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9. 07:06ㆍ자연 · [ 환경 ]
한반도의 `수상한 봄`…패딩 껴입고 벚꽃놀이
"꽃샘추위에 미세먼지까지 주말 벚꽃 장사는 틀렸네."
일요일인 8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번데기, 옥수수 등을 판매하는 70대 노점상 김 모씨는 겨울 패딩을 껴 입은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나들이객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에는 쏟아지는 벚꽃 나들이객을 맞이하느라 정신없이 일했지만 올해는 좀처럼 손님이 들지 않고 있다며 김씨는 한탄했다. 김씨는 "벚꽃축제가 껴 있는 주말인데도 장사가 전혀 안 된다"며 "지금까지 수익은 작년의 20%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날씨가 추운 데다 바람까지 세니까,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지 않는다"며 "작년에는 얼음물도 잘 팔렸는데 오늘은 일반 생수도 못 팔았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사흘간 내린 비를 어렵사리 이겨내고 벚꽃이 만개했지만 이번엔 '꽃샘추위'가 주말 상춘객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강풍까지 동반한 꽃샘추위에 나들이객은 두꺼운 외투로 무장한 채 어깨를 펴지 못했다. 금요일인 13일까지 벚꽃축제가 예정돼 있지만 꽃샘추위가 9일까지 이어지는 데다 예상보다 벚꽃이 빨리 만개해 다음주 말이면 꽃구경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3~4도로 평년보다 낮았다. 서울 최저기온은 3도, 인천은 2.9도, 경기 수원은 0도까지 내려갔다. 토요일인 지난 7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9도, 인천 8도, 대전 10도, 광주 10도 등 전국적으로 10도 안팎에 머물렀다. 평년 기온인 17도에 비하면 많게는 10도까지 떨어진 수준이었다. 주말 동안 일부 지역에서는 비나 눈이 관측되기도 했다. 8일 저녁까지 서울·경기·강원·충북 북부·경북 북부 등 중부 지방에 5㎜ 안팎 비가 내렸고 경기 동부와 경북 북동 산지에는 1㎝가량 눈이 쌓이는 곳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주말 나들이객은 겨울옷을 다시 꺼내 입고 꽃구경에 나섰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벚꽃축제를 즐기러 나온 주부 이진희 씨(44)는 "오후에 사람들이 몰릴까봐 오전에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서 "추울 거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자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대학생 정수연 씨(24)는 "친구들과 나오기 전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하다 패딩을 꺼내 입고 나왔는데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은 부슬비까지 내려 나들이객들이 석촌호수 근처 쇼핑타워와 카페 등지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추위에 여의도공원 일부 상인은 모처럼의 봄 특수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인라인스케이트 대여 사업을 하는 경 모씨(62)는 "지금이 성수기인데 작년 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5분의 1로 줄었다"며 "이러다가 1년치 임차료 7000만원도 못 벌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람들이 손시림을 방지하기 위해 목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타는 광경도 목격됐다.
지방 나들이객이 화이트 상춘을 즐기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무주 덕유산 국립공원, 경남 거창 덕천서원 등을 방문한 나들이객은 눈이 쌓여 하얀 솜사탕으로 변한 벚꽃을 보며 감탄하는 데 바빴다.
벚꽃축제를 준비한 지자체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예기치 않은 화이트 상춘이 연출된 데 이어 예측한 벚꽃 개화 시기가 빗나가면서 축제 절정 시기로 지목했던 이번주에 벚꽃이 다 질 지경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지난해 벚꽃 개화 시기 예측을 중단하면서 지자체들은 민간 기상정보 제공 업체에 의존해 축제 시기를 결정했다. 지난달 대부분 민간업체는 서울 벚꽃 개화 시기를 4월 7~8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은 7~13일을 축제 기간으로 설정했다. 대표적인 벚꽃축제인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는 7~12일, '석촌호수 벚꽃 축제'는 5~13일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측보다 5일 이른 이달 2일에 서울 전역에서 벚꽃이 개화했다. 벚꽃은 개화 후 6~7일이 지나면 만개하기 때문에 9일까지가 절정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중반부터는 벚꽃이 지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9~10일 벚꽃 나들이객에겐 '미세먼지'라는 또 다른 변수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관측기관인 에어코리아와 케이웨더에 따르면 9~10일 오전과 오후 미세먼지는 '나쁨'이나 '한때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최근 몇 년간 날씨 변화가 심해지면서 벚꽃 개화 시기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겨울 한파에도 불구하고 4월 초순 기온이 예년보다 급격하게 상승했던 것이 개화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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