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수박 위생에 취약 세균 급속도 늘어…‘비닐 랩’을 씌운 수박 위생 관리 소홀

2018. 6. 18. 06:26건강 · [ 복지 ]

반쪽 수박 위생에 취약 세균 급속도 늘어비닐 랩을 씌운 수박 위생 관리 소홀

 

 

깍둑썰기 후 밀폐용기 보관이 그나마 안전

 

랩 씌우면 수박 표면 세균 급속도 늘어/소비자 한통 사면 버리는 게 더 많아”/전문가 랩 포장 가이드라인 있어야

 

비닐 랩을 씌운 반쪽 수박이 위생에 취약하다는 지적 속에서도 버젓이 판매대에 오르고 있다. 랩 포장 규제가 없는 틈을 타 유통업체들이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 지역의 대형·중소형 마트 30여곳을 둘러본 결과, 이마트, 롯데마트를 제외한 대부분 마트에서는 반쪽 수박을 랩에 씌워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 업체는 당일 커팅, 당일 판매문구를 진열대에 써붙여 놓았지만, 중소 마트에서는 이런 안내 문구를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일부 중소 마트 중에는 이틀 전에 잘라 놓은 수박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랩 포장은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이미 한 차례 주의보를 내린 적이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랩을 씌운 반쪽 수박을 일주일 간 냉장 보관했을 때 수박 겉 표면의 세균 수(42cfu/g)가 초기 농도(140cfu/g) 대비 3000배나 불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배탈,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다. 또 랩 포장 뒤 하루가 지난 시점부터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 양모(57)씨는 식구들이 먹는 건데 작업 환경이나 작업자의 위생 상태를 믿을 수 없어 반쪽 수박은 가급적 안 산다고 말했다. 백순금(60)씨도 내가 보는 앞에서 자르면 모르겠지만 이미 잘라놓은 수박은 불안하다고 했다.

 

마트에서 반쪽 수박을 취급하는 것은 한 통에 1~2 만원을 훌쩍 넘는 수박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반쪽 수박 2개를 더한 값이 수박 한 통 가격을 웃도는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역 인근의 한 마트에서는 수박 한 통 가격을 할인가 11900원에 판매하면서 반통 수박은 8200원에 팔고 있었다.

 

반쪽 수박이 오히려 수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보관 걱정도 덜어 실용적이란 목소리도 있다. 김태완(27)씨는 어차피 수박 한 통을 사면 버리는 게 더 많아 반쪽 수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고은지(31·)씨도 수박 한 통 사서 두고 먹는 것보다 반통씩 사서 신선하게 먹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랩 포장 반쪽 수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영목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무균 상태의 수박을 한 번 자르면 공기 중 세균이 수박 표면에 침투할 수 있다면서 랩 포장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란 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장도 수박을 자르는 칼이 오염됐을 수도 있고, 껍질에 남아 있던 균이 수박 표면에 침투할 수 있어 당일 판매 수박도 100%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수박을 자른 즉시 깍둑썰기를 해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