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7. 08:36ㆍ사진 · [ 갤러리 ]
선관위,"시민들 항의에 못 믿으면 투표 말고 가라"…野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안 한다"
▏선관위, 유권자에 '난동' 표현한 선관위, "미흡했다“ / 이준석 "확진자 폭발은 이미 한달 전 예고 / 선관위, 사후 해명조차 고압적" / 선관위 직접·비밀투표 원칙 무시 / 김은혜 항의에 "법대로 하자" 했다 / "국민들 나간 뜻은 5년을 기다린 소망 때문" /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 헌법 위배 논란까지 / "직접·비밀투표 원칙 무시" / 변협 "민주주의 선거 근본 원칙 무시" / 9일엔 코로나 확진자도 일반투표함 이용 / '확진자 투표지' 쓰레기 봉투로 옮기고 / 여야도 선관위 투표관리 행태 '비판’
野, '선관위 책임론' 제기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안 한다" 권영세 "시민들 항의하자 선관위가 못 믿으면 투표 말고 가라고 말했단다" 유권자가 3·9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담긴 투표봉투를 받는 등 부실 선거 문제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책임론이 거세다.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은 그러나 사전투표 부실 문제를 제기한 유권자를 향해 '난동'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관리 문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질타와 시민단체의 고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가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선거 원칙을 위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선 확진자 사전투표 운영·관리와 관련해 혼란이 발생했다. 확진자 사전투표는 격리 대상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와 봉투를 받아 별도 장소에서 투표한 뒤, 용지를 봉투에 넣어 선거사무보조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반발했다.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등에 보관되거나,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사례도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 확산됐다.
사전투표(4~5일)가 끝난 6일, 정치권에선 선관위의 사전투표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오전 당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선관위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준석 대표는 "확진자 증가세가 하루 20만명을 넘길 것은 한달 전 예고된 상황"이라며 "확진자의 사전투표에 대한 선관위의 기획은 안일했고 실행은 조잡했으며 사후 해명은 고압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비밀 투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투표함에 직접 넣는 투표는 지켜야 할 원칙"이라며 "또 쓰레기봉투나 택배 박스에 국민들의 소중한 표를 담을 때 선관위의 어느 누구도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우려를 낳는 부분"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 사태 발생에 대해 책임 인사의 거취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권영세 총괄선대본부장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안 한다"고 꼬집었다. 권 본부장은 "(선관위의) 준비 부족으로 생긴 혼란에 대해 시민들이 항의하자 선관위가 못 믿으면 투표 말고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이처럼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김웅·김은혜·유경준 의원과 선관위에 항의 방문한 이영 의원은 "현장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오늘까지 국민의힘에 제출돼야 하고, 대국민 사과를 선관위가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전투표 이틀째(5일)인 이날, 일부 지자체에서는 투표함이 없거나 선거사무종사원들이 유권자가 기표한 기표지를 받아 대신 투표함에 넣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 은평구 신사 1동 투표소에서는 확진자가 투표용지와 함께 받은 회송용 봉투에 이재명 후보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있었다는 불법 선거 의혹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이영 의원은 이재명 후보로 기표된 용지가 회송용봉투에서 나온 사태에 대해 "선관위가 '실무자 실수'라는 검증 안 된 안일한 대답을 김세환 사무총장이 답변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은혜 의원 역시 이 문제를 되짚었다. 지난 5일에 이어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 관련 문제 제기 글을 올린 김 의원은 "국민들이 그 추위와 아픔을 견디고 나간 뜻은 5년을 기다린 소망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투표장에 나간 국민들이 허탈해 했던 건 선거법 157조 4항에 규정된 직접투표와 비밀투표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정작 어제 밤 만난 선관위는 '법과 원칙에 따랐다. 법대로 하자'는 자만, '이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 '언론은 이 방에 들어오지 말라'는 무도함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로 기표된 용지가 발견된 문제 관련 "(선관위가) '실수'라는 말 외엔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무엇보다 저를 실소하게 만든 건 확진자 투표봉투를 중간에 건네받는 함을 무엇으로 통일했는지 묻자 나온 선관위 관계자의 '바구니'라는 답변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니 지역마다 어느 곳에선 소쿠리가, 어느 곳에선 구멍 송송 골판지 박스가 형편 따라 나오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선관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방문 당시 유권자의 문제 제기를 '난동'이라고 빗댄 것으로 전해졌다.
김웅 의원이 방문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과 면담 결과 글에 따르면, 김 총장은 "공직선거법 158조에 의해 사전선거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출력하는데 왜 투표용지들이 발견됐나"라는 질문에 "확진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난동'을 부리다 인쇄된 투표용지를 두고 간 것 같다"고 했다.
또 이 후보로 날인된 투표용지가 봉투 안에 들어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는 "관리인이 투표용지 3장을 수거해서 2장만 투표함에 넣고 1장은 안 넣고 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항의 방문한 이날,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선관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현재 사전투표가 헌법상 선거 원칙인 비밀·직접 선거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 67조 1항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표를 넣지 못했고, 일부 기표된 투표용지가 제3자에게 공개된 점 등은 비밀·직접 선거의 원칙을 훼손했다.
공직선거법 157조 4항도 '투표지는 기표 후 그 자리에서 기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을 무시한 이번 사태가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하고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6일 입장문을 내고 사전투표 사태 관련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21대 총선 및 4·7재보궐선거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투표가 진행됐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높은 참여열기와 투표관리 인력 및 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인해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확진자의 이번 사전투표 관련 "임시기표소 투표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여야는 이번 사태 관련 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박찬진 선관위 사무차장의 현안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변협은 "허술한 선거사무관리 사태가 발생한 사실에 전체적인 관리 책임을 맡은 선거관리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 당국이 부실하고 엉성한 선거관리로 본 투표도 하기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정부의 위신도 크게 손상시켰다"고 질타했다.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도 노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7일 대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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