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9. 05:35ㆍ외교 · [ 통일 ]
성추행·태극기 망신… ‘코드 인사’ 수렁 빠진 외교부
비위·의전 실수… 잇단 사고 왜? / 최근 6년 외교 공무원 입건 늘어 / 2013년 5명서 지난해 26명 ‘껑충’ / 자체감찰 고발은 줄어 작년 2명뿐 / 정부 비전문가 인선 한계 드러나 / 강경화 장관 리더십 부재도 지적
외교부 공무원의 비행(非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외교부 사무관인 3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홍익대 인근 노래방에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의 몸을 더듬고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주파키스탄 대사관에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 B씨가 부인이 귀국한 사이 대사관 여직원을 성추행해 망신을 자초했고, 김문환(54) 전 에티오피아 대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직원 3명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19일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8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외교부 공무원은 지난 6년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정책을 집행하는 일반 부처와 달리 외교부의 실수나 비리는 자칫 외교적 논란은 물론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외교부에 따르면 입건된 공무원은 2013년 5명이던 것이 2016년 17명을 거쳐 지난해 26명으로 늘었다. 이 중 파면, 해임 등 중징계 7명을 포함해 외교부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24명이다.
반면 외교부가 자체 감찰 등을 통해 비위 공무원을 색출한 후 수사기관에 고발한 인원은 2016년 3명과 2017년 6명, 지난해 2명 등 총 11명에 그쳤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고발 건수가 전무했다. 외교부 공무원의 불법행위가 늘고 있지만 외교부의 자정능력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외교부의 공직기강 해이 사태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놔 담당과장이 보직해임을 당했고, 지난달 20일 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어로 인사하는 ‘참사’ 수준의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발틱’ 국가를 ‘발칸’ 국가로 잘못 기재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라트비아 대사관의 항의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마저 벌어졌다. 지난해 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해 망신을 당한 이후 되풀이된 실수다.
일각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 장관은 2017년 공관장이 성비위 징계 시 수위를 불문하고 재보임을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했고 성 비위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강 장관은 잇따른 외교 실수에 프로페셔널리즘을 강조하고 나섰으나 그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강 장관부터 국회에 출석해 민감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잦은 말실수를 하지 않았느냐”며 “위부터 아래까지 실수를 연발하는 상황이고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외교부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근본적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인선된 점을 꼽는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외교부 공무원은 실질적으로 외교현장에서 국격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사람들”이라며 “윤리의식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없는 인물들이 외교부를 채우다 보니 사고가 계속 터진다”고 평가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외교 결례 문제는 외교 전문가들이 매뉴얼대로 챙겼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청와대 코드 인사들로 외교부를 채우는 대신 외교 전문가들의 입지가 넓어지도록 정부가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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