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7. 07:50ㆍ사건 · [ 사고 ]
신안산선, 설계,시공,계측 등 설계부터 잘못…지반조건·하중치 "당장 무너졌을 수준"
┃설계,시공,계측 등 모든 과정 철저한 조사 필요 / 한국지하안전협회, 붕괴 현장 3D 시뮬레이션해보니 / 지반조건·하중치 등 보수적 입력에도 “공사 중단 수치” / 중앙기둥 하중 계산 중요한 투아치 공법 / 지반침하 경기도가 전국 최다 21.6%
경기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지반침하 사고를 사전 인지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8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는 전문가를 포함한 지하시설물 안전 관리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원하는 법제화에 나섰다.
14일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1349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경기가 291건(21.6%)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 155건(11.5%), 부산 134건(9.9%), 서울 117건(8.6%), 충북 111건(8.2%) 순이었다. 지하시설물 관리자가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지하시설물은 경기도에만 총연장 1만3209㎞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발생한 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지하터널 공사현장 붕괴사고가 중앙기둥 균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기둥이 수평 하중을 견딜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16일 토목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신안산선 복선전철 지하터널 공사현장의 붕괴사고 이후 한국지하안전협회가 자체적으로 해당 공사 현장의 3차원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중앙기둥 균열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과도한 수평 하중 문제로 공사를 더는 진행할 수 없는 위험 단계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지하터널 공사 중앙기둥 균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는 투아치 터널 공법을 적용해 시공 중이었다. 투아치 터널 공법은 중앙기둥을 세우기 위한 아치형 터널 하나를 먼저 뚫고 중앙기둥을 세운 후 양옆에 터널을 추가로 뚫어 확장하는 방식이다. 아치가 1개인 일반 터널은 위에서 누르는 힘을 둥그런 천장 구조물 전체가 분산해 받기 때문에 기둥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반면 투아치 터널은 시공 과정에서 중앙기둥이 위에서 누르는 전체 압력을 전부 받아 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하중 예측에 대한 정확도가 보다 중요하다. 최초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날인 10일 오후 9시50분께 투아치 터널 중앙 기둥이 파손돼 작업자들을 대피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공식 조사결과 발표 전이라 밝힐 수 없지만 협회가 공용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구간의 지반조건과 지상 건물의 하중 등 입력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중앙기둥부가 견딜 수 있는 하중 수준으로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는 투아치 터널 공법을 적용해 시공 중이었다. 투아치 터널 공법은 중앙기둥을 세우기 위한 아치형 터널 하나를 먼저 뚫고 중앙기둥을 세운 후 양옆에 터널을 추가로 뚫어 확장하는 방식이다.
아치가 1개인 일반 터널은 위에서 누르는 힘을 둥그런 천장 구조물 전체가 분산해 받기 때문에 기둥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반면 투아치 터널은 시공 과정에서 중앙기둥이 위에서 누르는 전체 압력을 전부 받아 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하중 예측에 대한 정확도가 보다 중요하다.
이번 신안산선 붕괴사건과 관련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일단은 중앙기둥에 가해진 측압으로 변위가 발생하며 붕괴 됐을 가능성에 힘이 실어지는 분위기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입수한 최초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날인 10일 오후 9시50분께 투아치 터널 중앙 기둥이 파손돼 작업자들을 대피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지하안전협회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신안산선 붕괴 공사 현장 시뮬레이션. 가운데 중앙 기둥이 지반 상태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상태인지 측정하고 있다. (사진=한국지하안전협회)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기둥에 변위가 발생한 원인은 우선 설계 단계에서 하중 계산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중 계산은 지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의 지질은 편마암과 석회암이 교호하며 외부 충격에 취약한 단층파쇄대가 존재하는 특성이 있다. 국내 한 토목업계 관계자는 “하중 계산에 앞서 지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부 지질의 샘플을 가져가 판단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층파쇄대가 존재하는 지질은 워낙 복잡한 구조여서 하중 계산 오류가 나기 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감사원이 2023년 1월 공개한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붕괴한 광명 신안산선의 경우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파쇄대가 존재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 상태인 5등급인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지반 융기 등 지하 압력을 견디기 위한 필수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가 반영돼 있지 않은 것이 지적되기도 했다.
붕괴 사고가 난 신안산선 지하터널은 투아치(2-arch) 터널 공법으로 시공됐다. 투아치 공법은 두 개의 아치 형태로 이뤄진 터널 구조로 중앙터널을 굴착해 중앙 벽체를 시공한 뒤 이어서 좌우측 터널을 굴착, 중앙 벽체가 하중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다.
신안산선 5-2공구(광명 일직동 372의 12 일원) 준공은 당초 오는 12월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사고는 지난 10일 오후 9시50분쯤 터널 내부 중앙 버팀목(지지대)이 파괴된 뒤 11일 오후 3시13분쯤 좌우 아치 구조가 연쇄적으로 무너져 상부 도로와 일부 건물이 침하되면서 발생했다.
중앙 기둥이 파손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공사는 2시간40분 뒤인 11일 오전 0시30분쯤 광명시에 신고했다. 오전 2시부터 지표 침하와 터널부 모양 변화를 1시간 단위로 측정한 결과 ‘이상 없음’ 보고를 한 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와 현장을 확인했다. 이후 터널 내부에 H빔을 우선 설치하는 등 예방 시공을 했으나 붕괴를 막지 못했다.
터널 내부에 머무르던 작업자 17명이 대피하는 동안 상부에 있던 굴착기 기사 A씨(29)와 포스코이엔씨 소속 B씨(50대)가 매몰돼 A씨만 붕괴 13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B씨에 대한 수색은 기상악화로 중단됐다 재개된 상태다. 소방 당국은 B씨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면서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지반침하발생(2018~2025) 원인은 전체 1349건 중 하수관 손상이 632건(46.8%)으로 가장 빈번하고 다짐(되메우기) 불량 244건(18.0%), 굴착공사 부실 95건(7.0%), 기타매설물 손상 87건(6.4%), 상수관 손상 86건(6.3%) 순이다.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 붕괴 사고는 설계뿐 아니라 현장에서 시공 품질과 계측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역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 한국지하안전협회 관계자는 “시공 과정에서 하중을 견딜 기둥의 크기가 설계대로 엄밀하게 맞춰졌는지, 철근 간격이나 콘크리트 두께 등 오차가 없었는지 등 검증이 필요하다”며 “또 현장에선 지반 형태 변질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현장 계측을 진행하는데 계측기가 오류가 난건 아닌지, 계측기 해석을 제대로 못 한 것인지 등 계측관리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신안산선 붕괴 사고는 발생하기 8시간 전 고용노동부는 사고 징후가 여럿 감지되며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에 작업중지권 행사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작업을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건설분야)는 “투아치 공법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붕괴 사고가 난 현장의 중앙 벽체 기둥이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 부실시공일 가능성이 크다”며 “위험 요소를 판단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실제 시공 전문가 위주의 전문가 협의체 구성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서울 명일동 싱크홀과 유사하게 보강재를 제대로 대지 않았거나 발파 충격에 따른 파손 가능성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이날 ‘경기도 지하안전 관리 및 유지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하고 본회의 상정을 검토 중이다. 조례 개정안의 골자는 지하개발사업장 등에 대한 현장기술자문, 지하안전평가 이행 여부 등을 자문하는 ‘경기도 지하안전지킴이’를 조례에 신설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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