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초강수…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2019. 8. 23. 07:26정부 · [ 종합 ]

예상 밖 초강수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협정 지속은 국익에 맞지않아"

 

최근까지는 정부내 '유지' 의견 많아 / 잇단 무성의, 백색국가 배제 결정적 / 문 대통령과 추가토론 등 막판까지 고심 / 와 실시간 소통하며 오해 최소화 / , 다양한 보복조치 예상 / "우호관계 회복되면 지소미아 재고 방침"

 

정부가 22일 일반적 예상과 달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곧 일본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 제시도 없이 안보상 문제를 들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등을 계기로 제한적이나마 유화적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지소미아 '유지' 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론이다.

 

실제로 정부 내에서도 최근까지는 지소미아 유지 쪽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고 과거사와 경제, 안보는 분리 대응한다는 투트랙 기조가 강했다.

 

하지만 일본은 끝내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발표했고 이를 기점으로 정부 내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7월 반도체 관련 3종 수출규제에 이어 8월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한일 간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서도 6G20회의 때 한일정상회담을 타진한 것부터 시작해 여러 경로를 통해 협의를 시도했지만 호응이 없자 최종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7월에는 두 차례 특사 파견에 일본 측은 호응하지 않았고 광복절 경축사에도 공식 반응이 없었으며 결국 데드라인 격인 21일 한일 외교장관회담마저 무위로 끝났다.

 

정부는 다만 지소미아 폐기에 따를 후폭풍을 충분히 예견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NSC 상임위원들은 회의 종료 이후에도 문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추가 토론을 진행했고 여기에는 이례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도 배석했다.





 

결정 과정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 비서실과 정책실, 정부 유관부처가 망라됐고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포함한 다각도의 검토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여기에는 국제법 저촉 여부에 대한 검토와 조건부 폐기·유지 등 다양한 방안, 거의 매일같이 이뤄진 여론조사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특히 지소미아 폐지를 둘러싼 한미관계 영향을 특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자 간의 문제지만 실질적으로는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를 강력 희망하는 미국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 폐기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일본이 다양한 방식으로 추가 보복에 나설 수 있고 장기화될 경우 미국도 피로감을 나타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일본의 경제보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이탈하려 한다는 일본 측 선전에 이용당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의 일본 내 후방기지 사용 불허로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소미아가 폐지돼도 이와 별도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를 활용해 일본과의 간접적 군사공유는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일본이 추후에 부당한 경제제재를 철회하고 우호관계를 회복하면 지소미아를 포함한 여러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