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철야 대기하며 힌남노 대응…134건 2천600가구 정전, 하늘·바닷길 끊겨

2022. 9. 6. 02:50재난 · [ 방역 ]

윤석열 대통령, 철야 대기하며 힌남노 대응1342600가구 정전, 하늘·바닷길 끊겨

 

 

대통령실 '태풍 상륙' 새벽에도 수시로 회의 / 지하벙커서 대응태세 점검 / 심야 브리핑에 참모진도 '비상대기' / 제주 최대 41m 강풍에 피해 속출 / 한라산엔 800㎜ 폭우 / 강풍·침수 피해 신고 134건 2천600가구 정전, 하늘·바닷길 끊겨 / 부산 태풍 특보 발령 / 도시 전체가 숨죽인 채 긴장 / 5일 오후 7시 태풍주의보, 110세대 주민 대피·690세대 대피 권고 / 부산항·동해남부선 광역철도 운영 중단, 6일 오전 지하철·경전철도

 

윤석열 대통령은 5일 태풍 '힌남노' 대비태세를 실시간으로 챙기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철야 비상대기 체제를 현재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청사에 머무르며 철야 대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시대' 이전까지 청와대 집무실과 관저는 지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역대급 강풍과 폭우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현재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이뤄졌던 원격지휘가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던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 대통령 철야 대기하며지하벙커서 힌남노 대응태세 점검 하며 총력 대응


 

힌남노가 제주에 최근접 할 때가 5일 늦은 밤과 6일 이른 새벽 사이로 전망되고 있어 윤 대통령은 새벽에도 수시로 회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도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상황을 공유하며 필요한 지원을 챙기고 있고 수석비서관들 사무실에는 이미 간이침대가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잠 못 드는 밤'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9시께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전화 통화로 태풍 대비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오후 10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 총리는 "오늘 밤부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와 구급을 위한 소방과 해경, 지자체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재난 현장에 군과 경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즉각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보와 치안도 국민 안전을 위한 한 축인 만큼 군과 경찰은 지역별로 재난대응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용 인력을 최대한 재난 현장에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군경은 위험지역 주민들의 사전 대피를 지원하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신속한 응급 복구 등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용산 청사에서 심야 브리핑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저녁 이후에 상황이 발생하면 서면 브리핑이 이뤄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제주지사·경남지사·부산시장·울산시장·전남지사 등과의 통화를 통해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소방청장·기상청장·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해 행정안전부·국방부 장관·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도 통화를 이어갔다.

 

이날 출근길에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등장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상황이 상황인 만큼 힌남노 관련 질문만 좀 받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호원과 대변인,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도 모두 민방위복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나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힌남노 대응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면 관련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바지가 달라졌던데,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 같다"고 답했다.

 

'야전침대나 간이침대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거까진 제가 알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집중호우를 반면교사 삼았느냐'는 질문에는 "긴급한 위험이 처했을 때 국민 곁에 서 있어야 하는 공직자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지금은 길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을 정도로 태풍이 근접해있다"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입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태풍이나 관저 시스템 점검 등을 이유로 9월 중순 안팎까지 입주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관저 입주 시기를 묻는 질문에 "저희에겐 관저보다 (태풍) 관측이 중요한 날"이라며 "저희의 총관심사는 힌남노 경로 피해 최소화에 쏠려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윤 대통령도 이날 입주 시기를 묻자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가까워지면서 시설물 파손과 침수, 정전 등 잇따라


 

6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육상과 해상 전역에는 태풍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0시께 태풍이 제주에 가장 근접하며 비바람이 매우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5일 지점별 일 최대순간풍속을 보면 한라산 백록담 초속 41.9, 고산 41, 새별오름 36.2, 한라산 삼각봉 34.5, 마라도 31.6, 대정 27.2, 성산 25등을 기록했다.

 

또한 45일 이틀간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제주 184.4, 서귀포 156.7, 성산 118.4, 고산 266.1, 오등 292.5, 대정 275, 대흘 236.5, 가시리 230.5등을 기록하고 있다.

 

 

한라산에는 윗세오름 800.5, 삼각봉 677.5, 사제비 664.5, 진달래밭 619.5등 이틀간 최대 800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강한 비바람에 크고 작은 피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7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서는 한 주택 지붕 위로 인근에 있던 나무가 쓰러졌으나 다행히 주택이 크게 파손되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또 제주시 아라동과 이도동 도로에 있는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되기도 했다.

 

오후 344분께 제주시 아라동에서는 도로에 물이 차오르면서 차량이 침수돼 소방 펌프차를 이용해 견인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포구에서는 정박해 있던 어선 1척이 침수됐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공사장에서는 공사장 가림막이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서귀포시 중문동의 가로수가 도로에 쓰러지고 제주시 봉개동에서는 도로변 대형 간판이 쓰러졌으며, 제주시 조천읍의 한 과수원이 침수되고, 서귀포시 신효동 도로의 하수가 역류하고, 대정읍 하모리의 한 창고 간판이 흔들리면서 배수 지원과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

 

지난 4일부터 5일 오후 11시까지 이틀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태풍 피해 신고는 총 134건이다.

 

또한 도로 가로수 쓰러짐, 전선 침범, 월파 등으로 도내 195개 버스 노선 중 서귀포 지역 16개 노선이 임시 우회 운행하고 있다.

 

범람 우려가 있는 하천 교량과 인근 도로 142곳의 사람 통행과 차량 운행도 통제됐다.

 

반지하·해안가의 4가구 15명은 인근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서귀포항 인근에서는 새연교에 부딪힌 파도가 높이 45인 새연교 주탑보다도 훨씬 높게 솟구치고, 해안도로 곳곳에는 치솟은 파도와 함께 날아온 돌덩이들이 떨어져 태풍 위력을 실감케 했다.

