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7. 06:03ㆍ사건 · [ 사고 ]
현대아울렛 화재원인 오리무중…하도급·협력업체 직원 7명 사망·1명 중태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 7명 사망·1명 중태 탈출 돕다 의식불명 / 전기차·누전·담뱃불? 화재 원인 분분 / 정지선 회장 현대아울렛 화재 “머리숙여 사죄” / 개장 3시간 앞두고 불 고객 피해는 없어 / 의류 등 적재물 많아 불길 빠르게 번져 / 주차된 화물차 주변서 불꽃 치솟아 / 박스·의류로 삽시간에 불길 번져 / 당국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조사” / 27일 화재 원인 규명 합동 감식 / 석달전 소방점검 24건 문제 지적 / 업체 측 “지적사항 모두 개선 조치” / 고용부 “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 안전점검 대상서 제외 등 관리 부실 도마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에서 큰 인명피해가 난 것은 지하주차장에 유독가스가 급격히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6일 대전소방본부와 유성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5분쯤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화재 발생 한 시간 만에 40대 남성이 구조됐지만 사망했고, 이후 실종자들도 수색 끝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직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상을 입은 1명은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연기와 유독가스가 지하주차장에 급격히 퍼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6일 아침 7시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에서 불이 나 근무자 7명이 숨졌고 구조된 1명도 생명이 위태롭다. 불은 7시간여 만인 오후 3시께 진화됐으나 소방관들은 지하 공간에 들어찬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 때문에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전 발생한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정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오늘 저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화재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이신 직원분과 지역주민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입원 중이신 직원분이 하루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저희 현대백화점은 이번 사고에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며 사고의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향후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불이 난 지하 1층은 주차장과 물류 상하차 시설이 있다. 현장에 있던 40대 물류업체 직원은 소방당국과 경찰에 “지하 1층 제4하역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쇠파이프로 쇠를 때리는 것처럼 ‘딱딱딱’ 소리가 나더니 제1하역장 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변을 당한 근무자 8명은 모두 현대아울렛 직원이 아닌 시설관리·청소 담당 하도급업체와 외부 물류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개장 3시간을 앞둔 이른 시각에 불이 나 고객들의 인명·차량 피해는 없었다. 건물 숙박동에 머무르던 호텔 투숙객 100명과 직원 10명도 화재 직후 대피해 화를 면했다.
대전 현대아울렛은 2020년 6월26일 문을 연 복합쇼핑몰이다. 연면적 12만9557㎡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280여개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 호텔, 영화관, 컨벤션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이 쇼핑몰은 지난 6월 실시한 소방점검에서 보완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시작된 지하 1층은 주차장과 물류 상하차 시설이 있는 곳이다. 의류 등 적재물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소방관들이 진화와 실종자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울렛 지하 1층 제4하역장에 있었다는 한 물류업체 직원(40대)은 경찰과 소방당국에 “불길을 본 지 20~30초 만에 연기가 자욱해지고 매캐한 냄새가 나 하역장 옆 비상계단으로 탈출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 1명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시소방본부는 화재 직후 대응 태세를 2단계로 격상하며 진화 장비 49대와 소방관 등 357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관들은 오후 4시까지 서쪽 여자탈의실, 주차장, 하역장, 지하 1층 서쪽 등에서 실종자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아무개(67)씨 등 7명이 숨지고 박아무개(41)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5~7번째로 확인된 사망자 3명은 탈출을 시도한 듯 화물승강기 옆에서 나란히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의식불명 상태인 시설관리 노동자 박씨는 다른 이들의 탈출을 돕다 쓰러졌다. 이승한 대전 유성소방서 대응2단장은 “첫 구조자 박씨는 화재 발생 당시 방재실에서 건물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보면서 건물 안에 있는 이들을 대피시키다 쓰러져 구조대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화재 원인은 현재 오리무중이다. 사고 직후 전기차 관련 화재,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는 말도 나왔지만, 소방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악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폭발에 의한 화재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소방당국은 “불길이 워낙 빠르게 번지면서 폭발에 의한 화재라는 추정이 나왔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실시한 정기 소방점검에서 지적사항이 많았다는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김윤형 현대아울렛 대전점장은 “연간 두차례 점검받는데 지난 6월에 24건의 지적사항이 있었다. 규정대로 한달 안인 7월초에 조처 내용을 소방서에 제출했다. 지적사항이 경중을 말하긴 적절치 않지만 경보 울림소리가 작거나 유도등 미점등 등을 지적받았다”고 밝혔다.
