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9. 19:01ㆍ사회 · [ 종합 ]
강원도의 눈물… "오징어 씨말라 못살겠다"
동해안 어획량 7년 만에 최악… 조업할수록 손해… 출항 포기
도 넘은 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 가공업체도 위기, 실직자 속출 주문진, 고용재난지역 선포 요청
"이달 들어 오징어 조업 나간 날이 4일뿐입니다. 살다 살다 이런 흉년은 처음입니다."
28일 오징어 성어기를 맞아 분주해야 할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은 인적이 끊긴 듯이 적막했다. 강원도 대표 특산물인 오징어는 9월부터 12월까지 성어기다. 오징어 주산지인 주문진항엔 이맘때면 해풍에 건조되는 오징어가 해안가와 담장 등에 빼곡히 널려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올해는 만선의 꿈을 품고 출항해야 했을 어선들이 항구에 넘쳐났다. 9.77t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주 윤국진(59)씨는 지난 24일 이후 4일째 항구를 지키는 배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윤씨는 "한 번 나가면 400~600마리 이상 잡아야 인건비라도 건지는데, 요즘엔 오징어 구경조차 못하는 날이 많다"며 "조업할수록 손해라 아예 출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 7년 만에 최악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사라졌다. 최근 7년 새 최저의 어획량이다. 일부 어민은 대게 등으로 어종을 바꿔 생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늘어나는 조업 포기 어선 - 28일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항에 오징어 어획량 급감으로 출어(出漁)를 포기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강원도 대표 특산물인 오징어는 9월부터 12월까지 성어기지만,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성원 기자
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 이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2010년 강원도 내 오징어 어획량은 1만5438t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어획량은 3653t(11월 10일 기준)에 그쳤다.
어민들은 오징어 어장 황폐화의 원인으로 북한과 중국이 2004년 맺은 동해 공동어로협약을 지목한다.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저인망 어선들이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오징어를 무차별적으로 남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동해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갈수록 증가한다. 2004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김광희 강원도환동해본부 지도협력계 주무관은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조업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한 결과, 한 해 피해액만 최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면서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동해안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안 경제 붕괴 위기"
강릉시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생물 오징어의 경우 1상자(20마리)당 8만~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4만~5만원)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 냉동 오징어(8~8.5㎏ 기준)도 3만6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정도 가격이 뛰어 '금(金)징어'로 불린다. 그러나 어민들은 어획량이 워낙 적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민뿐 아니라 강원도 내 오징어 가공 업체들도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페루와 칠레 등 원양 오징어 물량마저 크게 줄어 가공 원료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강원도오징어가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도내 오징어 가공 업체는 조합 설립 32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소속 업체 35곳 중 27곳이 잇따라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5곳은 휴업했다. 휴업으로 100여명이 실직했다. 나머지 30곳 역시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곳 모두 문을 닫을 경우 실직자는 1000명이 넘게 된다. 주문진 농공단지 등 강릉에 자리한 업체는 국내 오징어 가공 식품의 70%를 공급하고 있어 반찬으로 인기 있는 진미채 등이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강원도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고용노동부에 강릉 주문진 지역을 '고용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건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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