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생태 조사 제대로 안 하고…보 수문을 열었지만 수질은 오히려 악화

2019. 3. 19. 21:18자연 · [ 환경 ]

수질·생태 조사 제대로 안 하고보 수문을 열었지만 수질은 오히려 악화

 

 

 

"보 수문을 열었는데도 수질이 오히려 악화됐다."

 

4대강 조사단 전문위원 3명 사의"모두 개인 사정"

 

애초 '보 철거에 반발'로 알려진 교수 "결정에 대한 반발 아냐" / 환경부 "의사 최종 확인 후 이달 중 해촉 절차"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16개 보. 지난해 7월 연일 이어진 폭염에 광주 남구 영산강 승촌보에서는 수문을 개방했지만 녹조 발생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보 수문을 열면 수질과 생태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수질 모니터링 결과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의 자료에 따르면 상시 개방이 제안된 영산강 승촌보의 경우 수질 분야에서 엽록소a(녹조 발생 지표)46에서 52으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8.5ppm에서 10.7ppm으로 치솟았다.

 

승촌보는 생태 분야에서도 어류 건강성을 나타내는 FAI(fish assessment index) 값이 28.8에서 28.2로 감소했다. 물고기의 다양성이나 서식환경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해체가 제안된 죽산보는 수문 개방 후 수질분야 3개 항목, 생태분야 3개 항목이 악화했다. 엽록소a59/에서 84/, COD9.1ppm에서 9.3ppm으로 악화했다. 퇴적물 오염 항목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수질이 악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죽산보는 생태 분야에서도 FAI 3항목에서 악화했으나, 체류 시간 감소, 유속 증가 수변공간 면적 증가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문을 개방하면 당연히 개선되는 항목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바람에 평균적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금강 세종보의 경우 녹조 발생빈도 등급은 1.1에서 수문 개방 후 1.2로 악화했다. 녹조가 더 자주 발생했다는 의미다. 다만 엽록소a 감소 COD 감소 저층의 산소 부족 사례 감소 등 다른 항목이 개선돼 수질은 전체로는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고, 해체 방안이 제시됐다.

 

금강 공주보의 경우 생태 분야에서 강바닥에 사는 대형 무척추동물(benthic macroinvertebrates, BMI)의 건강성 지표인 BMI 지수가 55.1에서 수문 개방 후 41.9로 낮아졌다. 공주보는 다른 생태 분야 항목과 수질은 개선된 것으로 평가돼 해체 대상이 됐다.

 

상시 개방이 제안된 백제보에서는 COD 농도가 6.9ppm에서 수문 개방 후 7.2ppm으로 악화했고, 엽록소a 농도 역시 37에서 44으로 나빠졌다.

 

이 같은 수질·생태 조사 결과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모니터링 기간이 짧은데다 상류 보 바닥에 쌓였던 퇴적물이 씻겨 내려오면서 오염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장(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과학적 타당성 담보하기에는 환경부의 모니터링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자료를 모을 수 없었고, 합리적인 평가를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21일까지 죽산보는 총 629일 동안 수문을 개방했지만, 완전히 개방한 것은 112일에 불과했다. 백제보는 117일 개방 중에 최대 개방은 16일에 불과했다.

 

전경수 한국수자원학회장(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하천 수질이 단순히 보 유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연구 기간 너무 짧아 양적이나 질적이나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순진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도 수질 평가를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정도는 봐야 하는데, 3개월 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학영 환경부 기획위원회 물환경분과 전문위원회 위원장(전남대 생물학과 교수)"조사 기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자료를 충분히 활용했다""다만 지난해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있었고 그런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환경부 기획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출범했고, 불과 3개월 만에 결과를 내놓는 과정에서 조사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5월 청와대는 2018년 말까지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고,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생태 분야의 모니터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보 해체 판단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제대로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위에서는 보를 유지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편익, 보를 해체했을 때 얻는 비용과 편익을 따졌을 때 편익이 비용보다 큰 세종·공주·죽산보는 해체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철거가 제안된 3개 보의 건설비는 세종보 150억 원, 공주보 1051억 원, 죽산보 599억 원 등 1800억 원이다. 이에 비해 3개 보의 예상 해체 비용은 세종보 115억 원, 공주보 533억 원, 죽산보 250억 원 등 898억 원이다.

 

기획위는 소수력 발전소를 계속 가동할 수 없고, 지하수 이용이나 도로 활용도 어려워지지만, 수질·생태가 개선되고 보 유지관리비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해체하는 게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죽산보의 경우 수문 개방 후 수질이 악화했는데도 정작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이번에 얻은 데이터 대신에 과거 보 건설 전에 얻은 데이터를 가져와 사용했다. 그러고는 보를 해체하면 수질 개선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보 해체를 제안했다.

 

보 설치 전 과거 자료를 사용하면 편익/비용 비율이 2.54이지만, 이번 모니터링에서 얻은 데이터를 쓰면 이 비율은 0.62로 떨어진다.

 

편익/비용 비율이 1보다 작으면 사업을 시행하는 것, 즉 보를 해체하는 게 손해라는 뜻이다.

 

더욱이 보에 물이 가득했을 때 주민들이 느끼는 만족감이나 수변 경관에 대한 쾌적성이 경제성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위에서 경제성 평가를 담당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 평가 방법 자체는 기존 정부의 여러 사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경제성 평가에 들어간 개별 항목은 분야별 전문위원회 전문가들이 결정했고, 개별 항목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항목별 수치가 잘못됐다면 경제성 평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경제적인 부분만 고려했을 때 편익이 큰 것으로 나올 수 있지만, 비경제적인 가치까지 따져서 넣는다면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 3명이 정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4개 분과 총 43명으로 이뤄진 전문위원회에서 물 환경, 수리·수문, 유역협력 분과 소속 각각 1명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의를 밝힌 세 분께 다시 의사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이들이 자세한 사의 표명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고 전했다.

 

유역협력 분과위원장인 이상헌 한신대 교수는 "그동안 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교수가 사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빡빡한 회의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물환경 분과위원회에서 사의를 표명한 A 교수는 "특별한 배경은 없다. 정치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환경 분과위원장인 이학영 전남대 교수는 "A 교수가 '스케줄상 회의 참석이 힘들어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며 지난해 연말 사의를 표명했다""당시에는 논의 초창기라 4대강 보 처리 방안이 전혀 결정되지 않았을 때였다"고 전했다.

 

수리·수문 분과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전문가는 최 모 교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리·수문 분과위원장인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금강·영산강 일부 보 해체라는 잠정 결론에 반대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구조물 안전성 평가 전문가로서 '안전한 보 구조물을 왜 철거하느냐'는 의견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최 교수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했다""다만, 보 해체 여부를 구조물의 안전성만 보고 판단한 게 아니다. 지하수, 물 이용, 홍수 대비, 수질, 생태계, 경제성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뒤늦게 연락이 닿은 최 교수는 "정부 결정에 반발해 사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학기 해외 일정으로 회의 참석이 어려워 사퇴하겠다고 했다""내 전문 분야에 대한 판단은 충실히 전달했지만, 다른 분야는 알지 못하고 반대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사의를 표명한 전문위원 3명한테 의사를 최종 확인한 후 이달 중 해촉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세종보와 죽산보를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유지하고 상시 개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기획위가 제시한 5개 보 처리 방안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6월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상정돼 확정된다.

 

앞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민간위원장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결정을 비판하며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가 정부 만류 등으로 번복한 바 있다.