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5. 11:34ㆍ국내 · [ 종합 ]
평택항 억류 '코티호' 운영사, 北 밀수 기관 연루 정황...주소지 같아
북한 선박에 정유 제품을 공급한 혐의로 평택항에 억류중인 선박 ‘코티(KOTI)’호를 운영하는 중국 회사가 북한의 밀수 네트워크에 연결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3일 ‘아·태 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에 등록된 서류에 따르면 코티호는 파나마 깃발을 달고 있지만, 실제 운영하는 회사는 중국 회사인 ‘다롄 그랜드 오션 해운’이다. 이 회사는 다롄(大?)시 중산구(中山?) 우우루(五五路) 32번지에 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의 주소와 같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 데이터베이스(DB)에 올라와 있는 주소다. OMM의 주소는 32-1번지이지만, 지도에는 같은 건물로 나온다.
OMM은 북한 최대의 해운회사로, 무기와 광물 등을 불법적으로 거래하며 정찰총국의 자금 조달을 맡고 있다. 이에 안보리는 2014년 7월 OMM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OMM 소속 선박도 모두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 배들은 유엔 회원국 항구에 입항이 금지돼 있다. 이에 OMM은 소속 선박들의 이름, 기국(Flag State)과 운영사를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선박들을 ‘신분 세탁’해 해운 제재 회피에 활용해 왔다.
우우루 32번지에 있는 건물에는 많은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하지만 다롄 그랜드 오션 해운과 OMM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에는 수상한 정황이 많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선박정보시스템(EQUASIS)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코티호의 안전 관리회사 겸 등록 소유주는 ‘하모나이즈드 리소스 해운’이다. 등록된 주소는 홍콩이지만, 대북 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해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을 파헤친 탐사보도에서 하모나이즈드 리소스 해운의 중국어 웹사이트상 주소가 ‘중국 다롄시 중산구 루쉰루(魯迅路) 72번지 청궁빌딩 1802호’라고 확인했다.
이 주소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북한의 불법 해운 거래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수차례 지목한 ‘문제적 인물’ 3명과 직접 연결된다. 3명은 판민티엔(范民田), 동창칭(董長齊), 루티에허(??和)다. 동창칭과 루티에허가 직원으로 등록돼 있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해사국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이들의 사무실 주소는 ‘다롄시 중산구루쉰루 72번지 청궁빌딩 1802호’다. 코티호의 관리사와 북한의 불법 행위에 가담해온 인물들이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판민티엔, 동창칭, 루티에허는 ‘씨스타십 해운’이라는 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동업자들이기도 하다. 안보리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씨스타십 해운이 2011년 5월 북한 남포항에서 미사일 무기 등으로 추정되는 부품을 실고 미얀마로 가다 미국 해군에게 적발됐던 북한 선박 ‘라이트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파악했다. 라이트호는 당시 미 해군이 추격해오자 공해상에서 체류하다 회항했다.
결과적으로 문제의 3인방과 코티호의 관리사인 하모나이즈드 리소스 해운, 씨스타십 해운이 모두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한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코티호가 북한의 밀수 네트워크 중 일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판민티엔이라는 인물은 2016년 8월 북한산 로켓수류탄 등을 대량으로 실고 가다 이집트 당국에 적발된 ‘지에슌호’ 사건에도 관여했다고 안보리 전문가 패널은 확인했다.
전문가 패널은 이처럼 북한의 불법 행위에 연루된 회사들의 사무실이 인접해 있다는 것도 주목해 왔다. 실제 3인방과 하모나이즈드 리소스 해운의 등록 주소지인 ‘다롄시 중산구 루쉰루 72번지 청궁빌딩’은 OMM과 다롄 그랜드 오션 해운이 입주해 있는 ‘중산구 우우루 32번지’의 바로 옆 건물이다. 전문가 패널은 두 주소지에 최소 5개의 북한 관련 해운 업체가 위치해 있다고 파악했다.
안보리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해운 제재를 피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거나 선박의 소유 구조를 복잡하게 바꾸는 수법을 자주 쓰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문제의 3인방이 반복적으로 이 과정에서 등장한다”며 “의심스러운 회사들이 가까운 곳에 사무실들을 두고 있는 것도 전문가 패널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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