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8. 12:52ㆍ사회 · [ 종합 ]
“옆에 탔을 뿐인데”… 변명에 손 놓은 단속
경찰, 두 달간 고작 17건 적발/동승자 조사·음주측정 부실/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도
만취한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에 함께 탑승해 음주운전을 하도록 내버려 둔 ‘방조범’에 대한 단속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음주운전자가 사망 사고를 일으켰다면 동승자는 사실상 ‘살인 방조범’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단속과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0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앞서 가던 차량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 A(26)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82%였다. 그런데 A씨의 차량 조수석에는 B(26)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경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내버려 뒀다고 보고 B씨에 대한 입건을 시도했지만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하긴 역부족이었다.
경찰청은 2016년 4월 대검찰청과 함께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음주운전 방조범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 행위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승자는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고도 차량이나 차량 열쇠를 제공했거나, 음주운전을 권유·독려했거나, 음주운전을 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술을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는 게 명백히 입증될 때 처벌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진술을 통해서만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같이 탔다는 이유만으로는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무리하게 입건하려 했다가 결국 무혐의가 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경찰이 지난 연말연시에 실시한 전국 음주운전 특별 단속에서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 사례가 17건 단속됐지만 전북, 전남 등 일부 지역은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이는 방조 행위가 없었다기보다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음주운전 사망 사고 현장에선 음주운전자에 대한 조사만 자세히 이뤄질 뿐 동승자에 대한 조사나 음주 측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속이 이뤄진다 해도 처벌은 미미하다. 음주운전 방조범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자의 ‘종범’으로 분류돼 형법 제32조(방조죄)에 따라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최대 벌금형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검거된 동승자는 167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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