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시정명령' 경고에도 확산할까 '노심초사'…정부, 해당 학과 폐지, 조치 해야

2024. 5. 9. 08:59정부 · [ 종합 ]

교육부, '시정명령' 경고에도 확산할까 '노심초사'정부, 해당 학과 폐지, 조치 해야

 

 

교육부, '시정명령' 경고에도 다른 대학 확산할까 '노심초사' / 의대 증원 핵심인 국립대에서 잇따라 반기 들자 정부 '당혹' / 부산대 이어 제주대·강원대까지 의대 증원 부결·보류 '확산' / 국립대에서 반기 들자 정부 '당혹'

 

정부의 의과대학 2천명 증원 정책이 마지막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을 진행하는 재판부가 2천명 증원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정부에 요구한 데 이어 증원분을 반영하기 위한 개별 대학의 학칙 개정 단계에서 부산대, 제주대, 강원대 등 국립대들이 잇달아 부결, 보류하거나 상정을 철회하는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집행정지 항고심의 경우 이달 중순께 결론이 나기 때문에 의대 증원 절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고, 학칙 역시 가결되지 않을 시 시정명령 등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부산대 이어 제주대 · 강원대까지 의대 증원 부결 · 보류  ' 확산 '

 

의사들은 법원의 근거 자료 제출 요구, 부산대·제주대·강원대의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 부결·보류·상정 철회 등에 고무돼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8일 교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는 이달 10일까지 정부로부터 의대 증원 근거를 제출받고 검토한 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다음주께 결론 낼 예정이다.

 

재판부의 요구에 정부는 지난 26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하기 직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을 제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도 제출할지를 검토 중이다.

 

3월 중순에 증원된 2천명을 각 대학에 배분하는 작업을 위해 교육부 주도로 구성된 배정위원회(배정위)의 경우 배정 절차 진행 과정을 담은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를 검토한 뒤 이달 중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달 말까지 의대들의 내년도 모집 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한다.

 

이후 각 대학은 이를 반영해 이달 말까지 수시모집 요강 등을 발표해 학생을 모집하는 절차를 밟는다.

 

만약 재판부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부의 2천명 증원 절차는 당분간 정지되고 본안 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각 의대는 기존 모집인원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재판부가 요구한 근거 자료 제출 시한까지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2천명 증원 필요성을 충실히 소명한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이어 제주대 · 강원대까지 의대 증원 부결 · 보류  ' 확산 '

법원 결정 앞두고 증원 관련 '회의록 공방'도 가열 정부, 보정심 회의록 제출 검토 집행정지되면 의대 증원 '무산' 학칙 개정 부결 등 '복병' 만나 다른 대학 확산 '촉각' 의료계는 강압적 정책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부산대의 결정을 환영했다. //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을 진행하는 재판부가 2천명 증원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정부에 요구한 데 이어 증원분을 반영하기 위한 개별 대학의 학칙 개정 단계에서 부산대, 제주대, 강원대 등 국립대들이 잇달아 부결, 보류하거나 상정을 철회하는 변수가 발생

 

 

의대 증원분이 반영된 대교협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심의가 애초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현재까지는 재판부 요구가 의대 증원 작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의 여러 차례 소송에서 재판부가 정부에 직접 '근거 자료'를 내놓으라고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결과가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의사단체 등에서 보정심, 배정위 회의록 진위에 대한 의심까지 쏟아내면서 의정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 보정심 회의록을 정부가 작성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의료계는 근거 없이 정부가 2천명 증원을 밀어붙였다고 전면적인 공세에 나섰다.

 

부산대 이어 제주대 · 강원대까지 의대 증원 부결 · 보류  ' 확산 '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보정심 회의록은 '공공기록물관리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로, 보정심 회의록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의 경우 배정위 회의록과 관련해 속기록은 없으나 주요 내용이 적힌 요약본은 있다고 밝혔다가 전날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어떤 것도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혼란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배정위 회의록은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으나 배정 절차에 관해서는 법원에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원된 의대 정원을 각 대학 학칙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부산대가 전날 교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부산대 학칙 일부 개정 규정안'을 부결한 것이다.

 

학칙 개정은 기존 125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고, 2025학년도에는 증원분의 50%를 반영한 163명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였다.

 

각 대학은 대교협에 증원분이 반영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하고 학칙도 이에 맞춰 손질해야 한다.

 

교무회의는 총장을 비롯해 단과대학장 등이 참여하는 회의체다.

 

부산대 학칙상 학칙을 개정하려면 대학평의원회 심의와 교무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총장이 확정·공포하게 돼 있다.

 

그러나 부산대 교무위원들은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부결을 택했다.

 

증원 정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이 부결된 것은 증원된 32개 의대 가운데 부산대가 처음이다.

 

제주대는 이날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이어 대학입학전형 관리위원회에서 의대 증원 관련 안건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고 내부 논의를 더 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대도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본부에 상정했던 의대 증원 학칙 개정 안건을 이날 철회했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이들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학칙 개정을 보류하거나 부결하는 움직임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12개교가 학칙 개정을 완료했고, 부산대, 제주대, 강원대를 포함해 20개교는 학칙 개정 작업 중이다.

 

현재까지 학칙 개정을 부결하거나 보류한 대학이 모두 '국립대'라는 점도 정부엔 당혹스러운 점이다.

 

이번 증원의 핵심 중 하나가 비수도권 국립대가 지역 의료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대폭 증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립대에 비해 정부 정책 이해도가 높은 국립대에서 '반기'를 드는 건 정부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을 요소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 부결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부산대의 학칙 개정이 최종 무산됐다면 교육부는 시정 명령을 할 수 있다""이를 이행하지 않게 되면 학생 모집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경고 메시지의 근거 법령은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이다.

 

고등교육법상 교육부 장관은 대학이 학사, 수업 등에 관한 교육 관계 법령 등을 위반하면 총장이나 설립자, 경영자에게 시정 명령을 할 수 있다.

 

시정 명령을 받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대학의 학생 정원을 감축하거나 학과 폐지, 학생 모집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의료인 양성과 관련된 모집 단위 정원은 각 대학이 학칙으로 정원을 정하는 과정에서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내용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40개 의과대학 교수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부산대 학칙 개정안 부결) 결정은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법치국가의 상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지극히 온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