 

강한 비바람 속 정전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60시 기준 2622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 중 제주시 일도2150가구와 서귀포시 표선면·남원읍 702가구 등 852가구는 복구가 완료됐으나 제주시 한경면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나머지 1770가구는 아직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비바람이 거세게 치며 복구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제주공항에서는 5일 오후 2시 이후로 출발·도착 항공편이 전편 결항해 하늘길이 끊겼고, 바닷길도 11개 항로 여객선 17척의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도내 항·포구에는 어선 약 2천 척이 대피했으며, 한라산 탐방도 전면 통제됐다.

 

또한 5일 도내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 또는 휴업한 데 이어 6일에는 278(107, 100, 39, 29, 특수 3)은 원격수업, 24(8, 9, 6, 1)은 휴업하기로 했고 8(3, 5)은 등교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5일 오전 6시를 기해 비상 최고단계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도는 태풍경보가 발효되자 재난 문자를 통해 외출을 자제하고 안전사고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경찰청, 제주도교육청,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 등 유관기관도 비상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태풍 힌남노는 5일 오후 9시 현재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47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서귀포 남쪽 100해상에서 시속 30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태풍에 의한 강풍 위험 시기는 이날 밤부터 6일 아침까지며, 강수 집중 시간대는 6일 이른 새벽이다. 앞으로 예상 강수량은 80150, 산지 등 많은 곳은 250이상이다.

 

             ┃산사태·침수 우려에 경남 주민 2천여명 김급 대피


경남소방본부는 지난 5일 오후 11시 기준 경남 18개 시·군 전역에서 219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대피 인원은 남해군(479)이 가장 많았다. 고성군(293), 산청군(210), 거제시(186), 사천시(182)가 그 뒤를 이었다. 또 의령군(120), 김해시(116), 창원시(108) 등에서도 주민 대피가 이어졌다.

 

경남소방본부는 해안가, 침수위험이 있는 저지대, 산사태 위험지역, 하천지역 중심으로 주민들이 임시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경로당, 학교, 보건진료소, 종교시설 등으로 몸을 피했다. 경남 각 시·군에서 추가로 대피할 인원은 191명 정도인 것으로 경남소방본부는 파악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힌남노 북상으로 물적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위험지역의 경우 사전 대피를 통해 인명피해를 막을 것을 18개 시·군에 당부한 바 있다.

 

부산에 오후 7시를 기해 태풍 특보가 발령되는 등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도시 전체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태풍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부산에서 510떨어진 곳까지 다가온 상태다.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부산 전역에 태풍주의보도 발령됐다. 그동안 가늘던 빗줄기가 서서히 굵어지며 태풍이 북상하는 것이 체감되자 시민들은 퇴근길을 재촉하며 상황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힌남노은 6일 오전 56시께 경남 해안에 상륙한 뒤 오전 8시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됐고 부산 남서쪽 190해상까지 다가왔을 때도 태풍의 강도는 '매우 강'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보돼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부산에는 100300비가 내리고 많은 곳은 400이상도 쏟아질 것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안가를 중심으로 순간 최대 초속 4060의 강풍도 예상된다. 여기에 파도도 최고 12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만조시간이 겹치는 6일 오전 431분 전후로는 저지대를 중심으로 침수 가능성도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날 태풍에 대비해 부산항은 이날 0시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피항이 가능한 선박은 피항을 완료했고, 전체 여객선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국내와 해외를 오가는 비행기도 대부분이 결항하거나 회항 조치됐다. 또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 경사면·옹벽 등 붕괴 위험지역에 사는 부산 동구와 남구 지역 110가구 주민 134명은 미리 인근 모텔과 마을회관,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현재 상가 99곳을 비롯해 690가구 944명의 주민에게는 대피 권고가 내려진 상태로 태풍에 의한 월파 피해가 잦은 해운대·기장 해안 점포들은 입구를 모두 봉쇄하고 커다란 돌을 이용해 벽을 쌓는 등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

 

'빌딩풍'으로 재해 우려가 높은 101층짜리 해운대 엘시티와 80층 아파트가 즐비한 마린시티도 건물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맞는 강력한 태풍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풍이 초속 20를 넘어가면 부산 외곽 순환망 일부인 해안 다리 7곳이 통제된 가운데 한국도로공사도 초속 25의 바람이 불 경우 낙동강 대교를 비롯한 고속도로 차량 통행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 부전역부터 울산 태화강을 잇는 동해선 광역전철은 이날 오후 1020분부터 6일 오후 3시까지 운영이 전면 중단된다.

 

부산 지하철은 1호선 교대노포역 구간, 2호선 율리양산역 구간, 3호선 구포대저역 구간, 4호선 반여안평역 구간의 운영이 6일 첫 열차부터 특보해제 때까지 중단될 예정이다.

 

부산김해경전철도 6일 첫차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부산교육청은 6일 오전 학생들의 등교를 모두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6일 오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HJ중공업 영도조선소도 오전에 작업을 중단한다. 이어 지역 대형 백화점 4곳과 부산은행 등 주요 기업도 오전 개점과 출근 시간을 모두 늦추기로 했다.

 

원자력 발전소인 부산 고리원전은 태풍에 대비해 신고리1·2호기, 고리 2·3·4호기 발전기 출력을 현재 감소한 상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비상 최고단계를 발령하고 '대시민 호소문'을 통해 시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소방본부도 종합 상황실 신고 접수대를 기존 68대에서 88대로 늘리고, 신고 폭주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