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3. 23:50ㆍ정부 · [ 종합 ]
청와대는 조사도 않고… "北 목선, 축소·은폐 없었다"
범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 '삼척항 인근' 거짓말, 누가 했는지도 안 밝혀
대공 용의점 전혀 없다면서... 8군단장은 왜 해임?
당초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하려 했던 ‘북한 목선 조사 결과 발표’가 3일 ‘범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로 바뀌었다. 브리핑 주체는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맡았고, 국방부·합동참모본부·해양경찰청·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했다. 장소도 애초 국방부에서 정부서울청사로 바뀌었다.
정부는 이날 오후 1시 합동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군의 경계작전이 실패했다”며 육군 8군단장을 보직해임하고,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군과 정부가 북한 목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15일 북한 목선이 ‘입항 귀순’했을 때부터 18일 언론이 보도할 때까지 “삼척항 인근에서 표류했다”는 거짓말을 누가 했는지도 조사하지 않았다. 해양경찰 등 군 이외 부처를 조사한 국가정보원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북한 목선에서 대공 용의점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현역 해군 대령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이 국방부 비공개 브리핑장에 몰래 들어갔던 문제는 청와대가 자체조사해 조치한다고 밝혔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25쪽 분량의 북한 목선 조사결과 자료를 내놨다. 자료에는 정경두 국방장관의 사과문을 시작으로, 북한 목선 관련 정보와 이동 경로, 귀순 과정, 군의 경계작전 실패 원인과 대책, ‘삼척항 입항’을 ‘삼척항 인근에서 표류’로 바꿔 국민들에게 공개하게 된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정부 조사단, ‘북한 어민들’ 주장 그대로 인용
합동조사단 자료에 따르면, 북한 목선에 실려 있던 식량은 쌀 28.8kg, 감자 4.1kg, 양배추 6.1kg 등 식재료 39kg, 김치찌개·멸치조림 등 남은 음식 10.3kg이 있었다. 이 외에 북한 목선에 대한 내용은 모두 타고 온 사람들의 진술을 옮긴 것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깨끗한 이유는 조업을 6월11일과 12일밖에 하지 않았고, 오징어 먹물이 항해 과정에서 씻겨 나갔기 때문이다. 연료와 어획물이 없는 부분은 “6월9일 출항할 때 250kg의 연료를 적재하고, 두 차례에 걸쳐 오징어를 110kg가량 잡았고, 이를 주변에 있던 북한 상선에 넘기고 연료 60kg과 음식 재료, 화폐(중국 위안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목선의 연비가 리터당 4.1km임을 고려하면 어장을 거쳐 삼척항에 오기에는 충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물이 모두 새것인 점에 대해서는 “북한을 출발할 때 그물 15개를 갖고 출항해 10개를 사용했는데 2개가 엉켜 그냥 절단했고, 6월13일 울릉도 인근에서 배수펌프 고장으로 배에 찬 물을 빼낼 때 작업에 방해돼 사용했던 그물을 모두 바다에 버려 배에 남은 그물은 모두 새것이었다”는 귀순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조사단은 “북한 목선은 오징어를 채낚기 방식이 아닌 자망을 투망해 걷어 올리는 방식으로 조업했기 때문에 전등이 필요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종합적으로 볼 때 대공 용의점 전혀 없었다”
조사단에 따르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이 기사의 두 번째 사진에서 맨 앞의 인민복을 입은 사람과 맨 뒤의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사람이 귀순했다. 두 번째 군용 방한복을 입은 사람과 세 번째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람은 북한으로 귀환했다. 맨 뒤의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사람이 선장이었다고 한다.
