를 반대하지 않는데, 일부 강성 주민만 반대하고 있다. 집값에도 전혀 영향이 없다”고 귀띔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비대위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반대를 접는 대신 편의시설 확충을 요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다. 현재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주민 100여 명 중 상당수는 옛 공진초교 교문과 정면으로 마주한 신축 아파트 단지 주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가 끝나자 학교는 평소처럼 한산해졌다. 이미 폐교해 학생들은 없지만 일부 주민은 학교 운동장에서 산책을 했다. 매일 이곳에서 운동을 한다는 김모 씨(65)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파트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우리 동네에도 장애인이 사는데, 다 같이 잘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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