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금속 전자구조 반세기만에 밝혀냈다…자기부상열차, 의료기기 MRI 혁신 가져올 것

2021. 8. 5. 08:45우주 · [ 과학 ]

액체금속 전자구조 반세기만에 밝혀냈다자기부상열차, 의료기기 MRI 혁신 가져올 것

 

 

연세대 김근수 연구팀 액체금속 전자구조 첫 측정 / '상온초전도' 개발 초읽기 / 고체 위에 액체금속을 분사해 '계면' 관측 / 상온초전도 개발시 에너지 손실없는 전력수송 가능 / 자기부상열차, 의료기기 MRI 혁신 가져올 것 / 결정고체에 액체금속 분사해 계면 관측 / "고온초전도 현상 이해 도움"

 

연세대 김근수 연구팀 액체금속 전자구조 세계 최초 측정 이론상 존재하던 액체금속 전자구조 반세기만에 밝혀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금속 로봇은 필요할 때마다 몸체를 액체화시켜 다양한 형태로 변신한다. 이같은 액체 금속은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예측됐을 뿐 그 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국내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최초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유사갭 현상으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고온 초전도 현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이론상 모델로만 존재하던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날 연세대 김근수 연구진은 고체 위에 액체 금속을 분사, 그 사이 계면을 관측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반세기 전 예측된 액체 금속의 독특한 전자구조를 측정해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금속 로봇은 필요할 때마다 몸체를 액체화시켜 다양한 형태로 변신한다. 이같은 액체 금속은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예측됐을 뿐 그 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국내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최초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과 네빌 모트 등이 1960년대 예측했던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찾아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에 5일 게재됐다. 전자 구조는 물질 속 전자 파동의 에너지와 운동량(파수)의 상관관계로, 고체물리학자들은 전자 구조를 바탕으로 물질의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설명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과 네빌 모트는 1960년대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모델을 제시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실험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었다. 이 분야에 천착해 온 연구팀은 액체금속 직접 측정방식 대신 액체 금속과 결정 고체의 계면 전자 구조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성과를 거뒀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고체는 전자 구조를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원자 배열이 불규칙한 액체나 유리 같은 비정질 고체 등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액체 구조만의 전자 구조를 파악하려 하던 다른 연구진과 달리 결정 고체와 액체 금속 간 계면의 전자 구조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연구진은 검은 인(흑린)이라는 결정 고체 표면에 나트륨과 칼륨, 루비듐, 세슘 등 알칼리 금속을 뿌렸고 방사광가속기와 각분해광전자분광 등 빛을 세게 내는 장비를 이용해 측정했다.

 

그 결과 앤더슨과 모트 등이 예측했던 뒤로 휘는 형태의 독특한 전자 구조와 전자의 불완전한 에너지 간극인 '유사갭' 현상을 발견했다.

 

유사갭은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경우 전자가 불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유사갭 현상으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고온 초전도 현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온 초전도는 절대온도 0K(영하 273)에 가까운 저온에서 나타나는 저온 초전도와 비교해 임계온도가 비교적 높은 100K(영하 173) 이상에서 초전도를 보이는 현상이다.

 

고온 초전도 현상 메커니즘을 규명해 상온 초전도 개발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 수송이 가능해지고 자기부상열차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의료용 진단기기를 개선하고 전력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불규칙하게 배열된 이종 원자들과의 충돌 효과로 설명한 유사갭이 고온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번호 15번인 '흑린'(인의 일종) 표면에 알카리 금속(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을 뿌려주고 측정한 결과, 앤더슨과 모트 등이 예측했던 뒤로 휘는 형태의 독특한 전자 구조와 유사갭을 발견했다.

 

유사갭(pseudogap)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경우 양자역학적 효과로 인해 전자는 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는다. 반면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경우 전자는 불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게 되는 데, 1968년 네빌 모트는 이를 '유사갭'이라 불렀다.

 

이번 관측은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응집물질물리학의 풀리지 않은 난제였던 고온초전도 현상은 결정 고체에 불규칙하게 배열된 이종 원자를 첨가할 때 나타나는데 그 전자 구조에 원인을 알 수 없던 유사갭이 나타났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만약 고온초전도 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해 '상온 초전도 개발'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 수송을 가능케 해 여름철 전력 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고, 자기 부상 열차와 같이 운송 기술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뿐아니라 MRI와 같은 의료용 진단기기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근수 교수는 "불규칙하게 배열된 이종 원자들과의 충돌 효과로 유사갭을 설명할 수 있다", "고온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연구에 나서게 된 경위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2013년 미국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흑린의 전자 구조라는 한 우물만 파고들었는데, 흑린의 표면에 알카리 금속 원자를 도핑할 때 뒤로 휘는 독특한 형태의 전자 구조와 유사갭이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는 2017년부터 확보하고 있었지만 해석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3년 넘게 답을 찾아 헤매던 중 우연한 기회에 꺼내 본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 책들에서 실험결과와 유사한 특징이 예측된 바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알카리 금속 원자의 액체성 또는 무질서 효과에 주목하게 됐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점과 점의 연결과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가 막힐 때 그가 꺼내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책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는 그가 소장해 오던 책으로, 연구실 책장의 고서들이 새로운 발견의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