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31. 10:35ㆍ사회 · [ 이슈 ]
경찰, 故 박원순 사건 수사 종결’…검찰 "성추행 피소 사실' 여성단체서 유출"
경찰, 박 전 시장 강체추행 등 수사 종결 ‘증거 불충분’ / 신지예 “5개월간 TF팀에 붙은 경찰이 46명 / 그 많은 인원이 뭘 조사한 건지” / 신지예 “이게 나라냐” / 피해자 측 “이미 예견된 일 / 박원순 피해자측 "경찰, 확인된 사실은 밝혔어야" / "2차 피해 관련 책임·역할 모두 방기“ / 고발당한 청와대·검경 관계자들 `무혐의' 처분 / 박원순 “피해자와 문제될 소지 문자 주고받아” / 검찰이 밝힌 朴혐의와 피소 유출경위 / 朴 “이 파고 넘기 힘들 것 같다” 극단 선택
신지예 “이런 나라에서 어떤 여성이 안전하게 일하며 살 수 있나?” 이날 경찰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풀지 못한 채 5개월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한편 검찰이 밝힌‘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혐의 피소’유출 과정은 여성단체 관계자를 통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
29일 경찰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내놓자 피해자 A씨 측은 "범죄 혐의와 별개로 피해자가 소명하고자 했던 사실관계조차 경찰이 밝히지 않았다"며 경찰 수사에 유감을 밝혔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원하는 여성·시민단체 연대체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애초 적극적인 수사는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경찰은 현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부정의, 무책임, 혼란과 2차 피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할 수 있는 역할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관련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으므로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자료 및 피해자 핸드폰 포렌식 결과 등을 토대로 규명된 사실을 밝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강제추행 방조 혐의와 관련해서도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피해자가 인사 고충과 성 고충을 호소한 사실이 규명된 점에 대해선 사실을 말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피해자 측이 경찰에 현재까지 확인한 내용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던 건 피고소인이 사망해버리면 책임을 묻기보다 애도가 대대적으로 조직되고, 피해자에 대한 온갖 공격과 2차 피해만 범람하는 현실이 지속돼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이날 "피해자가 방조 혐의와 관련해 참고인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유는 왜 4년이나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그러느냐는 사람들의 말에 '기존에 성 고충, 인사 고충을 동료와 상사들에게 호소한 적 있다'는 사실을 밝힐 기회라고 생각해서였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 결과 드러난 사실관계를 제대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부정하고 왜곡하려는 지지자들의 잘못된 행위에 경종을 울리지 못했고, 2차 가해가 지속되도록 하는데 오히려 기여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관련 혐의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이 강제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며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지난 7월 8일 오후 11시 시장 공관에서 가진 간부회의에서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이튿날인 9일 시장 공관을 나선 다음 오후 1시 24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서울시 관계자를 비롯해 50여명을 소환 조사하고, 박 전 시장과 관련자 23명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날 경찰은 사망한 박 전 시장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며 성추행이 있었다는 사실관계조차 밝히지 않아 피해자 측 반발을 자초했다.
검찰은 피소사실 유출 경로로는 여성 단체 인사들과 시민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목했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7월 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성폭력상담소 B 대표에게 피해자 지원을 부탁했다. B 대표는 이를 한국여성단체연합 C 공동대표와 논의했고, 다음 날 오전 C 공동대표는 같은 단체 D 공동대표에게 이를 알렸다.
이어 D 공동대표는 남 의원에게, 남 의원은 다시 임 젠더특보에게 전달해 박 전 시장에게까지 보고됐다. 남 의원은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당시 남 의원은 곧장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이후 서울시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임 특보는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면서 ‘시장님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물었고,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부터 1시간 30분 뒤, 서울경찰청에 박 전 시장 성추행 관련 고소장이 접수됐다.
박 전 시장은 이날 밤 11시쯤 공관에서 임 특보 등 보좌진과 회의를 갖고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피해자가 폭로했던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언급이었다.
이튿날 오전 박 전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섰다. 오후 1시 24분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비서실장과 통화에선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했다. 2시간쯤 뒤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박 전 시장은 다음 날인 10일 오전 0시 1분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검찰은 피소 예정 사실을 주고받은 여성 단체 관계자와 남 의원, 임 특보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성폭력특별법상 비밀준수 의무 위반 혐의는 수사 기관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여성 단체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은 것은 처벌 규정이 없다”며 “남 의원과 임 특보도 업무와 관련된 공적인 경로로 취득한 정보가 아니라 사적으로 얻은 것인 만큼 처벌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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