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2. 21:37ㆍ사회 · [ 이슈 ]
변창흠 국토, 문대통령에 사의표명…"공급대책 악영향·성난 민심 고려"
문대통령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 공급대책 입법 기초까진 마무리" / '일파만파' LH 의혹 조기수습 의지 / 4·7 재보선 전후 후임 인선 예상 / 1차 조사결과에 여론 악화 / 이낙연 건의 등 여권서 사퇴론 고조 / 임계치 넘은 민심 4월초 교체 가닥 / 재보선 직후 교체될 듯 민심수습 미지수 / 문대통령 '변창흠 교체' 배경은 / "국민 분노 엄중" 교체로 급선회 / 여권서 거듭된 사퇴압박 4월초 교체 전망 / 변창흠 사의에 野 "처음부터 임명되면 안 됐다" / LH 고위간부 경기 분당서 투신 '국민에 죄송' 유서 / '개혁 넘어 해체' 거론되는 LH, / "사퇴로 막을 단계 지나"부동산 리스크 '산 넘어 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LH 한 직원은 "요즘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사실 투기 의혹이 있는 직원은 극히 소수인데, 조직 전체가 투기 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까지 죄인 취급을 받아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변 장관이 오늘 오후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했고, 유영민 비서실장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 투기에 대한 조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이나 공급대책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기초 작업을 끝내고 퇴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8일 임명된 변 장관은 문 대통령이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변창흠표 부동산 공급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에서 변 장관을 유임토록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LH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교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조사·수사와 동시에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에서 LH 직원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가 적발됐고, 이들 가운데 11명의 투기 의심 사례는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임 중일 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변창흠 경질론'이 증폭된 점도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시한부로 수용한 것"이라며 "여러 공급 일정을 감안하면 4월 재보선 쯤 후임 인사가 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교체를 공식화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따른 민심의 분노지수가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카드로 보이지만, 변 장관의 거취 정리 자체가 이번 사태의 '터닝 포인트'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불과 이틀 전까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2·4 부동산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강조했다"며 경질론에 선을 그었다. 이날 결정은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따른 것이지만, 문 대통령이 곧바로 사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을 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전날 있었던 1차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도 민심이 오히려 악화하는 양상을 보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도 더는 변 장관 체제를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라도 빨리, 최소한으로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급한 불길을 꺼야 한다는 것이다.
2·4 공급대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변 장관 유임 명분으로 내세워왔지만, 오히려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에 대한 공세가 공급대책의 원활한 집행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여권에서 잇따라 계속된 사퇴 압박도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변 장관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의 거취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변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메시지이자, 여차하면 해임건의 가능성까지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됐다. 지난 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청와대에서 법무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을 만나 변 장관의 교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 장관이 이미 리더십을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점,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는 점에서 재보선 이전에 전격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민심 수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여론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과 별개로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장관 교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그로 인해 사태를 막을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를 부동산 정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으로 '변창흠표'라는 별칭까지 붙어있는 2·4 공급대책이 변 장관 없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배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변 장관은 처음부터 임명되면 안 됐다"며 "야당의 변 장관 해임 요구를 이제야 수용하니 만시지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4월 초 교체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해서는 "LH의, LH에 의한, LH를 위한 2·4 대책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변창흠표 공급대책'은 효력을 다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람 한 명 교체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사과와 함께 전면적인 국정 쇄신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어 배 대변인은 "변 장관이 물러나더라도, LH사장 재임 시기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H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며 조직의 개혁을 넘어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자 동요하는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LH 전북본부장을 지낸 A(5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A씨가 이번 투기 사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 LH는 "A씨와 관련한 투기 정황은 확인된 게 없다. 다만, 이번 투기 의혹에 전북본부 직원들이 다수 연루된 것에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A씨가 전날 정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LH 투기 의심자 20명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투기 의혹 수사대상자도 아니라고 밝혔다.
LH 차장급 직원은 "정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분인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부고를 접해 안타깝다"면서 "회사 전체가 투기 의혹으로 지탄을 받는 가운데 이런 부고까지 전해지니 당혹스러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LH는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조직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다.
LH 한 직원은 "요즘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사실 투기 의혹이 있는 직원은 극히 소수인데, 조직 전체가 투기 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까지 죄인 취급을 받아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직원도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은 고치고 개혁할 것은 개혁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며 "차라리 빨리 수사가 마무리돼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매듭을 지은 뒤 조직이 빨리 정상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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