대전경찰청은 화재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경찰은 지하 1층 폐회로텔레비전 녹화 영상을 확보해 하역장 쪽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담뱃불 등에 의한 실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차 감식이 마무리되면 정확한 최초 발화점과 화재 원인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 작동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려두었다.
김연수 대전 유성경찰서 형사과장은 “목격자 진술과 대략 일치하는 영상을 확보한 것은 맞지만, 녹화 영상 전체를 분석하고 정밀감식을 해야 발화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내일 오전에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정밀감식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는 고용노동부도 조사 인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거나,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사고 원인에 따라 유통업계 최초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법률 위반 여부 등을 따질 단계는 아니다”라며 “당장은 사고 수습과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뭔가가 터지듯 ‘딱딱딱’ 소리…곧바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날 화재를 목격한 택배업체 직원은 “지하주차장에서 뭔가가 터지듯 ‘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청소하는 소리인가 했는데 곧바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발화 지점은 하역장 부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이 사고 현장 관련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 남성이 하역장 근처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물건을 내린 직후 화물차 인근에서 불꽃이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소방대원 등 126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1시10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특수 차량을 이용해 내부 열기·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벌인 뒤 잔불 정리와 인명 수색에 나섰으나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명피해가 늘었다.
화재 당시 지하 하역장에 쌓여 있던 종이박스와 의류 등 적재물로 연소가 확대되면서 직원들이 미처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개 조로 구성한 구조팀은 아웃렛의 동측과 서측으로 나눠 인명 수색을 벌여 탈의실과 하역장에서 2명을 발견했으나 숨진 상태였다. 또 오후 4시30분쯤 발화 추정 지점에서 반대 쪽인 호텔 방향의 화물용 엘리베이터 안에서 3명을 발견했으나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번 불은 지하 곳곳에 있던 가연성 적재물로 인해 빠르게 번졌다. 발화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채 안 돼 지하주차장(4만1300㎡) 전체를 덮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역장엔 의류 등이 담긴 물품 박스와 폐지 박스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게 불이 번진 데다가 밀폐된 구조로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수평의 지하층부터 뒤덮으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소방 관계자는 “모든 출구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미뤄 다량의 유독 연기에 의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는 추가로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시설은 3개월 전 소방안전점검에서 화재감지·피난 설비 등에 문제를 지적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아울렛에 따르면 지난 6월3∼12일 현대아울렛이 자체적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한 소방점검 때 24건이 지적됐다. 당시 지하 1층 주차장 화재 감지기 전선이 끊어졌거나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스프링클러나 제연장치 등에서는 별다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울렛 측은 지적된 사항을 모두 개선하고 그 결과를 유성소방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아울렛은 대전지역 대형 유통점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안전대진단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독기관인 대전 유성구는 지난 8월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생활·여가 5곳, 건출시설 19곳 등 67곳을 대상으로 민관합동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아울렛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전시가 진행한 국가안전대진단 등 다중이용시설 33곳에 대한 특별 안전진단에서도 현대아울렛은 빠졌다. 대전의 다른 대형 유통점인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NC백화점은 점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내린 지침에 따라 노후시설과 고위험시설이 아닌 현대아울렛은 국가안전진단 점검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폭발 사고는 누출·화재·폭발 사고 예방 규정 위반 여부를 살펴보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화재 원인을 살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27일 오전 10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합동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화재 발생 초반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폭발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소방당국은 “전기차 발화가 아니다”라며 “연소가 급격히 확대돼 폭발로 추정했으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전기차 충전소를 관리해온 전기차 충전업체 ‘차지인’은 “충전 관련 화재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오열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고 채호병(35)씨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선병원에서 채씨의 작은어머니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추석 때 현대아울렛으로 옮겼다고 했는데 결혼도 못하고 몇 달 만에 이런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흐느꼈다. 채씨의 어머니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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