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6. 09:26ㆍ국내 · [ 종합 ]
치매 앓던 老母와 홀로 간병하던 딸의 비극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경기 고양시 아파트 내부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부엌 옆 작은 방 안에는 노모(老母) 김영순(76·가명)씨, 박정숙(45·가명)씨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10분쯤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무렵 모녀(母女)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주변에는 매캐한 연기가 진동했다.
단순한 화재사고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날은 영하의 날씨로 추웠지만, 집 안은 난방하지 않았는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밥을 차려 먹은 흔적도 없었다. 시신이 발견된 작은 방에 불에 탄 이불만이 쌓여 있었다. 유서가 따로 발견되지도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영순씨는 슬하에 세 남매를 뒀다. 정숙씨는 차녀(次女)로, 출가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정숙씨는 착한 딸이었다. 어머니 영순씨 건강이 나빠지자, 병수발을 도맡아 하다시피 했다. 항암치료는 길고 모질었다. 어머니가 네 차례의 항암치료를 견뎌내는 동안, 정숙씨는 간병에 집안살림까지 떠안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서 영순씨가 치매 증상을 보였다. 건망증이 있더니, 갑자기 집 밖으로 나가겠다고 떼를 썼다.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나중에는 홀로 둘 수 없는 상태까지 병세가 깊어졌다. 유가족들은 정숙씨에 대해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싫은 소리 한 번 안 했던 착한 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 정숙씨에게는 직장이 있었다. 그가 "집에 사정이 있다"면서 결근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조용한 성격의 정숙씨는 회사에 가지 않는 날엔 어머니와 온종일 함께 있었다는 것이 주변 진술이다. 사달이 난 날에도 정숙씨는 출근하지 않고 집 안에서 노모를 돌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 부검결과, 어머니 영순씨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 한 것으로 판단했다. 딸 정숙씨는 연기 흡입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망 원인이었다. 경찰은 딸 정숙씨가 어머니의 목을 조른 뒤, 극단적인 선택에 나선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우발적인 사고라고 보기에는 집 전체가 아주 깨끗했어요. 마치 정돈이라도 한 듯이…딸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모친의 곁에 반듯이 누워 있었습니다. 원한에 의한 범죄라면, 일반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죽음을 택하지 않습니다. 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 얘기다.
경찰은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모녀 사망의 배경에 혹시 보험·
금전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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