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8. 04:47ㆍ우주 · [ 과학 ]
핵융합 플라스마 운전방식 발견…실패한 줄 알았는데 새로운 발견"
핵융합연·서울대연구팀, 새로운 핵융합 플라스마 운전방식 발견 / "다른 연구하다 실패한 줄 알았는데 새로운 발견" / 파이어'(FIRE) 모드로 명명
국내 연구진이 '한국의 인공태양'으로도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이하 'KSTAR')를 이용해 연구하다가 새로운 플라스마 운전방식을 발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과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KSTAR에서 새로운 핵융합 플라스마 운전방식인 '파이어'(FIRE·Fast Ion Regulated Enhancement)를 발견해 연구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8일 밝혔다.
플라스마란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체·액체·기체를 벗어난 물질의 4번째 상태로 우주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원자핵은 반발력을 이기고 융합하며 에너지를 내는데, 태양이 빛과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이유는 태양 내부에서 이런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핵융합 장치는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므로, 초고온·고밀도 상태의 플라스마를 핵융합로에 장시간 안정적으로 가두는 기술이 중요하다.
KSTAR는 1995∼2007년 12년에 걸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도넛 모양 장치인 '토카막'을 이용한다.
KSTAR는 2008년 플라스마 발생에 처음 성공한 뒤, 2010년에는 초전도 핵융합 장치로는 세계 최초로 고성능 플라스마 상태인 'H-모드'(High Confinement mode)를 달성했다.
H-모드는 KSTAR 같은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를 운전할 때 특정 조건에서 플라스마를 가두는 성능이 약 2배로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상용로 운전을 위한 기본 핵융합 플라스마의 운전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H-모드에서는 플라스마 가장자리의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가 풍선처럼 터지는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Edge Localized Mode, 이하 'ELM')이 발생해 핵융합로 내벽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의 인공태양'으로도 불리는 새로운 플라스마 운전방식 발견
이에 핵융합 연구자들은 ELM을 제어하고, 더욱 안정적인 플라스마 운전 모드를 찾아왔다. 국내 연구진은 KSTAR 운전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 검증을 하다가, 플라스마 가열 시 발생한 고속이온(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이 플라스마 내부의 난류를 안정화해 플라스마 온도를 급격히 높이고 오랜 시간 유지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새로운 운전 모드인 '파이어 모드'로 명명했다. 파이어 모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플라스마 밀도에서 중심부에 가열을 집중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파이어 모드는 H-모드의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뿐만 아니라 다른 심각한 불안정성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플라스마 내의 불순물 축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H-모드와 유사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보이면서도 복잡한 운전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 성과는 서울대 나용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핵융합연이 KSTAR를 이용해 각자 다른 연구를 하다가 2018년 유사한 현상을 발견한 뒤 공동연구를 해 얻은 결실이다.
교신저자인 나 교수는 "다른 실험을 하던 중 원하는 현상이 나오지 않아 실패한 줄 알았는데, (플라스마) 온도는 1억도로 높게 나오고 있어 그 원인을 추적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이러한 발견은 KSTAR가 초정밀도로 건설됐기에 가능했던 결과이며 국내외 대학, 연구소의 긴밀한 협력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상을 처음 발견한 나 교수 연구팀은 파이어 모드의 물리적 발생과정을 규명하고, 핵융합연은 파이어 모드의 지속시간을 늘리는 데 각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안정적으로 파이어 모드를 최대 30초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나 교수는 밝혔다.
핵융합연 한현선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플라스마의 밀도·온도·가둠시간이라는 핵융합 실현의 세 가지 조건 중에서도 특히 온도 측면에 집중해 KSTAR의 가열 성능을 플라스마 중심부에 집중시키는 새로운 접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지난 몇 년간 KSTAR에서 달성한 초고온 플라스마 장시간 운전 성과의 독창성이 일반 학계에서도 인정받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으며, 미래 핵융합 상용로의 플라스마 운전 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성과가 향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핵융합 실증로 운전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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