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지도부 구속…벨기에 간 푸지데몬 행보는?

2017. 11. 3. 13:18국제 · [ 종합 ]

카탈루냐 지도부 구속벨기에 간 푸지데몬 행보는?

 

 

카탈루냐 시위 "구속된 장관들 풀어줘라"

 

스페인 검찰이 분리 독립을 추진한 카탈루냐 자치정부 내각 관료들을 구속한 가운데 해임된 뒤 벨기에에 체류 중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2(현지시간) 오리올 훈케라스 부수반 등 카탈루냐 자치정부 각료 8명을 보석 없이 구속했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서다. 독립 선포 전 스스로 사퇴한 산티 빌라 기업장관만 보석금 5만 유로(6500만 원)를 책정받았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지난달 27일 카탈루냐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포하자 자치정부를 해산시켰다. 검찰은 이어 푸지데몬 수반 등 카탈루냐 자치정부 각료 20명을 반란 선동, 반역,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푸지데몬은 구속을 피하기 위해 검찰 기소에 앞서 각료 5명과 함께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했다. 스페인 검찰은 유럽연합(EU)에 푸지데몬과 나머지 장관들에 대한 유럽체포영장(EWQ) 발부를 요청했다고 더 로컬 등은 전했다.

 

푸지데몬은 이날 스페인 법원의 조치에 관해 트위터를 통해 "카탈루냐의 합법적 정부인사들을 카탈루냐 의회가 승인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려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망명지' 브뤼셀에서 모처럼 웃는 푸지데몬




 

도이치벨레 등 유럽 언론들은 3일 푸지데몬에 대한 EWQ가 발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벨기에 경찰이 그를 체포해 스페인으로 송환할 수 있다. 벨기에 검찰은 영장이 나온다면 법을 따르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푸지데몬의 변호사 폴 베케르트는 푸지데몬이 벨기에 망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벨기에 당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WQ가 발부된다면 경찰 체포에 응하겠다는 설명이다.

 

결국 체포되면 푸지데몬은 스페인 정부가 다음달 21일 실시하기로 한 조기 카탈루냐 지방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이 경우 그가 소속된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는 그 없이 선거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지데몬이 마음을 바꿔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U는 회원국 간 망명을 금지하고 있는데 벨기에만 다른 EU국 출신자가 망명을 신청할 경우 최소한 검토할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망명 성공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푸지데몬은 벨기에 당국에 스페인으로부터 부당한 박해를 받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EU는 회원국인 스페인을 독립적 사법체계를 갖춘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망명 대신 벨기에에서 시간끌기 전략을 취할 순 있다. EU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하면 된다. EU 법은 기소 대상자의 범죄가 체류 중인 회원국에서 등가하지 않다면 EWQ를 발부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놨다.

 

푸지데몬은 스페인에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시도하다가 반역죄로 기소됐다. 벨기에까지 그를 반역자로 볼 이유는 없다. 푸지데몬 측이 이 점을 벨기에 법원에 강조하며 사태를 장기화시킬 수도 있다.

 

벨기에 정부가 대내 정치적 압박 때문에 푸지데몬을 스페인에 넘길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벨기에 역시 자체적인 분리독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에 푸지데몬을 도와서 좋을 게 없다.

 

푸지데몬의 체류를 용인하면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의 분리독립파를 자극할 거란 우려가 높다.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이 지역은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데다 역사 문화적 차이로 프랑스어권인 남부와 갈등을 빚어 왔다.

 

그렇다고 벨기에가 마음대로 푸지데몬을 어찌할 순 없다. 일단 사법 절차가 시작되면 정부 마음대로 여기 개입하기 어렵다. 푸지데몬이 테러 등 극단적 범죄를 저질렀거나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카이뉴스는 카탈루냐 독립 문제는 전달 1일 주민투표 이후 극적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예측이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푸지데몬으로서는 최대한 희생자 행세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