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엔 쌀 카드, 미국엔 방한 요청 …양쪽서 속 끓이는 정부

2019. 5. 15. 21:59정부 · [ 종합 ]

북엔 쌀 카드, 미국엔 방한 요청 양쪽서 속 끓이는 정부

 

 

북한은 식량지원에 '생색낸다' 콧방귀

 

트럼프 이달 방한 놓곤 아직도 미발표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북한에는 '쌀 지원' 카드를, 미국에는 톱 다운대화를 제안하며 양동 작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를 정부의 속을 끓이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1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8(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525~28일 새 천황 즉위차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백악관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방한 일정도 비슷한 시기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어 이달 7일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재차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언급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이 두 차례나 방한 요청을 한 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청와대와 백악관은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구체적인 일정은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긴밀히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상회담 일정은 적어도 한달 전에 발표하는 관례로 볼 때 5월 말 방한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처럼 한·미 간 '톱 다운 대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국 내에서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한다.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단거리 발사체와 미사일을 연이어 쏘아 올리며 워싱턴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대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재차 전달했다. 미 정부 내에서 부정적이었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역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면서 급물살을 탔다는 후문이다.

 

정작 북한은 한국 측의 식량지원을 "생색내기"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대남선전매체 메아리가 지난 12"겨레의 요구와 너무나도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북남관계의 큰 진전이나 이룰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으로선 어렵게 띄운 식량지원 사업을 '몇 건의 인도주의 사업'으로 격하한 표현이다. 또 다른 매체 '조선의 오늘'"남조선 당국이 똑바른 줏대나 주견도 없이 '중재자' '촉진자' 행세에만 열을 올린다""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식량지원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취지로 들린다.

 

현재 미국 측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일정만 제안해 온 상황이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또다른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결정하지 않는 한 국무부 참모들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워싱턴에서 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추가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