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9. 02:59ㆍ국방 · [ 안보 ]
日자위대 원양에서 활동 범위 확대…한국의 선택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충돌. 반도라는 특성상 그 접점에 있는 한반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열강의 세력 갈등을 이야기할 때 늘 나오는 이야기다. 그리고 최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팽창하려는 중국과 누르려는 미·일. 구한말과는 공수가 바뀐 듯하지만 열강의 힘겨루기라는 데는 차이가 없다.
지난 13일 남중국 해역.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선이 은밀히 모여들었다. 최신예 잠수함 '구로시오', 그리고 '가가'를 비롯한 호위함 3척. 호위함은 언제든 경량 항모로 변신할 수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주력이다.
잠수함이 호위함에 몰래 접근하고 호위함이 이를 탐지하는 양방 간의 공격과 방어 훈련을 마친 자위대 함정들은 유유히 해역을 빠져나왔고, 잠수함 '구로시오'는 17일 베트남에 입항했다.
이 훈련을 볼 포인트는 그 다음이다. 일본 방위성은 이례적으로 훈련이 끝난 며칠 뒤인 17일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호위함 부대와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일본 자위대의 훈련 과정에서 함선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러모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표였다.
"남중국해에서의 잠수함 훈련은 15년 전부터 해온 것이고, 지난해에도 그 전 해에도 했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떴다는 건 매년 해온 훈련을 굳이 방위성이 나서서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 훈련에 대해 해상자위대 출신의 이토 가나자와공업대 대학원 교수는 NHK에 "통상적이라면 잠수함의 움직임은 비밀에 부치게 된다. 은밀성 그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번에는 발표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것은 전략적 발언으로, 일본으로서 태세가 갖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억지력을 작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에 중국에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이 경계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로서도 외교나 경제 외에 자위대의 활동도 포함해 대응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군사력도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27일 이번에는 동중국해에서 일본 전투기가 미 전략폭격기와 대규모 훈련을 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미 B-52 전략폭격기가 괌 기지에서 출발해 동중국해 상공에서 오키나와 나하 기지에서 이륙한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와 편대 비행 등의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주변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오키나와 현 센카쿠(중국 명 댜오위다오) 열도 근처로 중국을 자극하기는 마찬가지다.
미 전략폭격기는 오키나와에서 출발해 구역별로 각각 다른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와 편대를 이루며 규슈를 거쳐 동해 먼 바다까지 북상했는데 중국으로 따지면 중국을 둘러싸고 포위 비행을 한 듯한 모양새다. 요미우리는 "이 해역에서 양국이 장거리에 걸쳐 항공 훈련을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중국해 난사군도(영어명 스프래틀리) 등을 둘러싸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실질적 지배를 강화하는 데 대해 미국이 국제법상의 자유를 들며 제시한 원칙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이달 초 잠수함 훈련에 대해 "공해 상 훈련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에 따른 정당한 활동"이라고 밝힌 것도 그 연장 선상에서 볼 수 있다.
대륙 국가 중국의 해양 진출 억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동중국해에서는 중국을 포위한 듯한 지정학적 위치를 가진 일본이고 남중국해에서는 호주와 그 뒤의 영국이다.
일본은 언뜻 보면 중국과 떨어져 있어 보이나 오키나와 주변 섬이 타이완 근처까지 뻗어 있고, 미군 기지가 오키나와에 자리 잡고 있어 중국이 해양으로 진출할 때 마주치는 가장 최전선의 국가이다.
또 남중국해에서의 역학 관계상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세가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호주는 중국의 확장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실질적으로 지역적으로 '세(勢)'가 있는 국가이며 영연방 종주국인 영국이 그 뒤를 떠받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일본 육상 자위대가 오는 30일부터 영국 육군과 처음으로 공동 훈련을 하기로 한 부분도 그런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육상 훈련이라고 하지만 양국의 정찰부대가 적 기지 정보를 아군 함정에 전달해 해상과 상공에서 공격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만큼 사실상 훈련 목적은 해상 봉쇄나 작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으로서는 미국 등에 의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제 전략은 실질적으로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확장시킬 수 있는 매우 우호적인 국제환경을 조성한다고 볼 수 있다. 매년 사상 최대치의 방위 예산을 경신할 정도로 군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센카쿠 열도 방위', 미국과 보조 맞춘 '중국 견제' 등 여러 면에서 그 정당성을 설파할 수 있는 분위기라 볼 수 있다.
한국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해 보면, 한국 국내적으로는 전혀 주목받지 않는 특정 인사의 발언이나 움직임 등을 현미경 처럼 잘게 쪼갠 뒤 예를 들며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일본 학자의 비판적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한일 간 정보공유협정이 국내에서 문제가 됐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통하는 만큼 정보 공유도 하면 안 된다"는 지금과는 다른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 너는 어디 편이냐?"는 접근이 일본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구한말로 돌아가 보면 관계 설정이 바뀌었을 뿐 그 구도는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당시는 해양 세력인 일본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정한론' 등을 내걸고 대륙으로의 진출을 꾀했고, 중일은 청일 전쟁을 시작으로 뒤이어 대륙을 배경으로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지금은 반대로 대륙 세력인 중국이 부상해 해양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일본이 20세기 초반 침략 전쟁을 계속하면서 '석유' 확보라는 명목으로 미국을 공격하면서 태평양 전쟁까지 이르게 된 상황 또한 현재의 남중국해를 통한 일본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를 생각할 때 어떤 형태로든 긴장 상황이 재발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일본 아베 총리는 최근 부쩍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 다음 달 중국 방문도 논의되고 있지만 외교와 군사적 움직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비단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전략적 시야는 언젠가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위치를 강요받을 수 있는 순간까지 범위를 확대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 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들어올 때 '욱일기'를 다느냐는 문제를 가지고도 우리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질 정도로, 일본을 우리의 전략 속에 어떻게 위치 지을까 하는 문제는 상당히 미묘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전략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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