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중수교 30돌 맞아 좋은 이웃·친구·동반자 돼야…시진핑 "한중관계 고도 중시

2022. 8. 25. 00:16외교 · [ 통일 ]

정부, 한중수교 30돌 맞아 좋은 이웃·친구·동반자 돼야시진핑 "한중관계 고도 중시

 

 

수교 30년 축하서신 "핵심이익 배려" 강조하며 사드 우회적 문제제기 / 윤대통령 전략적 의사소통 강화 / 한중, 좋은 이웃·친구·동반자 돼야 / '적극외교' 메시지 '원론적 호응' / "직접 뵙고 협의 기대" / "전략적 소통 강화하자" / 시진핑 "한중관계 고도 중시 방해 배제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나는 중한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요시한다""중한 양국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17호각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대독한 축하 서신을 통해 "세계가 새로운 동요와 변혁의 시기에 들어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대중 적극외교' 기조를 강조했다. 중국은 원론적으로 호응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는 아직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진 않고 있다.

 

한중 양국은 24일 오후 7시 서울 포시즌스호텔과 베이징 조어대 17호각에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를 동시에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이 대독한 축하 서한에서 "미래 30년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주석님을 직접 뵙고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앞으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 정신에 기반해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면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위급 교류 활성화 경제안보·환경 기후 변화 등 실질 협력 강화 양국민 우호 감정 확산을 위해 노력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희망 등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대독한 축하 서한에서 한중 양국이 30년 간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상호 존중·신뢰 견지 핵심적 이익·중대한 관심 사항에 대한 배려 소통을 통한 이해·신뢰 증진 협력·상생 견지 교육 심화 등을 꼽으며 이를 통해 "상대방의 성공과 공통한 번영을 이뤄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또한 "양측이 개방적 포용적 태도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함께 도모하고 지역의 통합, 발전을 촉진, 국제관계의 기본 규칙을 수호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계속 지켜나가야 할 귀한 경험"이라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대통령님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양측이 대세를 파악하고 방해요소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보다 더 좋은 미래를 만들고 양국과 양국 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고자 한다"고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제안한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적극 호응하는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한 언급도 일절 내놓지 않았다.

 

특히 "방해요소를 배제해야 한다"라는 언급은 결국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속 우회적으로 '한미 밀착'을 견제하는 뜻을 담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국 외교장관은 이날 제각기 '뼈 있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박 장관은 "양 국민 간 문화협력과 인적교류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문화교류가 한중관계의 소중한 자산이 되도록 음악, 드라마, 영화, 게임 등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 교류를 통해 젊은 미래세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대응으로 암묵적 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한 축사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함께 반대하고 FTA 체계를 함께 지켜 산업·공급망의 완전성과 안전성, 개방성과 포용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 '4'(한국·미국·일본·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공급망 압박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은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대한 메시지를 맞교환하며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와 사드 문제 등 양국 간 갈등 현안을 '풀어야 한다'라는 의지를 확인했다.

 

시 주석은 특히 "한중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윤 대통령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큰틀에서의 한중관계에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에 중국이 과거 국가 부주석급 인사를 주빈으로 내세운 것에 비해 이번에는 '외교 장관'을 주빈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 한중관계의 냉정한 현 주소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방역 기조로 인해 기념행사가 한중 양국에서 별도로 진행된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은 국제사회가 단합·협력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런 중대한 시점에 중한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동주공제(同舟共濟·한 배를 타고 나아감), 단합·협력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 양측이 대세를 파악하고 방해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의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고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방해를 배제한다'는 것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같은 갈등 요인을 만들지 말고, 한국이 대 미국 외교에서 자주성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 중국 견제 행보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은 영원한 이웃이라며 "수교 이후 30년간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중한관계는 시대와 더불어 전방위적인 발전을 이룩했고 풍부한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견지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 사항을 배려하며 성실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 왔다""양측은 협력과 윈윈을 견지하고 호혜협력과 상호 교류를 심화하며 서로가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공동 번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한중관계가 지난 30년간 성과를 거둔 배경의 하나로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 상호 배려'를 거론했지만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라는 요구를 에둘러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최근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가 자국의 전략 안보를 해친다며 '3()(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에 더해 '1()(배치한 사드 운용 제한)'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어 시 주석은 "양측은 개방과 포용을 견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며 역내의 통합과 발전을 추진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수호해 왔다""이는 우리가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장기간 견지할 가치가 있는 귀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왕이 부장은 별도의 축사에서 "우리는 일관되게 초심을 고수하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각자의 사회 제도와 발전 노선을 존중해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끊임없이 잘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함께 반대하고 자유무역 체계를 함께 지키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성과 원활함, 개방성과 포용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이후 적대 관계를 이어가던 양국은 탈()냉전의 훈풍을 타고 1992824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날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주중한국대사관 공동 주최로 리셉션이 열린 댜오위타이 국빈관 17호각(팡페이위안<芳菲苑>)30년 전 수교 서명식이 열렸던 장소다.

 

중국 고위 인사들이 근래 한중 당국간 협의 때 자주 거론해온 '한중수교의 초심'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은 장소 선정으로 해석된다.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이후 한중관계는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또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더 진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G20을 계기로 대면외교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행사에 대해 "한중수교 30주년의 의미와 성과를 돌아보면서 미래 한중관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라며 "뜻깊은 자리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라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