조사단은 논란이 된 선원들의 복장에 대해 “두 명이 군복을 착용했는데, 북한에서는 군복을 작업복으로 입는 경우가 빈번하며, 귀순한 선장은 친구로부터 받은 군복, 북한으로 귀환한 사람 가운데 1명은 자신이 과거 군 복무할 때 입었던 군복”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또한 얼룩무늬 군복은 과거 특수부대에 보급되었던 것이나, 2015년부터는 전방부대부터 보급되고 있고, 북한 장마당에서도 작업복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조업이 두 번 밖에 없었고, 인민복을 입은 이유는 선장이 함께 탈북하기로 한 선원에게 ‘출항검열에 대비해 깨끗한 옷을 입고 오라’고 시켰고, 이에 가장 깨끗한 옷인 인민복을 들고 배에 탔다”며 “인민복을 입은 선원은 실제 조업할 때 별도의 작업복을 입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대공 용의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를 주도했던 국가정보원은 “이들이 타고 온 배에 달린 엔진은 중국제 28마력짜리로 기존의 간첩선들이 200~300마력짜리 일제 엔진을 예비용까지 2~3개씩 장착한 것과 비교하면 대남 침투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또한 선원 4명 모두 특수훈련을 받은 신체적 특징이 없었으며, 무기 및 간첩 통신장비 등 특이물품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간첩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국정원은 “신체적 특징이란 정권(正拳) 수련을 했다거나 어깨가 넓다거나 하는 등의 운동을 많이 한 흔적을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척항 입항’을 ‘삼척항 인근 표류’로 바꾼 주체, 누군지 몰라
조사단은 또한 국방부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이 삼척항 인근에서 표류 중인 것을 우리 해군이 발견했다”고 밝힌 점, 이때 합참 측이 “경계작전은 매뉴얼대로 진행됐으므로 실패가 아니었다”고 밝힌 점을 두고도 “축소·은폐 의혹은 없었다”고 결론 지었다.
조사단에 따르면, 국방부는 15일 삼척항 입항 귀순 상황을 접수한 시점부터 이를 대북 군사보안과 연계된 건으로 보고, 매뉴얼에 따라 ‘유관기관들’과 협의해 언론보도문을 공유했다. 이때 해양경찰부터 합참 등은 모두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을 알고 있었다. 군 당국은 “대북 군사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대로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양경찰청은 15일 발표한 PG(Press Guideline, 보도공개방침)에서 ‘삼척항 입항 귀순’이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조사단은 “합참 공보실은 해경의 PG를 확인하지 못하고 17일에도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유관기관들이 모여 언론대응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삼척항 인근’이라는 지침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기관에서 ‘삼척항 입항’ 대신 ‘삼척항 인근서 발견’이라고 하자는 제의를 했는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한 “삼척항 인근 표현에 대한 논란이 있어 합참은 18일 문자로 기자들에게 북한 목선 발견 지점을 ‘삼척항 방파제’라고 정정해 공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그낭 보도 이후에 간사가 삼척항 방파제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무슨 문자로 알렸다는 거냐”고 따지자 조사단 측은 “아, 실수였다. 잘못된 표현”이라고 황급히 사과했다.
합참이 17일 브리핑에서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표현한 부분도 “북한 목선이 들어올 당시 경계작전은 매뉴얼대로 진행됐다는 의미였다”며 “경계에 실패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경계작전은 계획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청와대 행정관 개입 의혹은 “청와대 셀프 조사·조치 예정”
6월17일과 19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린 백브리핑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이 기자들 몰래 참석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행정관이 국방부 백브리핑에 참석한 이유는 부처와의 일상적인 업무협조의 일환으로, 언론의 관심사인 △브리핑 내용을 기자들이 충분히 이해했는지 △기자들의 관심사항은 무엇인지 △다음 브리핑에서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 소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조사단은 “해당 행정관은 당일 아침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출입신청을 했고, 대변인실에 도착해 신분과 브리핑 참석 사실을 설명한 뒤 백브리핑에 들어갔다”면서 “과거에도 중대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방문한 사례가 있으며, 실제로 2019년 1월16일 일본 초계기 논란에 대한 백브리핑에도 참석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해당 행정관은 군의 발표 내용에 대해 국방부 관계관들과 어떤 협의나 조율을 한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해명에 “국가안보실 행정관의 행태는 마치 지난 정부까지 국정원에서 하던 조정역할과 비슷하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왔다. 조사단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가안보실 행정관이 정례 브리핑에는 몇 번이나 참석했느냐”고 묻자 “정례 브리핑은 개방된 것이므로 언제든 들어올 수 있지 않으냐”며 국가안보실이 정부 브리핑에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답변은 청와대 안보실이 국정원이 했던 역할을 한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청와대는 안보실 관련 문제를 ‘자체조사 및 조치’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국가안보실이 (북한 목선 논란과 관련해) 국민이 불안하거나 의혹을 받지 않게 소상히 설명해야 함에도 17일 군의 발표 결과가 ‘해상경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판단된 측면이 있어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를 질책하셨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셀프조사’ 및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합참의장·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에게 엄중경고를, 육군 8군단장은 보직해임,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은 징계위원회 회부,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서면경고, 동해해양경찰서장은 인사조치했다. 청와대 안보실을 비롯해 국가안보 최고위층 가운데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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