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4. 18:16ㆍ사회 · [ 종합 ]
영암 금정 대봉감이 아직도 매달려 있는 까닭은
수확시기 넘긴 12월 초지만 20%가량 따지 못해 "인건비 안 나와"…농협, 가격지지 위해 산지폐기
4일 오전 찾은 전남 영암군 금정면 아천리. 논밭의 작물 대부분이 수확을 끝마쳤지만 과수원 곳곳에는 여전히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어른 주먹 만한 크기의 대봉감(떫은감)이다.
전국 대표 대봉감 주산지인 금정면은 500여 농가에서 620㏊를 재배해 연간 8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보통 11월에 감 수확을 마무리하고 나뭇가지 끝에 까치밥 한두개 남겨놓는 게 금정면의 초겨울 풍경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당수 농가에서는 감 수확을 포기했다. 풍작과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수확해봤자 인건비도 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천리에서 4㏊(1만2000평)의 대봉감을 재배하는 김현호씨(45)는 올해 3500평의 과수원에서 감 수확을 포기했다.
김씨는 "13년째 감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가 최악"이라며 "15㎏ 1박스에 40개 정도 들어가는 최상급의 감조차 따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4일 오전 전남 영암군 금정면 아천리에서 농민들이 산지폐기할 대봉감을 밭에 쏟고 있다. 농협은 가격지지릉 위해 산지에 있는 대봉감 물량 중 2300여톤을 시장에서 격리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810톤(5만4000박스/15㎏)은 농가 등으로부터 1박스에 4500원에 수매해 4일부터 산지폐기에 들어갔다. 최근 대봉감의 도매시장출하가 집중되면서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해 재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17.12.4
수년전만해도 15㎏ 1박스에 3만원대까지 유지했던 대봉감은 올해 1만원 초반대서 거래가가 형성돼 있다. 가격이 이렇다보니 수확하는 인건비와 선별과정, 포장, 발송료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비료와 농약 등 농자재 비용은 고스란히 적자로 남게 된다.
아천리에서 감 농사를 짓는 민병우씨(50)는 "올가을 전남지역 농촌현장에서 인건비는 남자는 12만원, 여자는 8만원에서 8만5000원"이라며 "한 사람이 하루 평균 20㎏들이 컨테이너로 40개를 수확하지만 인건비와 각종 농자재 비용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인건비라도 아껴 적자폭을 줄여보자는 계산에서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금정면 지역에서는 전체 대봉감 재배면적의 20%가량이 수확을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정면으로 진입하는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 감나무도 올해는 수확을 하지 않아 그대로 나무에 감이 매달려 있다.
결국 대봉감 가격지지를 위해 농협중앙회는 산지폐기를 결정하고 4일부터 본격적인 폐기에 들어갔다.
농협은 산지에 있는 대봉감 물량 중 2300여톤을 시장에서 격리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810톤(5만4000박스/15㎏)은 농가 등으로부터 1박스에 4500원에 수매해 4일부터 산지폐기에 들어갔다.
산지폐기는 상품성이 좋은 제품을 대상으로 산지서 폐기해 시장진입 물량을 줄여 가격을 올려보자는 정책이다.
금정농협 김정현 과장은 "금정농협이 농가에서 수매했던 240톤과 농가에서 직접 133톤을 사들여 폐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수확기를 넘어선 상황에서 나온 가격정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지는 의문이다. 농가의 산지폐기 신청물량은 쏟아지지만 신청물량의 4분의 1만 받아들여지는 형편이다.
이처럼 올해 대봉감 가격이 하락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생산량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기후온난화 등으로 감 재배를 위한 북방한계선이 계속 올라가면서 수도권이나 강원도 지역까지 생산지가 확대되고, 10여년 전부터 전국 지자체에서 대봉감을 황금작물로 적극 권장하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확대됐다.
반면 중장년층을 제외한 청소년 등의 감 소비는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2차 가공제품도 다양화되지 못하면서 소비촉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11월을 전후로 80% 정도가 홍수출하되면서 이 역시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영세농가의 경우는 저온저장고 마련이 쉽지 않아 저가출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감은 미국이나 서구인은 거의 먹지 않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계만 섭취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한 소비확대도 힘든 형편이다.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공품 개발과 고령과수 갱신, 저장창고 확대, 효율적인 생산 조정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날 산지폐기 현장에서 만난 박윤길씨(44)는 "대봉감 풍년 문제는 심각한 사태에 와 있다. 풍년에 유통소비구조의 상실과 정책 부재로 방치된다면 불행한 일"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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