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4. 01:38ㆍ조세 · [금융 ]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 논란…윤석열 주식 양도세 폐지에 수천억 아껴
┃윤석열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 논란 / 재벌 감세법 비판에 윤 후보 “개미 보호 위한 것” / 승계자금 위해 주식파는 재벌들 세금 부담 ‘뚝’ / ‘상장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 논란 / 상장주식 양도세 도입, 이재용 때문 / 지분 매각 나선 재벌들, 세금 부담 뚝 / “삼성 이재용 일가 감세법 아닙니까.”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이렇게 따졌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개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겁니다”라고 답했다. 공약 수혜자가 일반 소액 투자자라고 말한 것이다. 두 후보 중 누구 말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도세 폐지가 ‘큰 손’들의 주식 투자를 늘리는 유인이 될 수 있으나, 재벌 총수 일가가 부담할 천문학적인 세금을 없애주는 것도 분명하다. 국내 상장 주식의 경우 한 종목 보유액이 10억원 또는 보유 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인 세법상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물린다. 대주주가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면 기본 공제액과 경비 등을 떼고 이익의 20∼30%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반면 비상장 주식과 해외 주식은 대주주와 소액 주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
지난 21일 열린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심 후보는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이렇게 따졌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개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겁니다”라고 답했다.
공약 수혜자가 일반 소액 투자자라고 말한 것이다. 두 후보 중 누구 말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도세 폐지가 ‘큰 손’들의 주식 투자를 늘리는 유인이 될 수 있으나, 재벌 총수 일가가 부담할 천문학적인 세금을 없애주는 것도 분명하다.
윤 후보 공약은 상장 주식 거래에 붙는 양도세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국내 상장 주식의 경우 한 종목 보유액이 10억원 또는 보유 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인 세법상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물린다.
대주주가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면 기본 공제액과 경비 등을 떼고 이익의 20∼30%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반면 비상장 주식과 해외 주식은 대주주와 소액 주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소액 주주도 상장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가 지난 2020년 세법을 개정해 2023년부터 주식은 물론 채권·펀드·파생 상품 등 모든 금융 투자 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을 ‘금융 투자 소득’으로 합쳐서 세금을 매기기로 한 데 따라서다. 상장 주식 거래 차익이 연 5천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세금을 매긴다.
윤 후보 공약대로 상장 주식 양도세를 철폐하면 소액 주주뿐 아니라 현재 세금을 내는 기존 대주주도 당연히 혜택을 본다. 심 후보가 “지금 양도세를 폐지하려는 이유가 뭔지 저의가 의심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윤 후보 쪽은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개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금 부담을 없애 국내 증시 투자를 촉진하면 주가도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애초 주식 거래 손익과 관계없이 부과하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했으나 지난달 양도세 폐지로 방향을 틀었다.
정의당은 상장 주식 거래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목적이 ‘재벌 특혜 방지’에 있다고 말한다. 윤 후보 공약이 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맞다. 원래 국내 세법은 비상장 주식의 양도차익에만 세금을 부과했다. 오종문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국내 증시에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상장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장 주식 양도세를 처음 도입한 건 1999년이다. 삼성그룹의 편법 승계 논란이 계기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94∼1995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1억원(증여세 납부 뒤 45억원)으로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2억원어치를 샀다. 그 뒤 두 회사의 상장과 주식 매각으로 시세 차익 563억원을 얻으며 본격적인 승계 작업의 실탄을 마련한 바 있다.
현행 소득세법의 상장 주식 양도세 관련 조항을 찾아보면 “상장 주식을 이용한 변칙 증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과세 배경이 현재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의 상장 주식 매각이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 3·4세로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며 상속·증여세 마련 등을 위해 상장사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하는 ‘큰 장’이 섰다는 얘기다. 윤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수혜를 입을 재벌 일가가 적지 않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 총수 일가는 고 이건희 회장의 계열사 주식 등 유산 약 26조원을 물려받아 5년간 상속세 13조원가량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2조원 넘는 상장 계열사 주식 매각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씨제이(CJ)·롯데·신세계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도 비슷한 형편이다. 예를 들어 씨제이그룹 총수 일가 3세인 이선호 씨제이제일제당 상무는 올해 씨제이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수천억원대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 상무는 과거 아버지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계열사 지분을 넘겨받고 계열사 간 합병 등을 통해 올리브영 지분 1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상무가 올리브영 상장 뒤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약 2천억원(주당 16만9560원 기준), 여기에 상장 주식 양도세가 전면 폐지되면 아낄 수 있는 세금은 수백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지분 승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의 엔지니어링 보유 지분 가치(주당 7만5700원 기준)와 최초 취득액을 단순 적용하면 그가 엔지니어링 주식 전량을 처분해 얻을 수 있는 차익은 6천억원이 넘는다.
윤 후보 공약에 따라 1천억원 이상 세금을 덜 내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지분 전량을 매각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난해 9월 광주신세계 보유 주식을 통째로 처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앞으로 상장 주식 처분 가능성이 커 윤 후보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수혜가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장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 수가 전체(300석)의 절반이 넘는 만큼 윤 후보 공약이 이행되리라 장담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한 세무 전문가는 “표를 얻기 위해 일단 던지고 본 공약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윤 후보 쪽은 “주식 양도세 폐지가 재벌의 승계 자금 마련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럴 우려가 있을 경우 다른 방법을 통해 공정하게 과세가 이뤄지도록 보완하거나 대주주 요건에 관한 공정하고 명확한 정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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